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d8cb5d5334423b6e74dede2fe2a7e. » 배우 권해효씨(왼쪽 선 이)가 2일 서울 광화문 케이티 앞 인도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해 학생들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방송인 김제동씨, 배우 김여진씨 등도 참가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오늘 아침 베이비트리 글을 막 올리고 <인터넷한겨레>에 들어가 보니 ‘피자 30판의 응원... 30대는 너흴 잊지 않겠다’라는 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1085.html)가 눈에 띈다.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 집회’를 이어오던 학생들을 위해 30대 선배 그룹이 ‘동참’을 선언했다는 내용이었다. 배우 김여진·권해효, 방송인 김제동씨를 비롯해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등 각 분야의 30대 선배들이 대학생들을 지원하며 집회에 참여를 했으며, 피자 30판을 화끈하게 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를 보는 순간 가슴이 찡하면서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그 기사에 나온 등록금 투쟁 후원계좌로 작은 돈을 입금했다. 맘 같아선 아이 둘을 데리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고 싶지만 아직 둘째가 어려 망설여진다. 후원계좌로 입금된 돈은 등록금 투쟁을 하다 연행된 대학생들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광화문 광장에는 비록 못 갈지라도 애기 둘 딸린 엄마가 멀리서 대학생들을 응원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집회에는 참여 못하지만 반값 등록금 실현을 원하신다면 독자 여러분도 십시일반 돈이라도 보태시면 어떨지. (세금혁명당 공식 후원계좌, 기업은행 049-063275-01-012, 예금주 등록금투쟁 후배사랑)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불과 13~14년 전 나도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휴학을 선택한 적이 있다. 당시는 외환 위기로 한국 경제가 폭탄을 맞은 뒤 많은 사람들이 실업과 구조조정으로 힘들 때였다. 지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던 엄마 역시 경기가 나빠지자 식당이 망해 문을 닫고 말았다. 빚은 늘었고 빚쟁이들의 독촉도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께서는 나와 연락을 두절하고 사라지졌다. 그 순간의 당혹감이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야하는데 엄마와 연락이 두절되니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당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40만원이라는 돈은 하숙비를 치르면 없어졌다. 생활비와 교재비까지 생각하면 엄마의 지원 없이는 도저히 대학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친척과 한 번도 찾지 않던 아빠까지 찾아가며 등록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200만원이 넘는 돈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등록금은 한 학기 200만원이었다. 이 돈도 꽤 큰 돈이었다. 지금은 1년 등록금이 사립대의 경우 750만원에 가깝다고 하니 그 부담이 얼마나 클지 예상이 된다.)



그래서 난 한 학기 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연락이 두절됐던 엄마는 한 달 정도 지나 전화를 했고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한 학기만 쉬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대학생활 계속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가슴이 메이고 메였다. 힘들어도 힘들다 말도 못하고, 나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사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



휴학하는 동안 나는 고향에 내려가 과외를 2~3개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쓰고 돈을 모았다. 언제나 힘든 일이 있어도 오뚝이처럼 벌떡 벌떡 일어서는 엄마는 이모와 아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작은 식당을 다시 시작하셨다. 당시엔 나 같은 학생들을 위해 저리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기도 했는데 나는 운 좋게 대출을 받아 다음 학기에 복학했다.



한 학기는 금방 금방 갔고, 등록금 고지서는 빨리도 날아왔다. 그때 등록금 고지서가 내게 주는 압박감이란... 그 압박감은 나를 더 위축시켰고, 대학 생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낭만도 반감시켰다. 졸업 뒤 취직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점과 영어점수에 매달리게 만들었고 대학에 들어가면 맘껏 하고 싶었던 여행이나 풍부한 경험들의 기회를 앗아갔다.



학생회 활동을 하며 학생회 소식지를 만드는 일도 그즈음 접게 됐고, 과 내 학회 활동도 소홀하게 됐다. 지금도 후회되는 것이 대학시절 국외로 배낭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한 일이다. 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를 떠나 좀 더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며 외국 생활을 한번 했다면 내가 좀 더 풍요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사실 배낭여행이라는 것이 수중에 돈이 없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다녀올 수 있었을 법도 한데 당시 나에게는 ‘등록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주제에’라는 생각에 아예 배낭여행을 가보려는 시도조차 안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시기를 지나 현재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 돼 있다. 그것도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한겨레신문> 기자로 재직 중이다. 그때 나의 문제이기도 했던 등록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현재 대학생들을 옥죄고 있다. 나처럼 등록금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등록금이 더 뛸까봐 휴학을 못하는 학생들도 있고, 1년 꼬박 일을 해도 등록금을 마련 못해 전전긍긍하는 학생들도 있다.



등록금 마련 때문에 부모의 허리가 휘고, 신용불량자 학생이 양산되면서, 학생들 스스로가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라며 촛불을 들고 나섰다. 마침 여·야 정치권까지 나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문제는 당장은 아니지만 내 문제이기도 하다. 이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률이 계속되고 시간이 흘러 두 아이가 커 대학에 들어간다면 나 역시 우리 엄마와 똑같은 피눈물을 흘려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내 복지나 장학금 확대 등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해마다 자동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도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 문제 모처럼 사회적 의제가 형성된 만큼 정부, 정치권, 대학, 학생 등 모든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아이 엄마이자 30대 엄마인 나 역시 멀리서나마 등록금 투쟁을 벌이고 있는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좋은 사회, 좀 더 나은 사회이길 바라면서.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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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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