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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 임원들에게 10월은 정말이지 눈코뜰새없이 바쁜 달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10월에 가장 많은 학교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2학기에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가 19일날 열렸다.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아나바다 장터'다.

말 그대로 자기에게 소용이 다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팔기도 하고

교환도 하며 장터를 여는 것이다.

 

학부모회는 회장단과 대의원들로 구성되는데, 각 반 반대표들과

학부모 단체장들이 그 대의원들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려면

대의원들이 여러번 모여 회의를 해야 한다.

날짜를 정하는 것 부터 학부모회에서 할 일을 정하고, 홍보를 하고

행사가 열리는 날에 일찍 와서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행사장을 차리는 것

까지 일체를 학부모회에서 자율적으로 해 내야 한다.

 

매년 학부모회에서는 아나바다 장터에서 먹거리를 판매했다.

그 수익금은 좋은 일을 하는 단체에 기부하거나 학부모회에 필요한

물품등을 구입하는데 쓰이곤 한다.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이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남기지는 않는다.

 

올해는 19일 오후 2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나는 마침 1년에 한번 있는 녹색교통 봉사가 겹쳐서 오전 8시부터

학교로 출동해야 했다.

장터에 참가할 학생과 학부모는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아서 판매 자리를

지정해준다. 아이들은 각자 팔 물건을 가져와 지정 장소에 보기좋게

늘어 놓고 준비해온 가격표를 붙이고 판매를 시작한다.

여러번 해 본 아이들은 진열도 그럴듯하게 하고 제법 흥정도 할 줄 안다.

그래봐야 몇 백원, 비싸도 천원을 넘지 않는 가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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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도 참 재미있다.

여자 아이들은 입던 옷이나 본인들이 쓰던 악세사리 같은 것들이 많은데 반해

남자 아이들은 장난감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서 캐릭터 카드가 제일 많다.

어떤 아이들은 판매보다 카드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러 번 장터를 경험해 본 고학년 중에는 제법 장사를 잘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할 일이 많은 고학년들은 이런 행사에 참여를 덜 할 것 같지만

이미 많은 경험이 있다보니 장터에 익숙해서 이런 행사를 더 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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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들은 학부모회 단체복을 입고 학년별로 준비한 먹거리를 팔았는데

주로 생협에서 사온 음료나 간식이었다.

마침 날이 더워서 준비한 먹거리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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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회에서는 쓰레기를 가져오는 아이들에게 공책 한권씩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였고

책사랑회에서는 재미난 종이 팽이 만들기 체험 부스를 운영해서 아이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판매 금액액의 10%는 기부함에 넣도록 되어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장터에선 번 돈을 몽땅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장터에서는 마을에서 기부받은 여러가지 경품들을 추첨해서 나눠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인기 폭발이었다. 나도 집에서 직접 농사 지은 고구마를 경품으로 내 놓았다.

 

물건을 다 판 아이들, 팔지 못한 아이들도 기분 좋게 자리를 정리하게 일어섰다.

물건을 정리하고 쓰레기는 말끔히 분리수거 하고, 어른들도 행사장 정리를 함께 도우니

장터가 열렸던 운동장은 순식간에 다시 말끔해졌다.

팔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의 물건을 싼 가격에 산 아이들도 즐거웠다.

다음날부터는 내가 내 놓은 옷을 사서 입고 다니는 후배나, 친구에게서 산 핀을

이쁘게 꽂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정을 누빌 것이다.

 

이런 행사 한 번 하려면 참 힘들다.

시간도 몸도 마음도 많이 내야 한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뤄내는 시간속에서

학교를 이루는 구성원간에 더 끈끈한 관계가 맺어진다.

일을 해 내는 학부모회의 역량도 같이 크는 건 물론이다.

 

전체 행사를 주관하고, 자료 사진을 찍느라 운동장을 누비면서도

나는 장터에 나온 탐탁한 물건을 놓치지 않고 샀다.

덕분에 올 겨울엔 장터에서 산 멋진 빨간 니트티를 입고 다니게 되었다.

 

학교일은 힘들지만 마음만 조금 내면 정말 재미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내 아이도, 다른 아이도 더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학교의 지시가 아닌 학부모들의 의견과 결정으로 이런 행사를 치뤄낼 수 있는

학교 문화가 참 좋다.

 

학부모회장에서 물러나게 되면 내년엔 나도 장터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아이들 작아진 옷이며, 농사 지은 농산물들이며 잔뜩 내 놓고 팔아서

한 몫 잡아볼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행사 기획에서 준비, 참여까지 많은 애 써준 학부모회 임원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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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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