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은 토요일을 보내고 늦은 오후에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어요.


"엄마, 저녁은?"

"... 음(어느새 또 밥먹을 때가?)... 뭐 먹을까? 밥이 똑 떨어졌는뎅....국수는 있는거 같은데..."

"엄마, 그럼 국수 해먹자. 우리가 같이 할께"


그래서 시작된 오랜만의 요리 교실...

졸린 눈을 비비며 강력 접착제로 쇼파에 붙여놓은 듯한 몸을 일으켜세우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엄마에게 앞치마를 건넵니다.(사실 평소에 앞치마 두르고 음식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필시 요리 놀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재료가 뭐가 있나...?"

냉장고에 다른 음식을 하고 남은 호박, 당근, 계란을 꺼내고 육수를 위해 다시마와 멸치를 꺼냈지요. 사실 제 요리법은 그때 그때 요리법이랍니다. 어떤 요리를 하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기 보다는 있는 재료에 맞춰 요리를 하곤 하지요. 


아직도 졸린 몸의 감각을 깨우려 애쓰며 육수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다시마와 멸치를 한번에 넣고 무작정 끓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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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 끓이다가 집간장, 소금으로 간을 하고 조금 더 끓였어요. 멸치 때문에 육수가 조금 쓴것 같고 밍밍한 맛이지만 간장을 넣으면 웬만큼은 다 먹을만 하더라구요.ㅋㅋ


보통은 국물에 계란을 풀어 간만 맞춰 먹곤 했는데 요리 놀이 시간이니 고명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기린의 채식 레시피에 나온 국수 레시피도 참고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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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호박을 동생은 당근을 썹니다. 사실 동생이 물렁한 호박을 썰어야 하는데 각자 선택한 칼이 용도에 맞지 않아 동생에게 당근을 맡겼지요. 조심하라 이야기는 했는데 옆에서 보고 있어도 손 베일까봐 제가 다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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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지단도 흰자와 노른자를 나누어 만들고 아이들에게 자르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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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소금간만 조금해서 호박과 당근을 볶습니다.

호박이 다 으스러지지 않게 조금 기다렸다가 골고루 익도록 섞어주라고 일러줍니다.

중간중간 재료의 성질, 방법, 주의사항 등을 설명 해주며 요리를 하니 아이들은 더욱 신나 합니다.

사실 저도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어깨넘어로 익힌 정도예요. 그러니 당연히 설명도 아주 기초적인, 기본적인 것들이었죠. 

불 앞에서 요리할 때는 자리를 뜨지마라, 

살이 닿으면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 

색깔 없는 야채부터 요리한다 등등...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에게 슬슬 제가 아는 요리 노하우를 하나씩 전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는 엄마보다 먼저 집에 들어간 아이들이 김치 비빔밥(?)을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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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국수삶기.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끓어 넘칠 때마다 찬물을 3번 부어주고 나중에 흐르는 찬물에 행구어 주기.

설명을 해 가면서 삶으니 어느새 저도 TV 요리프로의 강사가 된 듯합니다.ㅋㅋ

특히 국수가 끓어 부풀어 오를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지요.


아이들에게 그릇에 국수를 담으라 하니 

손으로 만지는 국수의 감촉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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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고명 담기.


제 손으로 빨리, 예쁘게 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아이들이 직접 담게 하고 한참을 기다렸어요.

아 배고파~ㅠ.ㅠ.


20150915_요리1.JPG


드디어 완성!!


맛난 장터국수 한 그릇이 완성 되었어요. 

좀 심심했는데 무김치와 고구마 줄기 나물과 함께 먹으니 그만입니다.


맛있게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난 뒤 둘째 아이는 신나서 말합니다.

원래 국수를 별로 안좋아하고(국수는 큰아이와 제가 좋아하죠^^) 국물도 다 남기는데 직접 만들어보니 맛이 다른 거 같아 다 먹었다고요. 국물도 야채도 너무 맛있다고요. 


그리고 오늘은

'친구들과 놀이동산(**월드)에서 하루종일 놀고 저녁 다같이 먹고 또 30분을 놀이터에서 다 같이 논' 기분이라고요.


그냥 앞치마 둘러주고 당근하나 흰 지단 자르고 국수 만져보게 해줬을 뿐인데 유명 놀이동산 다녀온 기분이라니...


얘들아

다음 주말에도 맛있는 요리 해 먹자꾸나. 

다음엔 무슨 요리 해 먹을까?


*** 아이들의 첫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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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불은 엄마가 없을 때는 쓰지 말라고 했기에

엄마가 퇴근하는 동안 가위로 김치를 자르고 멸치 반찬을 넣고 밥과 간장을 넣어 비빈 후에 김을 가위로 잘라 고명으로 얹어서 밥 한그릇 차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배가 고팠을텐데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올때까지 기다려 주었답니다.

일순간 이제 다 키웠구나라는 착각이 들게 했던 사건이었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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