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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엄마~ 우리 공연할거야. 불 끄고 이제부터 공연 시작합니다. 불 꺼주세요. 친구들~ 오늘 무슨 공연 보러 왔지요?
나: 번개맨!
딸:그래요. 지금부터 여러분의 친구 번개맨이 나와 멋진 춤을 보여줄거예요. 그런데 공연 시작 전에 우리 친구들한테 알려줄 게 있어요. 자~ 따라해보세요~
나: 네~
딸:첫째,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지 않기
나:첫째,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지 않기
딸:둘째, 친구들과 얘기하지 말고 공연에 집중하기
나:둘째, 친구들과 얘기하지 말고 공연에 집중하기
딸:네~ 잘 했어요~ 우리 친구들 잘 할 수 있죠~
나: 네!
딸: 자, 지금부터 공연 시작합니다. 번개맨이 나옵니다. 모두 박수!
나와 이모: (박수를 치며) 번개맨! 번개맨!
아들: 짜잔~~~ 나는 번개맨이다. 흡! 흡!
 
딸과 아들은 요즘 밤마다 침대 위에서 취침 전 공연을 한다. 한동안 취침 전 책읽기를 했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싶다해서 공연을 한다. 다른 아이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번개맨’에 대한 사랑이 확 줄어들던데, 우리 아이들은 교육방송 <모여라 딩동댕>에 나오는 뮤지컬이 아직까지 재밌나보다. 아들은 거의 ‘번개맨’에 빙의가 되어 여전히 번개맨의 역할을 자임하고, 딸은 공연 진행자가 됐다가 발레리나가 됐다 요가 시범가가 되기도 한다. 엄마인 나와 이모님은 청중이 되어 “번개맨! 번개맨!”을 외치고, 공연 진행자인 딸이 청중에게 질문을 하면 답도 한다. 아들은 시디 플레이어를 가지고 와 각종 시디를 번갈아 끼우며 음악 감독 역할도 한다. 침대가 높은데다 아이들이 워낙 열심히 공연을 펼쳐 정말 공연장과 흡사한 분위기가 되고 만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연을 펼치며 깔깔깔 웃는다. 그저 그 순간을 즐기고,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자기 몸의 느낌을 알아간다. 누가 이 아이들에게 공연을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다. 아이들 스스로 기획해서 엄마와 이모 앞에서 신이 나서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다. 아이들 공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어찌나 신 나고 행복해하는지 나 역시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진정한 놀이의 모습은 이렇게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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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있어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린이놀이운동가 편해문 선생은 그의 저서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에서 “놀이는 머리가 좋아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을 미래가 아닌 오늘 당장 만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즐거울 때, 행복할 때 느낌이 어떤지 알아야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무언가를 더듬거리며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놀이 속에 있는 모든 아이가 주인 노릇을 할 때 그것이 놀이다. 놀이라는 것은 대부분 혼자 할 수 없고 함께 한다”라고도 말한다.
 
<그릿><회복탄력성>의 지은이인 김주환 연세대 휴먼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도 아이들이 놀면서 자율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은 자유 자재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놀이를 통해 자기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의지력과 노력 자체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자율성이 있어야 마음 속에 뭔가를 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되고, 동기 부여가 돼야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뚝심도 생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대학생도 많고, 취업을 한 뒤에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려하지 않으려면 아이들 스스로 하는 놀이를 적극 독려해야 할 일이다.
 
밤마다 아이들이 공연을 펼친다고 할 때면 가끔 피곤해서 얼른 불 끄고 잠이나 자자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최근 ‘성격 강점’에 대한 취재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뚝심, 호기심, 열정, 낙관적 정서 등 ‘성격 강점’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더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자 하는 욕구를 꺾고 싶지 않다. 다만, 너무 늦게 잠을 자 다음날의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안되니 공연 시간 규칙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얘들아~ 앞으로도 그렇게 신 나게 놀아라!

엄마가 응원할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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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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