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건 남성이건 성을 도구화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 볼 것도 없다. 마침표 콩! ...다만 남편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임신 과정에서는 남편의 성이 도구화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어렵다.

  시작부터가 그렇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들 한다. 세상에… '별도 본다'가 아니라 '별을 딴다'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하늘만 본다고 별을 딸 수 있는 것 아니다. 우리나라 과학계는, 별을 따기는 커녕 별 근처도 못간 위치에 위성 하나 갖다놓는 나로호 발사도 몇차례씩 연기했고, 결국 지난해엔 씁쓸한 실패도 맛봤다. 별을 따려면 별 근처에 가야지 왜 하늘을 자꾸 보겠다 할까.

  임신이 어디 쉬운가. 어느 쪽엔가 신체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정작 이유를 알고보니 안타까운 경우가 어디 한둘이던가. 적정 시기를 계속 놓치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한달 중 임신이 가능한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 짧으면 하루이틀이다. 그러니 불임의 원인이 반드시 술마시고 늦게 들어온 남편 때문이라고 그 누가 장담할쏘냐.


  품절남(또는 유부남)들끼리의 비밀스런(?) 술자리에선 뼈있는 푸념도 나온다. 

  "임신 안 됐다고 '당신 술 때문이다', '담배 때문이다'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는 얘기만 해대고…."
  "술 마시면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하늘 못 본다'고 그러고 말야. 오히려 술 한잔 한 날이 가능성이 크지 않나."
어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둘째 가져야지?" 하고 묻자, 샐쭉한 표정으로 "몰라요. 오빠한테 물어보세요" 했단다. 어머니 앞에서 무안해졌던 이 '오빠'는 "내가 요새 술을 너무 많이 마셔"라며 친구 앞에서 허허 웃을 뿐이다.

  여성들이 '하늘'을 압박하는 공격적 행태도 이해는 간다. 임신 가능에 대한 일차적 걱정은 대개 여성의 몫인 까닭일테다. 여성은 언젠가는 사회적으로 임신이 멋쩍은 나이가 되고, 언젠가는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나이가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박수소리는 손뼉이 맞아야 난다. 어떤 남편은 예의 그 '품절남 술자리'에서 "내가 종마야?"하고 묻기도 했다.7402833.cms » 임신중 부부관계의 순수를 묻다. 출처: Times of India


  임신에 성공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단계는 '아빠 주사'다. 아빠만이 엄마와 아가에게 놓을 수 있는 주사란 의미인데 별다른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자세한 묘사는 하지 않는다. 19금이다. '붕가붕가'와 대략 같은 의미다. 그래도 못 알아들었으면 패스.)

  태교에 '아빠 주사'가 좋다는 믿음이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엄마의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 하기 때문에 태아도 좋아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부인 임신중 부부관계를 일부러 더욱 열심히 했다는 한 육아책 지은이도 봤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다. 태아가 양수의 떨림을 좋아한다느니 태아의 감성 발달에 좋다느니 하는 설도 있다. 어떤 이유를 댄다 해도 결국 태아를 위해 아빠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의미다.

  아빠 주사라는 '도구'가 가장 절실한 '효용'을 발휘하는 것은 임신 말기다. 임신 관련 인터넷게시판에 가보면 '아빠 주사 효과'를 봤는지 묻고 답하는 글이 많다. 대개 출산일이 임박한 만삭의 산모들이다. 아빠 주사의 주사액(!)에 들어있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은 자궁 수축을 일으킨다고 한다. 때문에 태아가 나올 때가 돼서 아빠 주사를 맞으면 그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가령 태아가 산모 골반보다 커서 난산이 예상되니 좀 빨리 나왔으면 할 때나 예정일이 지났는데 태아가 나올 기미가 없을 때, 임산부 커뮤니티는 서로서로 아빠 주사를 권한다. 한 대학병원의 고참 간호사는 "합방해서 터뜨려야 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출산 뒤는 어떨까. 의사들은 산모의 회복을 위해 4-6주간 부부관계를 만류한다. 그럼에도 남편들은 또 '성적으로' 할 일이 있다. 아기엄마 가슴에 젖은 도는데 잘 안 나오지 않으면, 남편이 젖을 빨아줘야 한다고들 한다. 남편이 세찬 흡입력으로 유선(저장고에서 젖꼭지까지 이르는 파이프)을 키워주는 작업이다. 아기보다 아빠가 빠는 힘이 세다는 게 전제다. 젖이 안 나오면, 아기는 아기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엄마는 엄마대로 젖몸살이 난다. 남편이 '할 일'을 제대로 해야 되는 이유다. 그렇게 도구화된 흡입 행위가 과거 잠자리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을지는, 글쎄 그것도 19금이다.

  남편 성을 도구로 이용해서, 임신 및 출산이 좀 나아질까? 하늘 바라기야 워낙 임신에 필수 과정이지만, 어떤 이는 하룻밤만 자도 만리장성을 쌓고 어떤 이는 몇 밤을 자도 둘이서만 좋다. 아빠 주사와 세찬 흡입력의 효과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 의사들은 임신 초기엔 아빠 주사가 위험하다고 본다. 임신 말기에도 권하지 않는 의사도 많다. 또 젖몸살이 왔다고 세찬 흡입력을 동원했다가 젖꼭지에 상처라도 생기면 아기에게 젖 먹이기가 또 힘들어진다.

  그 가치도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사랑하는 아기를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할까 하는 관점에서는, 잠시 이런 과정 있은들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해소가 순환하는 성생활의 질서를 흩뜨렸으니 앞으로가 원만할까 걱정도 된다. 서로가 조금씩 이해 폭을 넓히는 게 가장 좋을테다.

  누군가 이렇게 물을 것 같다. "이번엔 왜 당신 얘기가 없소? 한 번 털어놔보시오." 글쎄… 난 그것부터가 내 성의 도구화인 것 같아서,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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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기자
아이 둘의 아빠인 <한겨레21> 기자. 21세기 인류에게 육아는 남녀 공통의 과제라고 믿는다. 육아휴직 등으로 나름 노력해봤지만 역시 혼자 가능한 일은 아니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어렴풋하나마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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