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2400.JPG

 

 

짙푸른 초원

부드러운 풀과 흙

상쾌한 공기

시시각각 변하는 높고 넓은 하늘

그 안에서 뛰어노는 점 같이 작은 우리들

“꺌꺌꺌”

“휘이~ 휘이~”

“바다야!”

“엄마!”

“하늘이 좀 봐!”

하는 우리들의 목소리

놀고 나서 마시는 따뜻한 물

집으로 돌아와 청하는 달콤한 잠

 

이것이 일상

 

이보다 큰 삶의 선물을 나는 받아본 적이 없다.

이 정도로 바란 적은 없었는데.

야생의 자연 속에서 내 사랑하는 아이들과 마음껏 뛰어노는 매일이

아, 진짜.

벅차게 좋다.

 

2016. 3. 8

 

+

10년 전 포르투갈을 여행할 때 지구 최서단에 있는 ‘카보 다 로카’라는 지역에 갔어요.

야생의 풀이 자라있는 언덕에서 아주 높고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 생각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뛰어 놀며 클 수가 있지?’

‘이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평화롭고 넓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요즘 바다, 하늘과 ‘카보 다 로카’ 만만치 않은 야생의 자연에서 뛰어 놀면서

그때 내가 가졌던 느낌들이 종종 떠올라요.

‘와, 믿기지가 않네. 나도 그렇게 살고 있어.

아, 좋다.’

하면서요.

저의 삶을 이렇게 디자인한 적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포르투갈에서 봤던 그 장면이

지금의 삶을 만들도록 도와 준 것 같아요.

무의식에서 간절히 바라고 꿈 꾼 것이 현실이 된 것 같은!

이렇게 지내면서 저의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고 아이들은 더 그런 것 같고

본성을 회복하는 기분이랄까,

그 본성 안에 들어있는 따뜻한 사랑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느낌이랄까

굉장히 근원적인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큰산이 서울에서 돌아와 우리와 함께 있는 목요일부터 일요일 중에

잠깐 잠깐 하는 제주도 여행은 생활 여행의 즐거움과 가벼움을 선물해주고 있고요.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고, 던지면 펼쳐지는 텐트도 샀고

베란다에는 텃밭 상자 여섯 개에 상추 모종이 쪼롬히 심겨져 있어요.

 

조용히 누릴게요.

언제든지 함께 누리러 오세요. ^ ^

 

20160211_3.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447882/f1a/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10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의 품, 우주의 품 imagefile [1] 최형주 2017-08-14 9330
10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살갗이 까이도록 imagefile [6] 최형주 2015-11-27 9312
103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열 여섯의 방학 imagefile [4] 신순화 2018-08-22 9296
10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공개수업 1시간 아이에게 다가간 1미터 imagefile [2] 홍창욱 2017-04-21 9287
10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미운 엄마 imagefile 신순화 2018-06-27 9277
100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가장 예기치 못한 사건, 노년 imagefile [2] 정은주 2017-09-11 9268
99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나를 일깨우는 꼬마 시인 imagefile [6] 신순화 2017-10-17 9219
98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 [아이책] 당당하게! imagefile [8] 서이슬 2017-11-07 9207
9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커다란 나무 아래 작디작은 바다 imagefile [6] 최형주 2016-04-18 9205
9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아쉬움을 달래려고 숨을 나누어 쉰다 imagefile [2] 최형주 2017-08-02 9203
95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자전거 역설, 육아의 역설 imagefile [4] 정은주 2017-10-23 9196
94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상담 받아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imagefile [2] 정은주 2017-04-24 9194
93 [김태규 기자의 짬짬육아 시즌2] 아이의 무서운 학습 능력 imagefile [2] 김태규 2015-05-31 9171
»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야생의 자연이 일상 imagefile [8] 최형주 2016-03-14 9168
9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살살 잡은 손 imagefile [4] 최형주 2018-06-17 9143
9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육아와 살림은 부모의 양 날개로 난다 imagefile [2] 홍창욱 2017-05-07 9136
89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너의 용기, 나의 두려움 imagefile [1] 정은주 2017-06-05 9111
88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현민'꽃 피어난지 100일 imagefile [6] 최형주 2015-05-26 9106
8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의 첫 제주 글램핑 체험기 imagefile [4] 홍창욱 2017-04-28 9071
86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엄마가 간다, 맘스 라이징(Moms Rising) image [1] 케이티 2017-04-08 9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