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이 제주에 와서 낚시가 취미가 됐다. 4년 전 제주에 와서 원래 낚시를 할 수 없었으나, 윤슬이가 낚시하러 가자고 틈만 나면 졸랐다. 제주 와서 다음 해 여름에 싸구려 낚시대 하나를 사서 바다로 갔다. 첫 낚시에 겨우 작은 물고기 세 마리를 잡았다. 윤슬이는 작은 물고기 세 마리에도 신이 났다. 그 해 가을, 아내는 페이스북 지인이 올린 낚시학교 모집 글을 보고 참가신청을 했다. 이제는 낚시가 취미가 됐다.

 

나는 부산 광안리에서 30년 동안 살았다.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집이 있었다. 당연히 어렸을 때 바닷가에 자주 놀러갔다. 여름에는 거의 매일 해수욕을 했다. 지금은 광안리 바닷가에서 게나 소라, 고동 등 생명체들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바닷가나 갯바위에 뭍 생명들이 많이 살았다. 갯바위에서 게를 잡으면서 놀기도 했고, 불을 피워 구워 먹기도 했다. 그 조그마한 게에서 먹을 살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무척 맛있게 먹었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가 돼서는 친구들 몇이서 대나무 낚시대를 사서 바다 낚시를 했다. 낚시를 한다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득한 채 낚시점에 가서 싸구려 대나무 낚시대를 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찌가 들어가고 낚시대를 들면 파닥거리며 올라오던 물고기의 기억도 선명하다.

 

낚시를 하고 나서 다음 날,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네는 아직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밥상에 전 날 잡은 물고기로 만든 매운탕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저 더러운 물고기를 먹다니, 아프면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했다. 또 친구 집이 가난해서 저 물고기를 먹는 건가라고까지 생각했다. 나는 낚시를 해서 잡아온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 당시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생활오폐수가 여과 없이 그대로 흘러 들어갔다. 먹지 않은 물고기는 아마 쓰레기통으로 가지 않았을까.

   

고망낚시-1.jpg  

 

윤슬이가 릴 낚시를 배우기 전에 고망(구멍)낚시를 했다. 고망낚시로 잡은 물고기.     

 

지금은 잡아 온 물고기를 꼭 먹는다. 살아 있는 것을 잡는 만큼 먹어야 한다. 생명이 없어지는 일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야 한다. 낚시하는 재미만으로, 흔히 말하는 손맛으로만 낚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낚시 학교에서 배운 것은 세 가지였다. 낚시하는 방법,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 법과 어종에 따라 맛있게 먹는 법을 배웠다.

   

물고기를 손질한다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 살아 있는, 혹은 좀 전까지 살아 있는 물고기를 칼로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일은 몇 십번을 해도 여전히 곤혹스럽다. 피를 보는 일이며, 뭉클뭉클한 내장을 손으로 만져야 한다. 먹기 위해서는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손질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물고기를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다.

 

대안학교 아이들이 직접 돼지나 닭을 잡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닭고기와 생선은 상품이다. 직접 잡아서 손질을 하게 되면 이들이 상품 이전에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도 수렵과 채취를 해서 생활하는 오지의 원주민들은 자연과 생명의 고마움을 알고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얻어 온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되고, 자급자족과 멀어진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과도한 소비와 쓰레기를 만든다.

낚시학교에서 배운 게 또 있다. 제주 토박이 낚시 선생님은 잡은 물고기를 반드시 바다에서 손질하라고 강조했다. 손질 할 때 나온 부산물들이 집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이지만, 바다에서는 다른 생명들의 먹이가 된다.

 

육지에 살 때는 취미가 없었지만, 제주에 와서 낚시라는 취미가 생겼다. 남편이 낚시를 취미를 삼으면 아내를 포함해 온 가족이 싫어하지 않냐고. 여기는 제주다. 내가 사는 집에서 바다는 걸어서 5분 거리. 윤슬이도 낚시를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과 함께 집 앞 바다에서 종종 낚시를 한다. 그 때는 나는 낚시를 하지 않는다. 윤슬이만 하고, 나는 옆에서 도와준다. 틈틈이 아내의 허락을 받아 한 달에 1,2번 정도 두, 세 시간 나만의 낚시를 한다

 

윤슬이낚시-1.jpg    

애월항에서 윤슬이가 릴 낚시를 하고 있다. 애월항은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다.  

 

아이들에게도 낚시를 하기 전에 꼭 약속을 받는다. 잡으면 먹어야 한다고. 윤슬이가 바다에 가면 주위 낚시꾼 중에서 가장 어리다. 윤슬이가 제법 낚시를 잘한다. 던지는 대로 쏙쏙 고등어 새끼, 각재기 등을 뽑아 올리면 주위 어른들이 감탄한다. 나는 속으로 그만 잡지. 저걸 언제 다 손질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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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잡은 쥐치와 벵에돔으로 만든 저녁 반찬.

 

오늘 새벽,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는 사이에 바다에 나가 잠시 낚시를 했다. 쥐치와 벵에돔을 잡았다. 저녁 반찬거리로 식탁에 올렸다. 벵에돔은 구이로, 쥐치는 회로. 윤슬이는 회를 주로 먹었다. 벵에돔은 은유가 한 마리를 거의 다 먹었다. 은유는 물고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줘?”냐고 물었다. 나는 단백질을 준다피와 살이 된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오늘 저녁 직접 잡은 물고기를 반찬으로 잘 먹었다. 제주 바다와 물고기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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