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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림책 작가, 다케다 미호의 음식그림책 <카레라이스>의 한 장면
양파, 당근, 감자를 볶고 있을 뿐인데 왜 벌써부터 배가 고파지는 걸까!


<오무라이스 잼잼>이란 웹툰을 이제서야 보았다.
인터넷 속을 오며가며 자주 눈에 띄긴 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일본이란 나라가
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가 워낙 많다보니 <오무라이스 잼잼>도 그런 책들 중에 하나겠지..
하는 선입견 때문에 제목에만 점점 익숙해질 뿐, 제대로 챙겨보질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일 때문에 필요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이 웹툰 몇 편을 드디어. 제대로. 보게 되었는데!
어머. 이게 왠일..   딱! 내 취향이잖아!^^
생각한 것보다 음식에 대한 경험과 깊이가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그림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실제 음식을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식욕과 추억과 상상력을 골고루 자극하는 그림이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뭔가 알 수 없는 위로를 얻는 기분이 들었다.
실은, 요즘 베이비트리에 음식 이야기를 시리즈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먹는 것을 주제로 이미 여러 번 썼음에도..)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갈수록 흉흉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먹는 것 꼬박꼬박 해 먹는 게
얼마나 큰 숙제고, 가끔은 고통스러운 일인지 너무도 잘 알기에
쉽게 써지지가 않았다.
이렇게 살기가 팍팍한데, 먹는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뭐 그런 생각도 가끔 들었다.

그런데. <오무라이스 잼잼>을 보니, 그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살기가 고달프고 힘들고 외로울수록, 따뜻하고 맛있는 한 끼가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 그리고 내일 하루 다시 힘내서 살게 하는 희망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래서 오늘은, 아무 계획도 의도도 없이
그냥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 하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마침 우리집 저녁 메뉴가 카레라이스여서,
제목도 '카레라이스 잼잼'이라 붙여보았다.
음식 그림책을 여러 권 쓴,
다케다 미호의 <카레라이스>그림책도 다시 꺼내 보며.

일본인들에게 카레는 정말아주많이억수로, 흔한 음식이다.
요리를 잘 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대충은 만들어 먹는게 카레고
캠핑이나 단체로 사람들이 모였을 때, 큰 냄비에 만들어 먹는 것도 카레고
가정에서도 시간없을 때 후딱 만들어 먹는 게 카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특히 남자아이들(남자사람도^^)이 심하게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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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거면 다 통하는 일본 사람들은
카레를 먹을 때도 이런 단순한 디테일을 놀이처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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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플한 연출은, 엄마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예가 아닐까.
김만 있으면 가능한 데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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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가들의 영웅.
호빵맨에서도 메인3인방 중 하나로 활약 중인 카레빵맨.
일본인들의 카레 사랑이 낳은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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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카레를 만들어 먹다보니, 계절에 따라 카레에 넣는 재료도 다양한 편인데
양파, 당근, 감자 등의 기본 재료 외에
여름엔 제철 채소인 가지, 토마토 등을 넣기도 하고
겨울에도 겨울이 제철인 채소나 식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
오늘, 저녁에 만들 카레에는 겨울이 제철인 시금치와 무를 넣기로.
카레는 냉장고 야채실에 남은 재료 정리하기에 아주 좋은 요리!
식구들에겐  "이런 건 좀 넣지말지.." 하는 소릴 듣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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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밥에 따뜻한 카레를 얌전하게 끼얹고
데친 브로콜리와 달걀로 부족한 반찬을 더하면
뒷설거지가 간단해 좋은 한그릇 음식으로, 저녁이 간편하게 해결된다.
개인적으로 카레를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배고플 땐 허겁지겁, 불평할 새도 없이 한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그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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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냄비에 카레를 하나가득 만들어 뒀다가
둘째 날엔 고로케를 만들거나, 바쁠 땐 밖에서 사와서 '고로케카레'로 먹는다.
한번 만든 카레는 한끼로 절대 끝나는 법이 없어, 이틀, 사흘째까지 이어지는 집도 있는데
한국 엄마들이 오래 집을 비울 때, 곰탕을 끓여두고 나간다면
일본 엄마들은 카레를 한 솥 만들어두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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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씩 뚝딱 먹고나면

설거지도 그릇 몇 개 뿐이니, 빛의 속도로 해치울 수 있어

느긋하게 디저트를 먹는다.

달콤하고 고소한 코코넛비스킷 사이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샌드위치한 이것!

심플한 비주얼이 너무 매력적이다.


아이들은 서로 하나 더 먹겠다고 싸우기 시작.

7살 둘째는 처음부터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쫒아오는 누나를 피해 온 집안을 도망다니는..

겨울 저녁 8시 즈음의 우리집 풍경이다.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시작해

카레라이스 잼잼으로 끝난 오늘 하루.

고단한 하루를 보낸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저녁식사의 이미지를 선물해 준

조경규 작가님, 고마웠어요.^^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들기만 한 우리들을 위해

앞으로도 좋은 그림과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시길.

 



***이룸아~네가 이불텐트 안에서 읽던 이 책의 재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단다.

    아줌마도 군침 흘리면서 너랑 같이 읽어보고 싶구나^^

    필규, 윤정, 이룸이는 이 책 중에 어떤 음식이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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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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