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복수
하늘이를 재우는 동안 바다는 자기 방에서 조용히 놀았다.
조용히 하라는 나의 윽박을 여러 번 듣고.
하늘이의 엄청난 울음을 대가로 치른 수면 교육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젖을 물려서 재우고 있는 것이 우울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잠든 하늘이의 방을 나왔다.
바다는 그제야 방에서 나와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하늘이 자니까 조용히 하자.” 그래도 종알종알 큰 소리로 말을 한다.
안되겠다. 부엌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여기서 저녁을 먹어야지 생각하며 음식을 꺼내는데
하늘이가 깨서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야! 하늘이 깼잖아!!!”
“네가 하늘이 재울 수 있어? 엄마도 못 재워! 왜 깨워!”
절망스러운 얼굴로 화를 내며 하늘이 방으로 들어갔고 또 젖을 물려서 재우고 있는데
바다가 문을 열어놓고 책을 읽는 소리가 들린다. 바다 소리를 듣고 하늘이가 움찔하며 눈을 떴다.
아, 안돼...
나는 몸을 최대한 일으켜 작은 소리로 “바다야, 문 닫아.” 라고 했지만
바다는 못 들은 척 책을 읽고 있다. 계속해서 문을 닫으라고 했지만 안 통한다.
어떡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바다가 내 방에 들어가 뭔가를 하고 있네? 조용해졌다.
그 사이 하늘이를 무사히 재우고 바다한테 가봤더니...
오, 마이, 갓!!!!
일이 벌어졌다.
내 그림에 엄청난 테러를 한 것이다.
와...
난 그 순간 얼어붙었고 바다의 초조한 눈빛을 느끼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우뚝 서있었다.
그 당황스러움과 화를 어떻게 할지 몰라 일단 화장실로 갔다.
변기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옆에 있는 큰 아크릴화에 손을 안대서 다행이란 생각과
바다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바다에게 가서 화가 많이 났었냐고 물으니 그랬단다.
꼭 안았다.
하늘이 재울 때 조용히 있어야 되는 게 힘드냐고 물으니
“조금 재우면 괜찮아. 그런데 많이 재우면 엄~청 힘들어.” 란다.
아유, 이 녀석. 그렇게 힘든데 참았구나. 미안하다 정말.
이왕 수면 교육도 물 건너갔으니
바다를 희생 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하늘이를 재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같이 그림을 보면서 웃었다. 정말 대단한 분노의 선이다.
그 그림을 넘기고 새 종이에 같이 그림을 그렸다.
내가 색칠을 하고 바다가 붓에 물을 묻혀 칠했는데 내 분노도 만만치 않았다.
생각대로 안 되는 육아에 대한 분노, 화 내기 싫은데 화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
내 그림이 망쳐진 것에 대한 분노...
우리는 세 장의 그림을 더 그렸고 그리고 나서 편안하게 밥을 먹고 잤다.
지금은 하늘이를 안고 바다와 옥상에 올라가 놀면서 하늘이를 재우고 있다.
그리고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젖 물리고 재운다는 엄마가 많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젖을 물리고 있다.
다시 봐도 웃긴 이 그림. 약간 무섭긴 하지만 이 그림이 재우는 시간의 평화를 가져왔으니
안 고마울 수가 없다.
그리고 많이 큰 바다. 엄마가 밉고 자기가 화가 난 걸 이렇게 표현할 줄 알다니.
내 그림에 낙서한 건 분명히 싫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대견하다.
참.
신세계는 계속 되는구나.
<같이 그린 그림>
2015. 10. 15
+
베이비트리 가족 여러분~
저 다음 달에 제주도로 이사 가요.
제주의 자연이 좋고 큰산 (바다 아빠) 일도 있어서요.
제주 생활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저희가 갈 동네가 팬션 마을인데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가 가능한 곳이니 놀러오세요^ ^
뽀뇨 아버님~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