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_0000064786.jpg » 식목일날 어린이집서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고 기념 사진 찍은 딸 모습.

 

민지가 5살이 돼 어린이집에서 사랑반으로 올라가면서 악재가 발생했다. 갑자기 아침마다 아이는 즐겁게 가던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날은 바지에 오줌을 쌌다. 한번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던 아이였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줌을 싸겠거니 했다.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민지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장실에 자주 가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과 헤어졌고, 낯선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거니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나랑 닮았는지... 나도 어렸을 때 긴장하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딸이 오줌을 싸는 횟수가 늘고, 아침마다 집을 나서기 전과 버스를 타기 직전까지 “쉬, 쉬”하며 찔끔 찔끔 오줌을 싸면서 내 걱정도 커졌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어린이집에서도 바지에 실수를 해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오죽하면 아이가 방광염이나 요로 감염에 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병원에 가 검진까지 해볼 정도였겠는가. (다양한 검사결과 민지는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최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생각했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이 마음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아 민지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날 민지가 “엄마~ 나 낮잠 자기 싫어. 미소반 선생님한테 전화해줘”하는 거 아닌가? 민지는 분명 사랑반인데 왜 미소반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라고 하는 것일까?
 

“민지야~ 왜 미소반 선생님한테 전화해달라고 하는거야? 넌 사랑반이잖아.”
“미소반 선생님이 낮잠 잘 때 나 화장실 못가게 했어. 엄마~ 나 낮잠 자기 싫어~미소반 선생님한테 전화해줘. 나 낮잠 안잔다고. 응?”

 

 

아!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미소반 선생님이 화장실에 못가게 하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사랑반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사랑반 선생님께서는 새 학기 적응 기간 2주 동안 반일반 아이들과 차량에 동승해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시고, 대신 미소반 선생님께서 그 시간 동안 사랑반 아이들 낮잠을 재워주신다 했다. 그리고 그날 민지가 너무 자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다른 친구들의 낮잠까지도 방해하게 되면서 미소반 선생님이 민지에게 소변을 한번 참아보라고 얘기를 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 적응기간이 끝나고 앞으로는 사랑반 선생님이 낮잠 시간에 아이들을 재우게 되므로, 민지가 낮잠을 자기 싫어하면 재우지 않겠다고도 했다. 민지에게 이제는 미소반 선생님이 아닌 사랑반 선생님이 낮잠시간에 함께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리고 나는 민지의 문제가 해결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지는 오줌을 찔끔 찔끔 자주 싸면서 계속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울고 아침마다 내 속을 뒤집었다.
 
그즈음 취재 겸 오랜만에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을 만날 일이 생겼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어린이집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서 원장께 아이가 바지에 오줌 싸는 문제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서 원장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이랑 미소반 선생님 사이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네요. 그럴 땐 삼자 대면이 가장 깔끔해요. 엄마랑 선생님이랑 아이가 만나서 선생님이 아이에게 ‘내가 널 미워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해주면 아이 마음이 풀리겠죠. 그냥 지켜보고만 있으면 아이 마음의 문제는 절대 풀릴 리가 없겠지요. 미소반 선생님한테 계속 무서운 감정이 남아있는데 어린이집 가고 싶을 리가 없겠죠...”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아~ 그 말을 듣는데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저 방관자처럼 “괜찮아질거야”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지는 미소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난 너무 쉽게 미소반 선생님이 낮잠 시간에 안들어오니 괜찮아질거라 단정한 것이다. 민지에게 많이 미안했다. `딸아.... 나는 네 마음을 너무 몰라줬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나는 민지가 얼마나 힘들어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민지를 어떻게 도와줄 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서천석 선생님은 “엄마들은 보통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생각을 안하고 도대체 왜 이 문제가 벌어졌을까만 생각하죠. 저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자주 조언해요. 무조건 어떻게 해결할 지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라고요.”
 

바로 다음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미리 미소반 선생님께 사정을 얘기하고 미소반 선생님께서 민지에게 “화장실 못가게 한 게 민지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해주기로 했다. 미소반 선생님께서는 민지를 보자마자 안아주며 “민지야~ 그날 많이 섭섭했어? 선생님이 민지가 화장실 너무 자주 가니까 그런건데, 민지가 그 일로 힘들었다면 미안해~ 선생님 절대 민지 미워서 그런 것 아니었거든. 민지가 선생님 이해해줄래?”라고 얘기했다. 민지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선생님께 안겼다. 민지 마음이 풀린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민지에게 사과를 해준 미소반 선생님에게도 감사했다.
 

아.... 이렇게 해서 민지 문제가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뭔가 문제가 남았나보다. 이틀 정도 어린이집에 문제없이 가는 것 같더니, 여전히 아침마다 눈뜨면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라고 묻는다. 어린이집 가는 날이라고 하면 울먹울먹한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 오후에 엄마가 빨리 찾으러 왔으면 좋겠다, 5시 차 말고 3시 차 타고 싶다  등등 갈수록 울면서 요구 사항이 다르다. 엄마가 보고 싶다, 어린이집이 재미 없다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도대체 우리 딸의 마음은 언제 괜찮아지는걸까? 나는 뭘 놓치고 있는걸까?

 

아...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한 직장맘인 내겐 더욱 더 그렇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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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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