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 14.jpg                                                             

                                                          (입학 하는 날 아침, 이룸이)

 

이렇게 설렐 줄 몰랐다.

막내 이룸이의 병설유치원 입학 말이다.

이미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으면서 두 번의 입학식을 치뤘으면서도

이룸이의 입학식은 또 달랐다.

첫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유치원을 다니지 않고 바로 학교에 입학을 한 터라

이룸이의 유치원 등록과 추첨, 입학은 엄마 노릇 13년 만에 처음 겪고 있는 일이긴 하다.

 

그동안 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육에 큰 신뢰가 없었다.

일 하는 엄마라면 모를까, 집에 있는 엄마라면 굳이 아이를 기관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다행히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룸이도  초등학교 입학 때 까지 오빠, 언니처럼 데리고 있을 생각이었다.

더구나 병설 유치원은 학교와 비슷하게 운영된다는 엄마들의 얘기를 들었기에

여섯살부터 그런 분위기속에서 단체생활을 한다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막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유치원을 소망하기 시작했고

나는 막내 덕분에 처음으로 유치원 학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 운 좋게 둘째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병설유치원 추첨에 합격을 해서

언니와 함께 등, 하교를 하게 되었다.

 

이룸이는 정말 한참 전부터 입학식을 고대해 왔다.

매일 매일 몇밤을 더 자면 입학식이냐고 물어가며 기다려왔다.

입학을 하는 날 아침에 깨웠더니 너무나 신나게 일어났다.

옷을 고르고, 머리를 빗고 하는 동안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는 친구들 이름을 말해가며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학교든,  유치원이든 이렇게 설레며 이렇게 열렬하게 고대하는

아이는 이룸이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까지 새삼 설레고 떨렸다.

아이가 유치원을 좋아할지, 처음 해보는 단체 생활에 적응을 잘 해줄지

걱정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내가 본 이룸이는 붙임성도 좋고, 명랑하고, 처음 보는 아이와도

잘 어울리는 밝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니와 함께 등교를 하고

유치원 바로 윗 층에 언니 교실이 있어 쉬는 시간에는 서로 만날 수 도

있으니 큰 걱정이 없다.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사건들을 생각하면 넓은 공간과 놀이터가 있고,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이 유치원의 환경은 참 감사할 정도다.

유치원과 학교를 아우르는 교장 선생님의 철학도 신뢰가 가서 더 다행이다.

 

사실  나는 마흔 여섯에 유치원 입학하는 어린 딸과 함께 입학식에

들어설 내 모습이 조금이라도 더 젋고 근사하게 보여야 할텐데...를

신경쓰고 있었다.

아아... 이쁘고 환한 어린 딸 곁에서 조금이라도 더 젋고 싱그러운 엄마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룸이는 여전히 나를 세상에서 가장

이쁜 엄마라고 부르고 있지만 말이다.

 

이룸 15.jpg

 

이룸이는 입학식장에서도 여전히 밝고 명랑했다.

새로운 생활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를 보는 마음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고맙고 대견했다.

 

내 나이 꼭 마흔이 되던 해 첫 달에 낳은 아이다.

첫 아이를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 시킨데다 기관에 다니지 않는 둘째 아이까지

함께 돌보며 막내를 키우던 날들은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자라는 내내  정말 많은 행복을 준 아이였다.

첫째도, 둘째도 모두 이뻤지만 막내는 확실히 특별한 감정이 있다.

이 아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엄마를 제일 적게 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랄까..

그런것을 생각하노라면 막내를 보는 마음은 조금 더 애틋해지곤 했다.

그런 엄마 마음을 알았는지 자라는 내내 애교많고, 정도 많고, 넘치도록

애정표현을 하며 나를 아껴주고 챙겨주던 기특한 딸이었다.

 

매일 세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두 딸의 머리를 곱게 빗겨 학교와

유치원에 보낼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덕분에 더 부지런해지고, 더 바빠지고, 더 즐거워질 거라고 믿고 있다.

 

"엄마, 엄마, 유치원에 가면 새 친구들 많이 만나잖아요.

내가 먼저 이렇게 말할 꺼예요.

안녕? 나는 이룸이야. 니는 이름이 뭐니? 니도 나랑 같은 '즐거운 반'

이니까 우리 사이좋게 지내면 되겠다.  이렇게요.

너무 긴가요?"

 

이렇게 말하며 생글 생글 웃는 딸 앞에서는 나도 속절없이 어려지고

풀어진다.

 

이룸아.

즐겁게, 건강하게 새로운 생활 시작해보자.

엄마도 온 맘으로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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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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