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6daa33d17374e22614fca5996bee9d.“여성들이 출산의 고통에도 아이를 계속 낳는 이유가 뭐야? 그 사이 그 고통을 까먹어서 그렇다며??”



얼마 전 친한 후배가 내게 이렇게 묻기에, 이렇게 답했다. “까먹는 건 아니고, 몇시간만 참으면 되니까 눈 딱감고 참는 거지. 오히려 고통의 강도와 세기를 아니까 난 더 두렵던걸?” 덧붙여 “태어난 아이들이 내게 주는 기쁨이 그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니까.”라고. 



그런데 이렇게  말을 뱉고 나니, 좀 찜찜하다. 그러고 보니, 출산 횟수가 더해질수록 고통에 익숙(?)해지고, 점점 무덤덤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 진통 때는 비록 고함까지 내지르지 않았지만 진통이 더해질수록 옆에 계시던 시어머니를 꽉 안고 참았다.



반면 둘째 아이 때는 진통을 혼자 자~알 견뎌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내 곁에서 졸고 있는 남편이 안쓰러워 차에 가서 진통하는 동안 쉬다 오라고까지 할 정도로 담담히 맞았다. 어차피 고통은 나 혼자 겪어야 하는 것이기에...



여기까지는 좋다. 출산의 경험이 더해간 것과 비례해 진통을 대견하게도 잘 참아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출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절대 무감각, 무덤덤해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런데 셋째를 임신한 뒤부터는 그것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다. 바로 태교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만해도 ‘태교’에 대한 나의 집착은 광적이었다. 태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기의 인성과 두뇌가 결정된다는데 그걸 대놓고 무시할 엄마가 어디 있으랴! 집에 가득 쌓아두었던 가요 시디를 창고 깊숙이 넣어두는 대신 클래식 전집 시리즈를 방안 가득 들여놓았다. 매번 들을 때마다 어느 작곡가의 무슨 곡인지조차 헷갈려 하면서도 꾸역꾸역 비발디, 모차르트, 쇼팽 등의 음악이 귀에 익숙해지도록 부던히도 노력했다. 심지어 잠자는 동안이라도 아이가 듣고 즐길 수 있도록 소리를 듣기 편할 정도로 잔잔하게 낮춰 놓고 밤새 음악시디가 돌아가게 했다. (아이라도 듣고 편안해하라고 말이다!!) 가끔 클래식 음악만 끊임없이 나오는 시디를 듣는 것이 지겨울 땐,  라디오 KBS 제1 FM(클래식 음악채널) 93.1을 들으며 무료함을 달래곤 했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도 엠피3으로 라디오를 듣거나, 태교 음악을 들었다. 또 의식적으로라도 책을 더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뿐인가! 나 못지 않게 남편이 태교에 쏟는 정성도 대단했다. 퇴근 한 뒤 매일 밤 하루도 빠짐없이 배마사지를 해주며 오랜시간 태담을 했고, 동화책을 읽어줬다. 심지어 해금연주가 정수년 교수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beautiful things in life)>(참고로, 이 시디는 태교음악으로 강추!다.) 시디를 구해와 나에게 권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때는 신혼 초(우리는 결혼 3개월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여서 그런지, 나와 남편이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이와 충분한 교감을 나눴더랬다.



그런데 둘째를 임신할 때는 첫째 만큼 태교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태교에 좋다는 음악을 골라들었을 뿐이다. 남편이 내게 매일 해줬던 배마사지(이미 첫아이 임신 때 배가 틀 만큼 튼 상태였으므로...), 태담, 동화책 읽어주기 역시 띄엄띄엄 횟수가 줄더니, 막달 즈음이 되서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물론 그때 남편이 바쁜 시기이기도 했지만, 첫째 때만큼 관심과 의무감이 사라진 것은 분명했다. 첫째 때만큼 나라도 태교에 신경을 썼더라면, 그런 남편에게 잔소리라도 세게(?)  했을 터인데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태교와는 담을 쌓은 채 그냥 그렇게 10개월의 임신기간을 보냈다.



그나마 둘째까지는 낫다. 문제는 이번 셋째 아이다. 정말 태교를 안한다. 우리 집에서 정말 ‘태교가 종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계획에 없던 임신이라는 이유로 내가 셋째 아이한테 사랑은커녕 적잖은 스트레스를 줬음에도 말이다. (아이를 낳네, 포기하네 망설였고. 딸이라는 소식에 또 얼마나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던가!) 클래식 음악은 아예 들은 적도 없고, 첫째와 둘째 임신 때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정수년 교수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역시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더 텔레비전 드라마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빠져들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셋째아이 태명을 불러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참고로 아이들의 태명은 첫째 햇살, 둘째 둥이, 셋째 아침(이건 큰딸이 지어준 이름이다)이다. “아침아~ ”로 시작되는 대화(태담)를 나눈 기억도 지난 7개월 동안 거의 없다니!!! 그러고 보니, 남편도 나만큼이나 셋째아이 태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은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인 둘째딸을 보면서 “우리가 태교를 제대로 안해서 그렇다”며 안타까워하곤 했다. 그런 논리가 맞다면, 8월에 태어날 셋째 아이는 오죽할까? 슬슬 걱정과 반성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하필 며칠 전 <뇌과학이 밝혀낸 놀라운 태교이야기>란 책을 읽었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김수용 교수가 태교의 중요성과 원리, 효과 등을 뇌기능 연구 성과를 빌어 설명한 책이다. 내용인 즉, 태아가 3개월 때부터 엄마의 몸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이를 통해 뇌 훈련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이때 생성된 과학적 질서가 아이의 두뇌와 미래를 결정한다 는 사실이다. 일례로, 아기와의 충분한 대화, 아기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태아의 뇌와 언어중추를 자극하지만 그 반대이거나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의 뇌 신경 활동이 저하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반항아 기질 등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슬슬 고민이 앞선다. 벌써 7개월인데, 우리 셋째는 그동안 태교는커녕 엄마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뇌의 신경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다. 내가 셋째 ‘아침’이한테 사랑과 관심을 듬뿍 베풀지도 않았을 뿐더러 딸이라는 이유로 집안 어른들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임신 초기에는 임신 자체를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내가 좋은 음악을 찾아 듣거나 양서를 골라 읽은 적이 없으며, 태담을 통해 아이와 충분한 교감을 나누지도 않았다!!! 그동안 뱃속의 ‘아침’이가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임신 중에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았다는 점이다. 태교음악을 듣지 않았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분 좋게 접하고 즐기려고 했으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생활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런데 <~ 태교이야기> 책에도 이런 얘기가 있었다. 태교를 한다고 스스로 공감하지도 않으면서 클래식을 듣거나 먹기 싫은 음식을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는 것은 오히려 태아한테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이다. 휴~~



그동안 우리 셋째는 내게 ‘왕성한 태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초음파 검사 때마다 한쪽 손을 올리며 인사를 한 건 바로 자신에게 ‘사랑’을 달라는 신호였던 셈이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아이한테 사랑을 주는 일, 대화를 나누는 일, 따뜻한 손으로 수시로 배를 쓰다듬는 일부터 실천해야겠다.  클래식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태아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3개월 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침’을 환하게 맞기 위해서 말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은 지난 겨울 10여년 만에 직접 목도리 뜨기에 도전한 나의 모습이다. 임신 사실과 상관 없이 한 것이었는데, 임신 중에 이렇게 손을 쓰는 일을 하는 것이 태교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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