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7_183225.jpg* 새로 이사한 집의 전경. 복도가 있는 특이한 구조이고, 거실 벽에 책장을 설치했다.

 

꼭 두달 전, 7년만에 이사를 했다.
7년 구입한 18평짜리 아파트에서 벗어나, 같은 단지 내 30평대 아파트로 영전(?)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 살던 집은 큰 평수가 아님에도 방이 3칸인데다, 복도식이어서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거실이 좁고 안방이 상대적으로 넓은 구조여서 다섯 식구가 거실에 앉으면(소파를 놓지 않았음에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더구나 올해 9살, 6살, 3살 아이들의 책과 옷, 장난감 등이 이방저방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었다. 친척들은 물론 이웃들조차 집에 감히(?) 초청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 역시 “뛰어다니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면서 7년의 세월을 보냈더랬다.

이사 결정은 한순간에 내려졌다. 우연히 공인중개사무소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한 게 계기가 됐다. 남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애들만 데리고 얼떨결에 집구경까지 했다. 아이들은 집을 보고 와서는 친구들한테 “우리 큰 집으로 이사간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이사계획이 전혀 없었을 때였다. 아마 아이들도 말은 안했지만, 내심 큰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던 모양이다.

“큰집으로 이사가고 싶어? 말 잘들어야지...” 아이들을 이렇게 달래놓고, 남편 설득에 돌입했다. 남편은 “지금 사는 집도 충분한데, 빚까지 내어 굳이 이사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나한테 귀띔도 안하고...’ 무엇보다 상의 없이 아이들과 큰 집을 구경하고 왔다는 사실이 내심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때가 지난해 8월.

“빚이야 열심히 절약하고 모아서 갚으면 되고. 주 생활공간이 집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난장판인 공간에서는 살 수 없잖아. 만약 이 집에서 살게 되더라도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하잖아.”

마지못해 남편도 내 결정에 동의해줬다. 무엇보다 시댁 어른들에게 이사 계획이 있음을 알리자, “사실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참견하는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며 기뻐하신 게 컸다. 이후부터 이사 추진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내놓은 집이 불경기임에도 빨리 팔렸고, 9월에 계약 체결 완료! 얼떨결에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게 됐다!!!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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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살던 집의 거실.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거실 크기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계약부터 이사까지 기간이 3개월. 그 기간이 무척 길게만 느껴졌다.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언제 이사가?”라며 보챘다. 그리고, 11월 18일 꿈에 그리던 입주!!!!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한동안 ‘정말~ 우리집 맞나?’ 하면서 생활했음은 물론이다. 양가 친지들, 이웃들, 친구들, 회사 동료들 등 집들이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하고 행복했다. 남편 역시 “이사 잘 한 것 같아. 열심히 벌어서 열심히 빚 갚아나가자”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

하지만 기쁨도 잠시, 또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집들이 탓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이웃간 ‘층간소음’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층간소음 때문에 아랫집윗집이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난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남일이라고만 치부했는데, 내 일이 된 것이다. 하긴 어떨 때는 엄마 10명, 아이들 21명을 모아놓고 집들이를  하기도 했으니, 아랫집도 참을만큼은 참았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집에 아이들이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우리 애들 셋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을 수도 있다. 다행히 전에 살았던 아파트 동은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 많아서 층간 소음으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다.
 
어느날 경비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랫집에 수술한 사람이 있어서 예민한 상태인데,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 아이들 좀 그만 뛰게 해달라고 한다.”
“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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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713644768.jpg* 새집에서 신이 나서 밥을 먹고 있는 세 딸들. 거실이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2~3배쯤) 넓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어느날. 16층에 사는 아는 엄마(우리집은 8층이다)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하면서 “7층 아줌마가 8층 너무 시끄럽다고, 나중에 만나면 얘기 좀 전해달라고 하셨다”는 말을 전한다. 허걱~~ 우리 아이들이 하긴 넓은 집에서 좀 뛰어다니긴 했다! (소리 덜 난다는 장판을 비싼 가격주고 깔았는데... 별 효과가 없는건가...)
 
그날 이후 남편과 내가 집에서 입에 달고 사는 말은 “뛰지마!”가 되버렸다.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도 그 얘기를 듣고 난 이후엔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뛰지마” “조용히 해” 이말을 달고 사는 나도 기분이 찜찜하지만, 집에서 부모에게 듣는 말이 이 말들 뿐인 아이들 생각하니, 더 기분이 찜찜하다. 요즘 방음매트를 깔려고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층간 소음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있는지 여기저기에 조언을 구하고 있기도 하다.
 
큰 집으로 이사했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희생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이사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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