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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2년 7월 3일)자 한겨레 신문을 보니 '여성이 불편한 산부인과' 라는 기사가 실렸다.
임신걱정에 병원 찾은 젊은 여자들에게 '성경험 있나요?', '낙태경험은요?' 등등의 질문이
접수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수치심과 불쾌감을 준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다양한 사례들이
올라 있었다.


이런 굴욕감은 결혼전 여성들 뿐만 아니라 기혼 여성들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연령을 초월해서 산부인과를 드나드는 많은 여성들이 의료진들로부터 모욕감과 불쾌감, 심지어는
성희롱적인 느낌까지 주는 수치스런 표현들을 듣게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10여년 전 나도 질염 치료를 받으러 학교 근처 산부인과를 찾았을때 똑같은 경험을 했었다.
접수대에서 밝혀야 하는 성관계 유무 사실부터 내진을 받고 치료를 받는 과정 어디에도
환자를 배려하는 자상함은 찾을 수 없었다. 내 돈 내고 진료를 받으면서 민망하고 불쾌한 것을
견뎌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십 수년이 지난 요즘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여성민우회와 함께 천 명에대한 실태조사 분석 후에 전문의, 보건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열어 환자를 배려하는 산부인과 의료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는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란다. 늦었지만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결혼 10년 간 아이 셋을 낳고 기르면서 수없이 산부인과를 드나들었던 엄마로서 나도
할 말이 있다.
내가 이용했던 산부인과는 시설과 서비스에서 경기도에서 손에 꼽힐만큼 유명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모를 대하는 병원의 기본적인 태도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는 산모들이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해서 사전 설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여러차례 이어지는 산전검사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진료를 받으러 가면 '산모님, 오늘은 '임신성 당뇨검사'가 있어요. 검사실로 가세요'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임신성 당뇨검사가 무엇인지, 어떤 산모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인지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검사 절차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검사실로 가면 설탕물이 담긴 컵을 주면서 '이걸 마시고
한 시간 후에 오세요'가 고작이었다. 한 시간 후에 가면 '다 되었습니다'하며 가란다.


첫 아이때는 아무 경험이 없어서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지만 둘째때는 이 검사가 어떤 것인지
알아 보았다.  이 검사가 태아가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엄마가 당뇨병력이 있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산모에게

특히 의미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내 아이는 정상적으로 크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나 가족력에도 당뇨는

없었기에 나는 검사를 받지 않았다.

선진국의 산부인과에서는 각각의 산전검사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안내를 제공하고 산모와 태아의 상태에 대한 의료진들의
권고를 참작해서 산모가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설사 대부분의 산모들이 의사의 설명과 권고를 대부분 따른다 하더라도 이런 정보를 정당하게 제공받고

내가 동의해서 받는 검사와 무작정 받으라고 해서 받는 검사에 대한 느낌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런 산전검사 뿐만 아니라 출산시 이루어지는 회음절개에 대해서도 일본만 하더라도 반드시
산모의 동의를 얻어야 실시되는 시술이었다.


내 주위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에게 물어봐도 산전검사를 받을때 자세한 안내를 받아봤다는 엄마를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그저 병원에서 하라고 하길래 했다는 엄마들 뿐이다. 회음절개에 대한
설명이나 동의는 들어본 적도 없단다. 아이를 낳는 것은 산모인데 산모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중요한 사안들을 정작 당사자에겐 제대로 된 정보조차 주어지지 않고 의료진들의 편의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셋째때문에 검진을 받으러 갔을땐 더  황당한 일도 겪었다. 기형아 검사를 하라고 해서 안 하겠다고
했더니 담당 간호원이 '보건소에서 바우쳐 받아오시면 공짜인데 왜 안하세요?' 하는 것이다.
당장 내 돈이 안 들면 내 몸에서 피를 한 번 떠 뽑든, 엑스레이 사진을 한 번 더 찍든 아무런
상관이 없단 말인가. 모든 검사들은 산모의 심리적, 육체적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짜라고 해서 검사를 더 받으라고 종용을 하는 것은 그 검사를 통해 의료수가를 올리려는
의도로밖엔 여겨지지 않아서 정말 불쾌했었다.

 

둘째는 다운증후군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다며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는 말은 넘쳤지만 양수검사가 안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아무리 고령산모에
대해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검사라 하더라도 그 검사가 안고 있는 일말의 위험성이 있다면 당연히
산모에게 알려주고 선택을 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때 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 하더라도 낳을 생각이었기에 양수검사를 받지 않았고
아이는 정상으로 태어났다.

 

산부인과가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열에 하나일 정도로 적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산부인과가 공통적으로 불친절하고 무례했고 거칠었다고 말한다.

시도때도 없이 불쑥 불쑥 들어와 진행하는 거친 내진이 너무 모욕적이어서 둘째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친구도 있다. 진통을 하는 동안 격려와 위로는 커녕 아직 자궁이 충분히 안 열렸으니 더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면박을 받고 서러웠다는 이웃 등 엄마들이 산부인과에서 받은 상처들은
수없이 넘쳤다.


의료진들이 의학적 지식이 월등히 높고 산모의 몸을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내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결정하는

사람은 나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평범하고 간단한 검사라 하더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산모이전에 인간으로서 내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행위를 의식적,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출산은 한 여성이 일생을 통해 겪는
가장 큰 사건이자 여성의 몸과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한없이 크기 때문에 더더욱 세심하고
주의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는 주체로서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가치과
존엄이 손상되지 않는 진료와 출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전에 한 다큐멘타리에서 본 일본의 조산소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여성들의 평생 건강을
상담하고 보살피는 센터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혼이든 기혼자든 청소년이든 여성이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생리현상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필요한 정보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냐 역시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은 후에 내 몸과 아이에게 일어나는 수없이 궁굼하고 걱정스런
일들을 아무때나 전화해서 상담하고 의논할 수 있었다. 조산원은 단순히 아이를 낳은 곳이 아니라
두고 두고 내 아이와 함께 편한 마음으로 방문해서 내게 일어나는 육체적 심리적 문제들을
의논할 수 있는 고마운 친정이 되었다.

 

모성의 건강은 한 나라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와 가족이 편안하고
사회도 건강할 수 있다. 그 모성 건강에 가장 중요한 임신과 출산이 다루어지는 산부인과야 말로
여성들이 평생에 걸쳐 편하게 드나들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나누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늘 이런 꿈을 꾼다.
우리 동네에 그런 여성 건강 센터가 있어서 아무때나 들러 상담도 받고, 내 몸에 필요한
진단도 받고, 도움이 되는 체조와 운동도 배울 수 있으며 모성건강에 대한 수준높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편안하고 행복한 출산도 가능한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골적이고 불쾌한 질문들과 거친 진료 절차도 개선되어야 하지만 출산율이 떨어지는 요즘
우리같은 엄마들이 바라는 산부인과는 갤러리처럼 호화롭고 근사한 인테리어에 으리으리한
시설을 갖춘 그런 곳이 아니다. 소박하더라도 따듯하고 친절한 안내와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상담과 정보를 묻고 들을 수 있는 문턱 낮고 가까운 곳이다.
아이를 낳고 기를 여성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내 몸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인간적인 진료가
이루어지는 곳 말이다.


적어도 산부인과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서 애를 더 안 낳겠다는 여자들은 없어야 한다.

한겨레에서 나서서 산부인과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이번 활동을 열렬하게 지지한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정말 산부인과가 여성 건강의 평생 동반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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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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