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텃밭.
5월보다 부쩍 짙어진 초록빛에
밭에 들어서자마자 두 눈이 환해지고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이들은 얼른 아래쪽에 있는 풀밭으로 달려가 매미채를 들고 나비를 쫒는다.
작년부터 생협 친구들과 텃밭을 일구면서
'작더라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는데
이번 달엔 드디어 그 생각을 현실화시키게 되었다.
같은 생협 조합원인 밭 주인이 올해부터는
텃밭 아래쪽 땅까지 무료로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 곳의 무성한 풀들을 모두 베어내고 클로버 밭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노는데 정신이 팔려 밭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거긴 밟으면 안돼' '어어.. 다 망가졌잖아.'
이런 말을 자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너무 잘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의외로 술술 풀리는 일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일 벌이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안 겪겠지만, 좋은 일도 못 겪고 지나칠 테니까.
멀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사이, 텃밭을 둘러보는 엄마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여름 채소들을 보며 감탄을 멈추질 못한다.
오동통한 토마토 삼형제는 표면이 어찌나 반질거리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내 얼굴이 비치는 착각이 들 정도..
텃밭 채소들의 비주얼은 보고보고 또 봐도
놀랍고 흐뭇하기만 하다.
너무 익어 금방 따 내지 않으면 안 될 듯한 토마토랑 오이는
차가운 물에 씻어 간식 대신 먹고
본격적인 밭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감자 캐는 날이다.
아이들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제철 음식을 제때에 먹이는 것'이다.
이맘때 싸고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바로 햇감자!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체험학습으로 감자수확을 다녀오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고구마를 수확할 때와 마찬가지로,
감자를 캐는 경험도 어린 아이들에겐 아주 특별하다.
땅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알알이 주렁주렁 나타나는 감자들.
각자 든 바구니에 주워담는 작은 손들이 꼭 마알간 감자알같다.
껍질도 얇고 색깔도 뽀얀 햇감자.
주로 간식 재료가 되는 고구마에 비해
감자는 좀 더 다양한 음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
감자는 땅 속의 사과로 불릴 만큼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한다.
비타민C가 풍부해 몸에 들어오면 항산화 작용을 하고,
장내 노폐물 제거에도 좋고
면역력도 강화시키는데
수족구가 유행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감자 요리로
영양을 보충해 주면 어떨까.
감자는 볶아먹으면 좋은 성분이 효과를 4배 이상 발휘한다고 한다.
감자밭에서 가져오자마자 깨끗하게 씻어 믹서에 갈아
감자전을 만들었는데
비오는 주말 먹는 따뜻하고 고소한 감자전.
둘째는 자기가 직접 캔 감자라며 평소 때보다 2배나 많이 먹었다.
제철의 좋은 음식을 제때에 먹이는 뿌듯함.
볼록해진 아이의 배를 보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1학기 마칠 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지내자!
텃밭 주변의 작은 마트에는
요즘 보기 힘든 다이얼식 공중전화가 있다.
일본에는 아직도 이런 아날로그스러운 공중전화를 가끔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텃밭에 올 때마다
이 전화기를 둘러싸고 수화기를 들어보거나
숫자마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돌려보고 야단이다.
좀 큰 아이들은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할머니댁에 전화를 걸기도 하는데,
신호음이 가고 수화기 저 편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면
흥분하는 아이들..^^
한바탕 옛날 전화기 체험(?)으로 소란을 떨다
햇감자 한 보따리씩 나눠들고 집으로 고고씽.
오늘은 집집마다 감자 반찬이겠지?
이웃에도 몇 알 나눠주고, 친구들 놀러오면 감자 파티도 해보자.
몇몇 가족이 어울려 감자밭 나들이와 각 가족의 감자요리대회를
함께 열어보는 건 어떨까?
건강하고 즐겁게 아름다운 6월을 즐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