IMG_9296.jpg » 컵쌓기 놀이 즐기는 아들. 사진 양선아

권오진 선생님의 <아빠와 함께 하는 하루 10분 생활놀이>를 집에 놓고 수시로 본다. 아빠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우리집에서는 아빠보다는 엄마인 내가 많이 본다. 남편은 책을 보지 않아도 남편 방식대로 잘 놀아준다. 그리고 내가 멍석을 깔아주면 거기에 호응도 잘 해준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어떻게 멍석을 깔아줄 지 고민을 한다. 아이들과 뭘 하고 놀아야 할 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창의력이 부족한 나는 책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런 내 모습을 자주 본 딸은 어느새 그 책을 나보다 더 좋아하게 됐다. 책을 보면서 “엄마~ 엄마~ 이것 해보면 어떨까?” “엄마! 좋은 생각이 났어. 이거 해보자~”라고 제안한다.
 
무엇이든지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이가 그런 능동성, 주체성을 보이면 힘들어도 어떻게든 호응해주려 애쓴다. 이 책에 나온 놀이들은 주로 종이컵, 빨대, 신문지 등이 필요한데, 미리 동네 슈퍼에서 종이컵과 함께 물건들을 사며 빨대를 몽땅 얻어놓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아이들과 논 것은 종이컵 쌓기, 빨대 이어서 물 마시기 놀이다.
 
종이컵을 쌓고 빨대 이어서 물 마시기 게임을 하다보니, 딸이 즉석에서 다른 놀이를 창조해낸다.
“엄마~ 이렇게 빨대들을 색깔별로 해놓고, 종이컵은 이 정도 높이로 쌓아놓고, 뜀뛰기 놀이를 해보면 어때? 이렇게”
나, 첫째, 둘째가 줄을 지어 서서 장애물 넘기 놀이하듯 종이컵을 뜀어넘고, 빨대들 사이를 징검다리 건너듯 건넌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놀이가 아주 쉬운 것은 아니다. 뜀뛰기를 하다 종이컵을 쓰러뜨릴 수도 있고, 빨대는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빨대 위치가 변한다.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으로 게임 규칙을 만들었다. 이 놀이로 거의 1~2시간을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다. 아이들은 그저 신나해하고 깔깔깔 웃어댄다. 

 

 

 

IMG_9300.jpg » 책을 보며 뭘 하고 놀까 궁리중인 딸.

 

IMG_9315.jpg » 빨대 징검다리를 재점검하는 모습.   


 
그리고 최근 토요일날 둘째 문화센터 수업 같이 들으러 갔다 알아온 놀이는 거미줄 놀이다. 검정색 테이프만 있으면 집안 곳곳에 거미줄을 쳐놓고 아이들과 거미줄 놀이를 해도 즐겁다. 검은색 테이프가 집안 곳곳에 거미줄처럼 쳐져 있으니 좀 보기는 안좋으나 아이들은 무조건 좋아한다. 거미도 되어보고, 고무줄 놀이도 하고, 영차 영차 줄다리기도 하니 아이들에게 검정색 테이프는 최고의 놀잇감이다. 남편은 이렇게 거미줄이 쳐진 것을 보더니 갑자기 드러눕는다. 그러더니 “나는 사마귀다~ 거미를 잡아 먹을테다”하면서 놀아준다. 확실히 남편은 나와는 다르게 놀아준다. 때로는 아이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공격도 당하면서 신나게 놀아준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자주 보는 애니메이션 `폴리'에 나오는 ‘덤프’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 “어쩌지~ ”하는 성대 묘사를 해서 온 식구를 웃게 만든다.
 
IMG_9317.jpg » 종이컵 드럼놀이 하는 아들.

 

  

new_IMG_9424.jpg » 거미줄 놀이하는 아이들

 

아빠.jpg » 거미가 됐다 사마귀가 되는 남편.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너무 좋아한다.   

 

각종 놀이를 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

‘놀이는 그냥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구나. 부모와 아이가 놀다보면 또 따른 놀이가 탄생하고, 그렇게 되면서 아이의 창조력도 부모와의 관계도 진화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두 아이와 이렇게 놀이 삼매경에 빠져 같이 뛰고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와 함께 놀면서 나도 잠시 마음의 여유를 찾고 동심으로 돌아간다. 아~ 산더미처럼 일이 쌓인 지금도, 나는 놀고 싶다. 아이들처럼! 아이들과 같이!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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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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