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아줘.”
하늘이가 낮잠을 조금밖에 못 자서 짜증이 났는지
많이 울다가 안아달라고 했다.
이미 몸이 많이 지쳐있었던 나는
하늘이를 달래다가 더 지쳐버렸고
안아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몸과 마음에 여유가 한 톨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잠시 자리를 피해
눈을 감고 힘없는 양치질을 하며
그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도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는 것이
화가 나면서도
울고 있는 하늘이가 불쌍했다.
그래도 지금은 도저히 안아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양치질을 다 하고
조금은 망설여지는 마음으로 하늘이에게 가니
눈물이 범벅이 되어서 울고 있었다.
아, 미안해 하늘아...
내가 하늘이에게 팔을 뻗으니
하늘이도 팔을 뻗으며 나에게 안긴다.
울음을 그치고
내 품에서 숨을 크게 한 번 쉬더니
기대어 쉬는 아이.
그 날 저녁에
엄마의 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된 것이
우주의 큰 계획안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면
내 아이를 품어줄 힘도 우주가 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내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닐까?
내가 그 순간
‘나는 너무 피곤해, 그래서 지금 아이를 안아줄 여유가 없어.’
라는 생각 대신
‘나는 너무 피곤해. 하지만 아이를 안아 줄 힘은 우주가 줄 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면
하늘이를 그렇게 울리지 않고 안아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엄마는 강하다.’ 라는 말은
‘엄마라는 역할을 준 우주에게 힘을 받기 때문에 엄마는 강하다.’
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요즘은
내 힘만으로 아이 둘을 키울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두 생명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함께 한 큰 우주가
두 아이를 돌볼 힘을 나에게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훨씬 더 힘이 날 것 같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내 생각에는 온 우주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온 우주가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주에게 힘을 받고 있는 우주적인 엄마로
그래서 두 아이를 넉넉히 안아줄 수 있는 엄마로
한 번 살아보련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