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 5세(만 5년 5개월) 여자아이가 좀 힘들어합니다.
일주일 전, 지난 주 수요일에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나서 멈췄고, 30-40분 가량 엄마와 둘이서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습니다.
사고 당시 엘리베이터의 물리적인 충격(추락, 굉음 등)은 없었지만, 아이가 놀라서 많이 울었고요.
엘리베이터에서 탈출 후, 아이는 이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겠다고 말했고요.
그래서 지하 주차장에서 8층인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서 물 마시고,
그 날 예정되어 있던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지가 아이가 워낙 좋아하는 워터파크여서인지 아이는 큰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고 잘 놀았지만,
엘리베이터는 계속 타지 않고 있어요.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고 다그치거나 혼내진 않았고요.
분명 아이의 충격이 컸다는 것인데, 어떻게 아이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지 모르겠어요.
참고로, 평소 아이 성격이나 기질상 밝고 활달하고 사회성, 사교성도 매우 좋은 편이고, 여아이지만 신체활동도 남아 못지 않습니다. 엄마나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잘 하는 편입니다.
사고 5일 후에는 친구들과 단체로 광나루 시민안전센터에서 어린이 소방안전교육(태풍,지진,화재,소화기 사용,완강기, 수직구조대 체험)을 잘 해냈고요. 화재 대피 체험이나 수직고조대 체험에서는 암실 구간 포함해서 시야 확보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었지만, 친구들과 같이 있었는지 힘들어하지는 않았어요.
1. 사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기분을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2. 어떻게 해야 아이가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3. 전문의의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정도인지도 궁금합니다.
4. 지금은 유치원 방학이고, 다음 주 등원해서 선생님께도 알려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점을 부탁드려야 할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아정신과의사, 박진균입니다. 답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하나하나 물음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1.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는 사건의 기억에 대해 타인이 묻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좋지 못한 기억을 다시 되살아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님의 불안은 스스로 다스리시고, 아이에게는 묻지 않는게 좋습니다.
2.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상 생활을 평소와 다름없이 유지한다. 둘째, 당시 사건이 일어난 장소 근처에 되도록 가지 않는다. 셋째, 아이가 그때의 기억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면, 공감적인 태도로 잘 들어준다. 그러나,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넷째, 당분간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싫어한다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줍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엘리베이터 타기를 시도해 보는 것을 아이와 상의해야 하겠어요.
3. 지속적으로 엘리베이터 타기를 거부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겠지요.
4. 선생님께 간단하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 타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려야 하겠어요. 그러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