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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춤추는 엄마다.

혼자도 추고

같이도 추고

즐거워도 추고

슬퍼도 추고

마음이 복잡해도 추고

화가 나도 춘다.

춤추는 게 일이다.

나의 직업은 춤 세라피스트.

 

스무 살에 재즈 댄스를 배우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그 때부터 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 춤을 추었다.

재즈 댄스, 살사, 현대 무용을 경험하면서

내 마음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춤을 추고 싶다고 열망할 때

춤 세라피를 만났다.

춤 세라피로 나도 몰랐던 나의 내면 세상을 깊이 깊이 여행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춤은 나의 밥이 되었다.

매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밥.

바다를 낳은 첫 날 밤 찾아온 낯설음과 두려움과 행복감도

춤을 추면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육아 때문에 힘들어서 숨을 제대로 못 쉴 때도

춤을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추고 나서야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매일 매일 춤을 추면서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화, 외로움, 불안 같은,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들을 만나고 또 보내주었다.


바다가 네 살, 하늘이가 두 살이 된 요즘 

결혼 전에 그랬던 것 처럼 다시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엄마가 된 후여서 그런가,

다른 사람의 내면에 더 마음이 쓰인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들의 춤이 궁금하다.

더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서른 살에 대전에 살면서 서울로 춤 세라피 유학을 다녔던 것처럼

아이 둘을 큰산한테 맡기고 제주도에서 서울로 춤 세라피 유학을 다니고 있다.

먼저 공부를 권유하고 아이들을 기꺼이 돌봐주는 나의 남편, 큰산 정말 짱!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고 만나는 사람들이 좋고

춤의 세계, 몸의 세계, 마음의 세계가 가슴 벅차게 신비롭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춤으로 목숨을 연명해보고 나서야

춤이, 춤 세라피가 보인다.

 

내가 엄마여서 고마운 것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고마운 것이 이것이다.

춤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준 것.

바다 하늘이가 어른이 되고

손자 손녀들이 자라고

내가 흰머리 할머니가 되어도

춤을 추는 사람이고 싶다.

손녀가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우리 집에 춤추러 오고 싶다고 전화하면

그래 오너라 해서 같이 시원하게 춤 한 판 벌이는 할머니이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본성인 사랑과 자유를 회복하고

따뜻하고 풍요로우면서도 깃털처럼 가벼운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고 싶다.

나도 내 가족과 함께 그런 삶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

 

춤추는 엄마.

하, 

어느덧 이런 엄마가 되어있는 내가 참 고맙다.

 

제가 그림을 자주 그리지 못 한 이유가 이거랍니다.

제주도는 춤을 추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에요.

춤이 본성의 움직임이라 본성을 일깨우는 자연이 큰 힘이 되거든요.

요즘 바다 하늘이가 일찍 자고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서 해 뜨는 것을 함께 보는데 

그것도 참 좋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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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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