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d7fc70aeb4951d663ae05bb12a13e. » 지저분한 우리집 거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우리 집은 늘 난장판이다. 집이 좁다보니, 흡사 폭탄을 맞은 것처럼 장난감이 바닥에 널려 있어 발디딜 틈이 없다.  시간이 될 때면 동네 아줌마들과 아이들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수다도 떨고 또래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 딸이 뛰어놀 공간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지사! 그래서인지 걷고 뛰는 것에 한참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작은딸 아란(22개월)이는 할머니댁이나 외갓댁에 갔을 때 더욱 활기차게 뛰어노는 것 같다.



원인은 큰딸의 ‘정리정돈’의 부재다. 자기가 어지러놓은 것들을 도무지 치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림 그리기를 하면 물감부터 크레파스, 색연필, 스케치북까지 온 거실에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에 싫증이 나면 책들을 또다시 책장에서 꺼내 여기저기에 던져 놓는다. 물론 그림 그리기 재료가 거실에 그대로 있는 상태다.



“그림 그리기 안할 거야? 다 했으면 치워야지!” 내 말에 수아는 쭈뼛쭈뼛해 하면서 대답을 회피한다. 그냥 몸을 흔들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띄운다. 



“유치원에서 그렇게 배웠니? 네가 쓴 물건은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아야지. 그래야 잃어버리지도 않고, 다음에 또 쓰지.”



내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아지자, 이제야 슬슬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입을 내민 채 크레파스통에 크레파스를 넣고...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조금 치우는 척 하더니, 화장실에 간단다. 그러고는 끝이다.



아란이와 소꿉놀이나 병원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온갖 장난감을 다 늘어놓고 신나게 돌다가, 놀이를 끝내고 나면 장난감을 늘어놓은 채로 봉제인형들을 늘어놓는다. 이어 블록과 카드까지 만지게 되면 지저분한 곳도 거실에서 안방, 아이들방까지 점차 늘어간다. 아이들 노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거나 함께 놀다보면 나도 지치기 일쑤. 결과적으로 온 집안이 지저분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고, 그 상태가 다음날 퇴근 때까지 가고, 결국 이 상태가 여러날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굳게 마음을 먹고, 온 집안 대청소를 해봐도 오래 못간다. 1~2시간이면 원상태로 되돌아간다. 더구나 우리집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는 아빠의 굳은 신념 때문에 벽과 가구에 아이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또한 낙서와 경쟁하듯 온 벽에 사진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청소를 해도, 절대로 ‘청결’해 보이지 않는 곳이 바로 우리 집인 것이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청소를 해야 하는 나도 힘들고 지치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청결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더 늦기 전에 큰딸에게 ‘스스로 정리하기’ 습관을 들여줘야 할 것 같다. 책임감과 인내심,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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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단계. 혼내기



언성이 높아졌다. “너 안 치울래!” “정말 혼나고 싶어?” 무조건 혼내기 시작했다. 무책임하게 자신의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는 딸의 모습에 화가 났다. 6살이나 된 아이한테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듣고, 정리정돈도 잘 한다고 하는데. 집에서는 왜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인지. 하지만 혼을 내면 그때뿐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정리정돈을 하는 척 하기는 했지만 진심으로 우러나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두번째 단계. 무조건 버리기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조건 버리기다. ‘정리정돈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장난감을 치우지 않으면, 버려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아이한테 인지시켰다. 처음에는 약발이 먹혔다. 장난감이 없어지는 게 싫었는지, 입을 삐쭉 내밀면서도 묵묵히 장난감을 치웠다. 오래가지 않았다. 싫증이 나서 버려도 괜찮은 장난감을 치우지 않기 시작하더니, 무감각해져버렸다. 물론 나 역시 장난감 버리는 게 아까워 몇번 ‘버리기’를 하지 않았던 탓도 아이의 경각심을 해치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세번째 단계. 스티커 붙이기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스티커 붙이기다. 물론 수아 아빠의 아이디어다. 수아는 그 어떤 선물보다 스티커를 좋아한다. 책이든, 장난감이든, 벽이든 아무곳에나 막 붙이기 일쑤지만 신기하게 스티커에 환장한다. 수아 아빠는 수아와 의논해서 스티커 판을 만들었다. 장난감 정리했을 때 2개, 아란이와 싸우지 않고 놀았을 때 1개, 스스로 옷입고 씻었을 때 1개, 밥 잘 먹었을 때 1개 등으로 구분한 뒤 수아가 잘 할 때마다 직접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일주일 동안 스티커를 붙인 숫자에 따라 문구점에서 1천원짜리, 2천원짜리 선물을 사주기로 약속을 했다. 다시 말해 ‘당근’을 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3426cfed861140be46c5ad6e838ef2b1. » 지저분한 수아의 책상.

특히 장난감 정리에 있어서는 본인이 원할 때, 본인이 치우고 싶은 방법대로 하도록 했다. 다만,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보일 때에만 스티커를 주기로 약속했다. 이는 아이들이 강요에 못 이겨 정리정돈을 하게 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아이들한테 정리정돈을 시킬 때는 ‘왜 정리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뒤 스스로 방법을 찾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책은 어디 꽂아 둘건지’ ‘장난감은 어떻게 담을 것인지’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거나, 자발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내버려두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그래야 두뇌 발달에도 좋다고 한다. 수아가 장난감을 치울 때는 나도 곁에서 거들었다. 또한 장난감 정리를 좀더 잘 할 수 있도록 장난감이 있어야 장소, 장난감을 넣어야 할 가방, 장난감을 치워야 할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알려줬다.



다행히, 지난주부터 실시한 이 방법이 나름 효과가 있다. 아직 시행 초기지만 선물을 받고 싶어서인지 스스로 선택해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해서인지 매일매일 장난감을 정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스스로 지저분하다고 생각할 때 가끔씩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번 꼴이다. 뭐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일단 지켜보기로 한다. 수아의 변화를.















 

냉장고 위에 붙여둔 스티커. 수아와 수아 아빠가 의논해서 직접 만들었다.장난감 정리 이렇게 시켜보자






1. 장난감이나 문구가 있어야 할 공간을 별도로 지정한다.






정리하는 자리를 명확하게 표시해두면 좋다. 연필, 크레파스, 물감 등이 들어갈 위치(서랍이든, 박스든...)를 정해주고 그 곳에 이름표를 붙이면 유용하다. 색종이나 지우개, 클립 등처럼 작은 물건들 역시 박스나 플라스틱 통으로 정리할 위치를 정한 뒤 이름표를 붙인다. 그래야 아이들이 정리할 때 혼란을 겪지 않으며, 정리정돈에도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인형들 역시 ‘인형의 집’ 등의 이름표를 붙인 박스나 선반에 놓게 하고 책 역시 책을 꽂을 위치가 헷갈리지 않도록 구역을 정해서 이름표를 붙인다. 커다란 박스 1개보다는 작은 박스(장난감 종류별로 담을 수 있는)를 여러개 두는 것이 편리하다. 작은 상자는 침대 밑이나 책상 밑 등을 활용해 보관한다.






2. 장난감 주제별로 가방을 만들어 보관한다.






병원놀이나 소꿉놀이, 구슬, 블록처럼 작은 크기의 장난감을 세트로 함께 갖고 놀아야 하는 장난감이라면 박스나 상자보다는 가방이 유용하다. 우리집의 경우 지금은 쓰지 않는 가방들이 여럿 있는데 이 가방들을 ‘병원놀이 가방’ ‘시장가방’ ‘블록가방’ 등의 이름을 붙여서 정리하게 했다. 병원놀이는 병원놀이 가방에만, 시장놀이 장난감은 시장가방에, 블록은 블록가방에 넣게 하니, 장난감을 다시 꺼내어 갖고 놀 때도 유용하고 다시 정리할 때도 깔끔해진다.






 3. 아이가 장난감을 치울 때 곁에서 도와준다.






아이가 장난감을 치울 때 부모 역시 함께 하면 좋다.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하면 아이와 교감도 쌓을 수 있고, 아이가 장난감을 치울 때 지루해 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즐겁게 치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정리하니 집이 깨끗해졌지?” “너도 기분이 좋지?” “나중에 장난감을 꺼낼 때 찾기 쉽겠지?” 등의 이야기를 해준다. 장난감을 치우기에 좋은 시간은 잠자리에 들려고 침실로 이동하기 전이 적당한 것 같다. 매일매일 습관을 들이려면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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