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 전 일이다.
베이비트리에서 환경에 관한 이벤트를 연 적이 있는데,
환경을 위해 일상 생활에서 자신이 실천하는 일을 간단하게 쓰고 사진을 올리면
<북극곰> 사진집을 보내준다는 내용이었다.
얼른 참가해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고,
동물을 끔찍히 좋아하는 딸아이가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싶은 마음에
비닐봉투나 종이가방 대신 다양한 종류의 천가방을 일상 속에서 쓰는 이야기로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근데 상품이 제법 무겁고 두꺼워보이는 책이라 당첨이 된다해도 좀 걱정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일본이라 외국까지 책을 보내주려면 책값보다 우송료가 더 드는 경우가
많아, 주최측에게는 좀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상외로 참가자가 많이 없었던 탓인지 이벤트 기간이 끝나자마자
<북극곰> 사진집을 보내준다는 연락이 왔다.
다음에 부산 친정에 다니러 갈 때 찾아올 생각으로, 이벤트 담당자분께는
책을 일본 우리집이 아닌 부산으로 보내주셨으면.. 하고 부탁했더랬다.
그랬던 일이 벌써 2년이나 지나, 올봄에 드디어 이 책의 실물을 보게 되었다.
표지만 보고도 기대가 많이 되었던 책이었지만, 책 속의 사진을 몇 장만 넘겨보아도
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북극에 사는 동물들이 함께 몸을 부대끼며 교감하는 모습들은
우리 인간들이 친구와 혹은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동물들의 표정들이 어찌나 사람같은지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원장이 쓴 책을 보면
먼 산 뒤로 지는 붉은 해를 조용히 앉은 채로 오랫동안 지켜보는 고릴라 이야기나
자신을 담당한 사육사가 먼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서야 숨을 거두었다는 늑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물인듯 동물아닌 동물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꼭 우리 사는 모습같았는데
이 <북극곰> 책에서도 그런 감동이 느껴졌다.
1988년부터 18년 동안이나 북극곰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어온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열정으로 북극의 아름다움과 그곳의 환경을 왜 보호해야만 하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사진집을 보는 내내,
2년 전의 이벤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어느 누구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이 가정의 달인 5월이라 더 그런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환경운동의 시작은
음식을 남기지 말고 조금씩 만들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했던 한 환경운동가의 말이 생각난다.
뒤늦게 만나게 된 북극곰 사진집이지만,
이런 이벤트를 열어준 베이비트리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아이를 키우는 우리들에게 이런 책과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북극곰>에 이어 또 한번 이벤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책이었다.
아마, 아들키우기와 연관된 책을 받는 이벤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들 육아책 한 권과 <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이란 그림책을 함께 받은 일이 있었다.
이 책들은 베이비트리에서 일본까지 직접 보내주셨는데,
둘째 아들아이는 이 그림책을 참 좋아하며 자주 꺼내 보곤 했다.
그때가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을만큼, 이 일도 제법 오래된 것 같은데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의 일본어판을 아이가 발견하고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일이 있었다.
원래 일본 그림책 작가의 작품이라 그렇잖아도 일본어 원작을 구해 주면 좋겠다..
싶긴 했는데 이번에 아이 눈에 먼저 띄었던 모양이다.
아빠 시리즈의 그림책이었던 모양인지, 같은 작가의 다른 그림책까지 찾아내고는
누나인 딸아이까지 도서관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두 아이는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요즘 이 두 권의 책을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로
'이벤트'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5월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이벤트가 아니라'지만, 가끔은 예기치 못한 이런 이벤트가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생기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두 권의 책이 그랬던 것처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일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아이들의 어린이날 챙기랴
양가 부모님의 어버이날 챙기랴
머릿속은 빈곤한 아이디어로 골치가 아프고
지갑은 나날이 가벼워지는 요즘이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의도적인 이벤트들이
우리 삶에 깜짝! 하고 찾아와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을 떠나 멀리 사는 처지라
요즘 실시중인 베이비트리 이벤트에 참여하는 게
좀 미안하고 민망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한번 과감하게 참여해 볼까.. 이러다 이벤트 중독 아줌마되는 거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