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b0fcf8bf125fe91d5bedc8eb597a8d8.8월 중순이 예정일이니, 이제 출산까지 한달 남짓 남았다. 셋째 임신이라 그런지, 나이 탓인지, 몸과 마음이 첫째·둘째 때와 달리 상당히 지치고 고단하다. 이른 취침, 늦은 기상, 수시로 몰려오는 낮잠, 더위, 이동시마다 느껴지는 온몸의 뻐근함과 아랫배 뭉침? 그럼에도 여유가 없다. 당장 7월 말까지 ‘베이비트리 개편’ 관련된 일을 마무리 해놓고 출산휴가를 가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돌파구는 있는 법인가 보다! 얼마 전까지 이런 내게 기운을 북돋운 건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었다. ‘국민적 호감 스타’ 독고진과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의 알콩달콩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16부작 내내 웃으며, 울며 재밌게 봤더랬다. 오죽하면~ 매주 수, 목요일만 눈 빠지게 기다렸을까! (결혼한 모든 여성이 그렇듯,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사랑’, 이미 지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 또는 ‘추억’을 그리워하며 이런 말랑말랑한 사랑 얘기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마치 내가 드라마 속 구애정이 된 양 착각하면서~ 대리만족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얼마나 행복한가???? ^^ )



<최고의 사랑>이 종영하고 난 뒤, 한동안 허전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임신으로 그렇지 않아도, 내 사회생활의 반경이 과거의 1/10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탓이기도 했다. (친구나 지인들 만나기도 부담스럽고, 술도 못마시고, 늦게까지 놀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버거울 때가 많다...) 집-회사-출입처 등을 오가는 생활, 퇴근시간이 되면 곧바로 집 근처로 와 두 딸내미들을 찾아, 아파트 놀이터에서 잠시 놀게 한 뒤(저녁 8시~8시30분까지), 집에 데려와 밥 먹이고, 씻기고, 잠깐 책 읽어주거나 놀아주면서 지지고 볶다보면 훌쩍 10시~11시가 되기 일쑤! 그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면 하루 일과가 쫑!!! 난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똑같은 일상...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나를 들뜨게 하는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생각해 보건데, 이건 ‘셋째’ 임신을 했기에 가능한 거다!!! 바로 동네 아줌마들과의 교류가 이전보다 200% 이상 아니 그 몇배로 활발해졌다는 거다. 우리 동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전세값, 매매값)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0~7살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부쩍 늘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탓에, 불행하게도 동네 아줌마들을 사귈 기회가 많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만나도 인사를 하는 수준이거나, 가끔 수다를 떠는 정도였다. 그런데 셋째를 임신하고 나니 아파트 내 또래 엄마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첫째, 셋째를 가졌다는 신기함? 둘째, 셋째를 가진 이유에 대한 궁금증? 셋째, 셋째 임신 뒤 심경의 변화? 넷째, 힘들지는 않은지? 다섯째, 셋째 낳으면 정말 지원이 많은지? 등등 내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거다.



대체로 첫 마디는 이렇다.



“잘 사시나 봐요? 요즘은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셋째를 낳는데...”



내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 사고죠... 호호.”



“그래도 어떻게 셋째 가질 생각을 하셨어요?”



“생겼으니까 낳아야죠. 하늘이 주신 생명인데. 힘들어도 잘 키워봐야죠.”



“우리 구는 셋째 지원도 강남,서초구처럼 많지도 않고 한데, 강남으로 이사가셨어야죠?”



“하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할 걸 그랬어요. 넷째 낳게 되면 그래야할까 봐요.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는 세자녀를 둔 집이 꽤 돼요.”



내 대답의 레퍼토리는 대개 이렇다. 정말 구로동, 잘 살지도 못하는 우리 동네, 우리 아파트에는 셋째를 낳은 집이 많긴 한다. 내가 아는 집만 10여 가구 정도는 된다. 올해만 셋째를 낳은 집도 여럿 있다. 또한 이미 셋째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도 여럿 있다.



딸 셋을 키우는 태연이네, 아들 셋을 키우는 성훈이네, 2남1녀를 키우는 서빈이네, 늦둥이 딸을 둔 유나네, 몇달 전 셋째를 낳은 민지네, 3남매를 둔 유진이네... 등등. 모두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음에도, 아이 셋을 꿋꿋하게 키워내고 있어서 임신 뒤부터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엄마들이기도 하다. 



특히 태연이네와 성훈이네는 나와 나이가 같거나 한살 어린데다, 나처럼 동성인 아이들만 셋을 키우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더 ‘말이 통했다’. 그 덕분에 이 엄마들하고는 최근에 급격히 친해졌다. ‘동병상련’(성별이 같은 아이만 키우고 있는... ㅋㅋ)의 경험을 나누고 있어서랄까? 아예 요즘에는 놀이터에 나갈 때 돗자리와 먹을 것을 갖고 나가 턱하지 자리를 잡고 앉아 몇 시간씩 수다를 떤다. 지난 토요일에도 하루 종일 수다를 떨었다.



아이들의 또래가 비슷하고, 셋을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에 이야기거리가 늘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수다 떠는 걸 보고, 임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덩달아 생겼다. 일례로, 둘째를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수민 엄마는 얼마 전 임신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웃은 아니지만, 내 친구는 첫째를 제왕절개로 나았는데, 지난주 둘째를 자연분만으로 낳았다. 일명, 브이백 분만. 그 이유는 셋째 아이를 낳기 위함이었다나? 내가 셋째 임신을 한 것을 보고, 자신도 아이를 더 낳고 싶어졌다고 한다... ㅋㅋ  )



그 뿐인가! 성훈이 엄마는 요즘 우리집에 밑반찬을 챙겨 보내느라 난리다. 짜장, 생선지리, 계란찜, 숙주나물, 부추전, 브로콜리, 매실 등등. 음식을 할 때마다 ‘내 생각이 났다’며 가져다 준다.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덕분에 나도 없는 실력이지만, 가끔 음식을 하게 되는 날이면 성훈이네부터 간다. 양념용으로 쓰라고 멸치 간 것을 갖다 주기도 하고, 지난 일요일 비가오는 날에는 부추·호박전을 부쳐 날랐다.... 가는 정, 오는 정이다.



이렇게 소중한 이웃들을 알게 된 건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셋째 딸 ‘아침’(태명, 큰딸 수아가 지었음)이가 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 임신으로 물론 잃은 것도 없지 않겠지만 셋째를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동네 또래 엄마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겠는가! 8월 출산을 계기로, 휴가와 휴직을 하게 되면 아마 동네 아줌마들과 더 친밀한 유대관게를 쌓을 수 있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내가 아줌마들한테 하는 말은, 



“지금은 제가 낮에 없어서 그런데, 저 쉴 때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맛난 거 많이 해드릴께요. 호호호.. ”



이 말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웃과의 교류가 없어진 지 오래라고 하지만, (물론 나 역시 ‘이웃사촌’의 정을 그동안 느끼지 못하고 살았지만...) 셋째를 임신하게 되면서 ‘이웃’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다. 더불어, ‘아이를 낳는 일’을 결코 부끄러워 하거나, 꺼려할 일이 아니라는 점도 깨닫고 있다. 부모로서 희생해야 하고, 포기해야 할 것들, 경제적으로 비록 넉넉지 못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 또는 ‘기쁨’과 ‘행복’이 온다는 걸 깨닫고 있어서다. 이러다가 정말 ‘다산’ 홍보대사가 되는 건 아닌지!!!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내 이웃들과의 그 소중한 인연을 잘 가꾸고 유지하는 것이 먼저다. 정말 노력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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