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을 앞두고 짐을 싸고 있는데 밖에 윤석 삼촌이 보인다.
“바다야, 윤석 삼촌이다. 인사 할까?”
“그래!”
하고 베란다로 나가서 인사를 하다가
바다가 가방에 챙겨둔 세 개의 바나나 중에 하나를 꺼내 삼촌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사랑해!” 하고 말했다.
윤석 삼촌은 “나도 사랑해!” 하고 대답했다.
집으로 들어온 바다는 펄쩍 펄쩍 뛰고 웃으면서 행복해했다.
나는 바다 앞에 무릎을 꿇고 바다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바다야, 기분이 정말 정말 좋지? 마음이 막 따뜻하고 간지럽고 두근두근하지?“
“응!”
“그게... 사랑이야.”
바다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바다는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행복해서.
201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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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바나나를 정말 좋아해요.
돌 쯤 되었을 때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서 바나나를 두 개씩 먹고 자기도 했어요.
그런 바다가 바나나를 누군가에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건데
망설임 없이 삼촌에게 바나나를 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마 그만큼 소중한 걸 주었기 때문에 더 행복해한 것 같아요.
바다가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더 없이 고맙고
바다가 사랑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순간, 내가 곁에서 같이 느끼고
그게 사랑이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더 없이 좋고.
내가 상상하지 못 한 삶이 아이들 덕분에 펼쳐지네요.
제주도는 눈부시게 노란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초록 들판과 파란 바다가 생명력을 무한히 뿜어내고 있어요.
살아있는 자연 안에 살아서
살아있는 마음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참 좋아요.
싱싱한 봄, 싱싱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