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부터 자전거가 타고 싶었다. 봄이 되니 무거워진 몸무게를 좀 줄이고 싶었고 야외활동도 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나눔 하는 자전거가 없나 살펴보던 중에 길거리에서 고장난 자전거를 발견했다. 며칠째 방치된 자전거를 집으로 가져와서 고친 후 타보니 잘 굴러갔다.

우리 집엔 유아용 자전거와 어린이용 자전거, 최근에 내 손에 들어온 자전거까지 3대가 있다. 자전거를 고친 후에 바로 뽀뇨와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탈줄 모르는 딸에게 균형은 어떻게 잡는지, 방향은 어떻게 트는지 가르쳐주었다. 아이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하루 이틀 타보니 곧잘 잘 탄다.

나는 초등 5~6학년 때인가 아버지가 어디서 가져온 어린이용 자전거를 처음으로 탔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마이마이 카세트에 비틀즈 테이프를 넣고 ‘헤이 쥬드’를 들으며 자전거를 타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쓰레기통으로 돌진한 기억들도 어제같이 기억 난다.

하나도 생각나지 않던 어릴적 기억들이 아이와 관련된 작은 소품이 연결되면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기억의 수면에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결혼 전 아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던 추억이다. 10년도 더 된 일인데 아내는 아직도 자전거를 잘 못 탄다. 신사초등학교에서 연습 후에 불광천변에서 아내와 자전거를 탔고 근처 설렁탕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며칠째 뽀뇨는 자전거타기에 흠뻑 취해있다. 주말에 뽀뇨랑 농장에 가려고 했는데 자전거도 타고 싶다고 해서 트럭에 자전거 2대를 실었다. 전날 비가 와서 장화 신고 밭에 들어갔더니 흙이 잔뜩 묻었고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일찍 마치고 자전거를 탔다. 좁은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뽀뇨는 신나게 오르막길도 힘든 내색없이 잘 탔다. 나는 주변 밭에 자라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감자꽃이며, 황금보리며 쳐다만 봐도 더 이상의 행복이 없을것 같았다.

농로에서 나와 해안도로에 들어서니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넓기도 넓은데다가 차도 별로 없어서 걱정 없이 탈수 있었다. 조금 전 까지 삐뚤빼뚤 자전거를 몰 던 아이가 이제는 속력을 올려 나를 추월했다. 뭐든 아이들이 빨리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 배우는데 자신감이 붙은 뽀뇨는 요즘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배운 영어를 동생에게 가르쳐 주느라 신이 났다. 유현이는 유현이대로 유치원에서 배우고 누나에게서 익힌 영어노래를 흥얼거리며 잘 부른다. 물론 정확한 철자발음은 하나도 없지만.

뽀뇨와 나를 위한 자전거타기에 보너스가 있다면 오늘 자전거를 타다 만난 돌고래떼들이다. 무릉리, 영락리 바닷가 근처에 돌고래들이 많이 출몰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큰 항구가 없고 풍력발전기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돌고래들은 수면위로 헤엄을 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헤엄치며 노는 모습이 아빠랑 자전거 타는 우리 둘 부녀를 닮은 듯 하다. 오늘 뽀뇨의 일기장 소재는 걱정이 없다.

처음엔 텃밭에 가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걸로 뽀뇨를 꼬셨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트럭에 자전거만 실으면 우린 텃밭에서 놀고 자전거타며 놀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한창 때가 지나간다.

좁은 농로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연습하는 뽀뇨.jpg » 좁은 농로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연습하는 뽀뇨

감자꽃이 참 예쁘다.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지 사람들은 모를거야.jpg » 감자꽃이 참 예쁘다.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지 사람들은 모를거야

돌고래.jpg » 자전거 타며 만난 돌고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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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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