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을 넘어선 케이티는 요즘 어금니와 전쟁 중. 

다른 건 몰라도 맨밥에 김, 두부, 계란 쯤은 잘 먹던 아이가 이젠 그마저도 잘 안 먹는다. 

잘 먹던 바나나, 딸기도 주춤하고 새로 올라오는 어금니가 성가신지 침을 후두둑 흘리며 성질을 부리다 겨우 우유, 플레인 요거트, 바삭하게 구운 또띠야나 조금 먹고 만다.


미국에서 한식을 먹으며 영유아기 아기 키우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한인 마트가 있긴 하지만, 식재료 대부분이 냉동/인스턴트 식품이고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라 아이에게 먹이기에 적당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관리는 얼마나 안 되고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한국 토종 입맛 소유자인 나와 남편이지만 한 달에 한 번 한인 마트에서 장 볼 때마다 주먹을 부르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맨날 먹는 반찬은 콩자반, 멸치볶음, 어묵볶음, 뭐 이런 것들이고, 나물 좋아하는 내가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곤 집 앞 아시안 마트에서도 파는 콩나물과 미국 마트에 나오는 시금치, 가지 뿐.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건 이 중에서도 가짓수가 더 줄어들다 보니 케이티는 맨날 두부, 계란, 잡채, 국수, 파스타 등 예닐곱 개 밖에 안 되는 음식을 번갈아 먹게 된다. 


안되겠다 싶어 새로운 메뉴를 몇 개 추가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 절대 직접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 배추 물김치와 손만두!

사실 나는 정말로 김치 담그는 건 생각도 못 해 보고 살았다. 어릴 적 우리집 김치는 외할머니가 몇 달에 한 번 내려 오실 때 할머니가 담가 주시던 김치 아니면 동네 시장에서 사먹는 김치였다. (우리 엄마는 김치 담그는 걸 안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싫어하는' 수준이어서 엄마가 김치 담그는 걸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얼마 전 신순화 님의 '김치 독립' 글을 보고서 좀 더 생각해 보게 됐다. 집 앞 아시안 마트에 중국 배추가 들어오니까 한 번 시도해볼까? 양념 김치는 아직 좀 그렇고, 케이티도 먹을 수 있게 시원한 국물 있는 물김치로. 그래서 만든 것이 이것. 매우 볼품없지만, 맛은 처음치곤 그럭저럭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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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은..난생 처음 빚어본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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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마트에서 산 부추와 미국 마트에서 산 돼지고기 다짐육이 주재료다. 아이 재워 놓고 남편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빚었다. 이것도 역시 보기엔 매우 볼품없고 만두피가 좀 두껍지만, 맛은 괜찮다. 아하하. 


문제는, 둘 다 케이티 먹이려고 만든 건데 정작 케이티는 안 먹는다는 것..........

배추 물김치는 손도 안 대려고 하고, 만두는 그냥은 물론이고 만두소만 빼서 좋아하는 파스타에 같이 섞어 밋볼스파게티(!) 처럼 해 줘도 안 먹는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유, 요거트, 아이스크림 같이 찬 걸 좋아하면서 물김치 국물은 안 먹고, 할배같이 말린 대추 씹어먹는 건 좋아하면서 그보다 더 무르고 단 배추는 한 입 깨물었다 뱉는다. 내킬 때는 닭고기 살 발라 주는 걸 잘도 받아 먹으면서, 안 내킬 땐 그저 입을 다물고 도리질. 그래도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는 걸 보면 영양 부족은 아니니 됐다. 이가 다 나고 여름이 지나가면 식욕도 왕성해 질 때가 오겠지. 엄마는 엄마 아빠 먹을 간식이나 더 만들어야겠다. 빵집도 없고 있어도 먹을 만한 빵 하나 없는 미국에서 일일이 다 만들어 먹자니 고단하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건 먹으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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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활동가-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막연했던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은 운명처럼 태어난 나의 아이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태어난 희소질환 클리펠-트리나니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의 약자 KT(케이티)를 필명으로 삼아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썼다. 새로운 연재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은 아이책, 어른책을 번갈아 읽으며 아이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내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삶을 꾸려내고 싶다.
이메일 : alyse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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