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케이티님이 소개해준 팟캐스트 방송을 듣기 시작했다.
<요맘조맘 이야기>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로
듣는내내, 웃음과 눈물 사이를 오가게 하는 오디오 방송이었다.
아이들 다 재우고 나서, 밤에 빨래를 개면서 듣기도 하고
신문을 읽거나 생협주문서를 쓰면서 들었다.
삶의 힘든 터널을 지나온 엄마들답게
수다처럼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도
반짝. 하고 빛나는 진실들이 수시로 귀에 꽂혀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발달장애 엄마들의 고민이 비장애 엄마들의 고민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구체적인 육아의 과정들은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사춘기, 성, 자립에 관한 고민들은
나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었다.
여러 편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정말 명언이다 싶었던 한마디가 있는데,
그건 바로 장애 아이들의 자립에 대해
"자립보다 연립을"
이라 말하는 부분이었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만 자립이 아니라,
손 내밀 수 있는 곳, 서로 도울 수 있는 곳을 많이 찾는 것.
연립주택이란 말처럼, 함께 도우며 나란히 설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립이라는 의미였다.
정말 이 말은, 장애/비장애 아이들과 부모들 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방송을 들으면서
내가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이 있는데,
장애아 사이에서도 개인차가 아주 크다는 것처럼
비장애로 분류되는, 평범한 아이들도 사실은 개인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이다.특히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위태위태하게 어린시절을
보내는 아이들도 정말 많다.
그럭저럭 보통 아이의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부모의 세심한 돌봄을 받지도 못한 채
'좀 특이하다'거나 '좀 모자란다'라는 식의 이미지를 형성하며
그리 즐겁지 않은 성장기를 보내는 경우를 내 주변에서도 참 많이 보았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고쳐지면 다행인데
어린이에 대한 연구가 좀 더 발달하면, 그냥 방치되지 않고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늘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도, 다양한 엄마들의 다양한 육아이야기를
앞으로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음 좋겠다.
여러 사람의 여러 사례를 듣다보면,
공감대나 문제의식의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동료를 찾게 되는 장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러던 중에,
오소희 작가 블로그를 통해
<엄마의 시간>이란 팟캐스트를 또 알게 되었다.
앞에 얘기한 방송이 40대 엄마들의 이야기라면
이 방송은 30대 엄마들이 대부분이라선지,
엄청 에너지가 넘친다.
늦은 밤, 이어폰으로 듣다가 가끔 고막이 찢어질 듯 하기도..^^
자의식이 강한 젊은 엄마들답게
아이들 이야기보다는 엄마 자신의 이야기가 많다.
아직 조금밖에 듣진 못했지만,
나, 남편, 엄마의 엄마, 일, 친구, 돈, 생리 등등 주제도 다양한데
다들 개성이 뚜렷하고 씩씩하게 사는 모습들이 느껴져
듣다 보면 속이 시원해지고 내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뭣보다 아직 어린 아이들 키우면서도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정말 대견하고 재밌게 사는 것 같아 부럽다.
앞으로의 꿈이 '주모가 되는 것'이라 말한 엄마가 있었는데
자기는 100인분의 밥도 해 본 적이 있다며,
뜨끈한 국밥 같은 거 한 솥 만들어서 주막같은 카페에서
오는 사람들 다 먹이고 싶다고 했는데
요즘 세상에는 참 들어보기 힘든 말이어서 신선했다.
그 엄마, 부디 주모가 되시길.
마음속으로 진지하게 빌었다.^^
혹시 듣고 싶은 분들을 위해 추천을 하자면,
오소희 작가가 게스트로 나온 가장 최근의 여행 이야기도 좋았고
<그림책에 흔들리다>의 김미자 작가가 게스트로 나온,
그림책 이야기편도 정말 좋았다.
이건 진짜 사이다 방송이었다.
그림책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엄마로서 살아온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가 내겐 공부가 많이 되었다.
"젊은 엄마들, 불안해하고 서두를 필요없어요.
나는 아이 둘 키우고, 책도 내고, 암까지 걸렸었는데도
이제 겨우 50밖에 되지 않았어요.
지금부터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요."
한숨 돌리게 하는 이런 이야기와 함께 그림책 이야기 마지막 편에서
소개한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란 그림책은
그야말로 이 방송의 화룡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책 공부를 오래 하신 분 다운 추천도서였다.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이 한참 아시아 여러나라를 침략했을 즈음에
살았던 작가다. 생명존중사상과 공생의 행복관을 담은 그의 작품은
그 시대에는 일본 정부에게 외면을 당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일본에선 유아들도 이 시를
노래를 부르듯 따라 부르곤 하는데
쉬운 말에 깊은 철학을 담은, 100여 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꼭 필요한 메시지다.
까르르 웃으며 쏟아내는 엄마들의 수다 속에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명언들을 이렇게 많이 건졌으니,
팟캐스트들을 진행하는 엄마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과도 함께 읽고 외우기도 했던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베이비트리 가족들과도 나눠보고 싶어 적어보는데,
참고로 붉은 글씨는 김미자 작가님이
엄마들에게 특히 강조하셨던 부분이다.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아! 이런 시를 읽는 엄마들이라니.

<요맘조맘 이야기>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로
듣는내내, 웃음과 눈물 사이를 오가게 하는 오디오 방송이었다.
아이들 다 재우고 나서, 밤에 빨래를 개면서 듣기도 하고
신문을 읽거나 생협주문서를 쓰면서 들었다.
삶의 힘든 터널을 지나온 엄마들답게
수다처럼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도
반짝. 하고 빛나는 진실들이 수시로 귀에 꽂혀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발달장애 엄마들의 고민이 비장애 엄마들의 고민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구체적인 육아의 과정들은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사춘기, 성, 자립에 관한 고민들은
나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었다.
여러 편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정말 명언이다 싶었던 한마디가 있는데,
그건 바로 장애 아이들의 자립에 대해
"자립보다 연립을"
이라 말하는 부분이었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만 자립이 아니라,
손 내밀 수 있는 곳, 서로 도울 수 있는 곳을 많이 찾는 것.
연립주택이란 말처럼, 함께 도우며 나란히 설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립이라는 의미였다.
정말 이 말은, 장애/비장애 아이들과 부모들 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방송을 들으면서
내가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이 있는데,
장애아 사이에서도 개인차가 아주 크다는 것처럼
비장애로 분류되는, 평범한 아이들도 사실은 개인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이다.특히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위태위태하게 어린시절을
보내는 아이들도 정말 많다.
그럭저럭 보통 아이의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부모의 세심한 돌봄을 받지도 못한 채
'좀 특이하다'거나 '좀 모자란다'라는 식의 이미지를 형성하며
그리 즐겁지 않은 성장기를 보내는 경우를 내 주변에서도 참 많이 보았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고쳐지면 다행인데
어린이에 대한 연구가 좀 더 발달하면, 그냥 방치되지 않고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늘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도, 다양한 엄마들의 다양한 육아이야기를
앞으로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음 좋겠다.
여러 사람의 여러 사례를 듣다보면,
공감대나 문제의식의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동료를 찾게 되는 장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러던 중에,
오소희 작가 블로그를 통해
<엄마의 시간>이란 팟캐스트를 또 알게 되었다.
앞에 얘기한 방송이 40대 엄마들의 이야기라면
이 방송은 30대 엄마들이 대부분이라선지,
엄청 에너지가 넘친다.
늦은 밤, 이어폰으로 듣다가 가끔 고막이 찢어질 듯 하기도..^^
자의식이 강한 젊은 엄마들답게
아이들 이야기보다는 엄마 자신의 이야기가 많다.
아직 조금밖에 듣진 못했지만,
나, 남편, 엄마의 엄마, 일, 친구, 돈, 생리 등등 주제도 다양한데
다들 개성이 뚜렷하고 씩씩하게 사는 모습들이 느껴져
듣다 보면 속이 시원해지고 내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뭣보다 아직 어린 아이들 키우면서도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정말 대견하고 재밌게 사는 것 같아 부럽다.
앞으로의 꿈이 '주모가 되는 것'이라 말한 엄마가 있었는데
자기는 100인분의 밥도 해 본 적이 있다며,
뜨끈한 국밥 같은 거 한 솥 만들어서 주막같은 카페에서
오는 사람들 다 먹이고 싶다고 했는데
요즘 세상에는 참 들어보기 힘든 말이어서 신선했다.
그 엄마, 부디 주모가 되시길.
마음속으로 진지하게 빌었다.^^
혹시 듣고 싶은 분들을 위해 추천을 하자면,
오소희 작가가 게스트로 나온 가장 최근의 여행 이야기도 좋았고
<그림책에 흔들리다>의 김미자 작가가 게스트로 나온,
그림책 이야기편도 정말 좋았다.
이건 진짜 사이다 방송이었다.
그림책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엄마로서 살아온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가 내겐 공부가 많이 되었다.
"젊은 엄마들, 불안해하고 서두를 필요없어요.
나는 아이 둘 키우고, 책도 내고, 암까지 걸렸었는데도
이제 겨우 50밖에 되지 않았어요.
지금부터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요."
한숨 돌리게 하는 이런 이야기와 함께 그림책 이야기 마지막 편에서
소개한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란 그림책은
그야말로 이 방송의 화룡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책 공부를 오래 하신 분 다운 추천도서였다.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이 한참 아시아 여러나라를 침략했을 즈음에
살았던 작가다. 생명존중사상과 공생의 행복관을 담은 그의 작품은
그 시대에는 일본 정부에게 외면을 당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일본에선 유아들도 이 시를
노래를 부르듯 따라 부르곤 하는데
쉬운 말에 깊은 철학을 담은, 100여 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꼭 필요한 메시지다.
까르르 웃으며 쏟아내는 엄마들의 수다 속에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명언들을 이렇게 많이 건졌으니,
팟캐스트들을 진행하는 엄마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과도 함께 읽고 외우기도 했던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베이비트리 가족들과도 나눠보고 싶어 적어보는데,
참고로 붉은 글씨는 김미자 작가님이
엄마들에게 특히 강조하셨던 부분이다.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아! 이런 시를 읽는 엄마들이라니.
현미 네홉은 아니지만..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식빵 귀퉁이를 튀겨 만든 츄로스 먹으며
베이비트리 엄마들과도 이렇게 수다떨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한여름밤, 글로만 만나던 분들의 목소리를 상상만 하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신순화님의 큰 목소리가 젤로 들어보고 싶어요..^^)
8월 첫 주말, 휴가 떠나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아이들과 즐겁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