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폭력성의 갈림길은 2~4살, 놀이가 열쇠

이승욱 2015.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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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부터 여러 가지 형태의 충격적인 폭력 사건이 연이어 보도된다. 치과의사가 다른 의사를 병원에서 마구잡이로 때리는 영상이 지상파 뉴스에 보도되고, 70대 노인이 가족 여러 명을 총으로 살인한 사건도 있었다. 학교 폭력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고, 이제는 초등학생의 폭력도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어느 지역에서 실시된 초등학생들의 일탈 행동 연구에서는 해가 갈수록 초등학생들의 폭력이 조직화, 저연령화, 흉포화 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폭력성은 무엇인가? 이것은 정말 인간의 삶에서 제거해 버려야 할 것인가?

이번 지면과 다음 글까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폭력성이 생산성으로 승화(昇化)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가 2~4세 무렵이기 때문이다.


폭력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누구나 폭력성을 본능으로 가지고 있다"라는 전제에 합의를 해야 한다. 인류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문명을 만들어 내기까지, 한 생물체로서 먹이를 구하고, 짝을 짓는 생존의 과정에서 경쟁과 폭력은 어쩔 수 없는 본능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몸을 움직이며 자궁벽을 건드리는 행위를 ‘논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은 태아가 외부 자극과 접촉 하면서 자신의 환경을 감지하고, 근육과 운동력을 기르는 본능적 운동 행위라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어른의 감각으로는 ‘논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별 것 아닌 몸부림이지만 태아로서는 혼신을 다해 생존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몸짓이며. 폭력성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운동성을 기르는 한 과정이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예이다. 아이는 출생 후에 자신에게 영양을 제공해 주는 엄마의 젖을 물기도(biting) 한다. 그럴 때 아이는 엄마를 미워하는 감정이 있어서 물었을까? 한 살이 채 안된 갓난 아이가 자신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엄마에게, 어른들이 극도로 증오스러울 때만 하는 짓인 ‘물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엄마를(엄마의 젓을) ‘먹이’로 생각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많다. 이것은 먹이에 대한 공격성/폭력성의 본능적 행위이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오직 사랑하는 것에만 상처를 준다”. 그 증거를 들어 보자. 아이가 너무 이쁠 때 우리는 ‘깨물어’ 주고 싶다고 말한다. 한 대상이 너무나 끔찍하게 사랑스러운데 왜 상대를 아프게 하는 깨무는 행위를 하고 싶다고 할까? 분명 그 대상이 고통스럽고 상처를 입을 것인데 말이다.


인간이 어떤 대상을 소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머니에 넣어 두는 것도 아니고, 등에 업고 가는 것도 아니다. 가장 확실한 소유는 ‘먹는’ 것이다. 먹기는 깨무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누구를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전적으로 소유할(먹을) 수 없다. 그래서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먹고 깨무는 감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이 욕구는 충족될 수 없고, 좌절할 수 밖에 없다.


폭력성, 또는 공격적 성향과 좌절과 박탈은 동시적으로 일어나며, 거기에는 거의 항상 상실감을 동반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박탈과 좌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왜 어떤 사람들은 박탈과 상실의 경험 때문에 이상 행동을 보이고 또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는가? 더불어 아이들이 갖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또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박탈되거나 또는 보상된다는 말인가?


도날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은 이 부분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파괴성은 인격 안에 놀이의 영역을 형성하지 못한, 반사회적인 아동의 특성이다" 여기서 놀이란 모든 형태의 놀이를 말한다. 아이들의 소꿉놀이에서부터, 심지어 어른들이 하는 정치 ‘놀음’도 포함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왜 중요한가. Sublimation, ‘승화’는 항상 아주 고도의 형태, 미술이나, 음악, 문학 같은 예술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폭력적 본능은 권투, 격투기, 태권도 등등과 같은 형태로 사회적 용인을 받는다. 사기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달변의 거짓말쟁이가, 거리의 약 장사가 된다면 그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직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승화시킨 것이다.


그러면 2살짜리 아이의 폭력성은 어떻게 승화 되는가. 바로 놀이를 통해서이다. 아이들이 가진 아주 저급한, 정련되지 못한 폭력성은 부모와의 놀이를 통해서 용인된 형태로 변형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가 아이의 내적 영역에 놀이의 원칙을 심어주지 못했을 때, 아이의 폭력성은 용인되지 않은 방식으로 분출되며, 결국 사회적 법적 징벌을 받게 된다.


이 부분은 건강한 방어기제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른인 우리도 누군가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다 죽이지는 않는다. 그 증오가 너무 심할 때, 아주 가끔 아주 힘겹게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하거나, 그를 잊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한다, 예를 들면 손톱 물어뜯기, 닥치는 대로 뭘 먹어 치우기 등등. 저급한 방어기제를 쓰건,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쓰건 우리는 그 상해(살인)욕구를 억누를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쨌건 우리가 그 기제를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놀이터2.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지금의 부모들이 아이들이었을 때는 이런 기제의 기초를 놀이를 통해서 학습했다. 해 저물녘까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놀았던 어른 세대는 놀이를 통해서 세상의 규칙을 배웠다. 예를 들면 숨바꼭질 놀이의 술래가 되었을 때, 홀로 친구들이 숨어 있을 만한 곳들을 찾아 내고 위기에서 벗어날 지혜를 기른다. 또 공격성은 격렬한 기마전, 씨름, 여러 가지 형태의 몸을 부딪히는 놀이를 통해서 정제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구분하고, 협동하는 방식을 습득하고 또 그 구분에 따라서 행동할 자기 강제력, 내적 규제를 키워왔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 특히 대도시의 아이들은 놀이의 기회를 거의 다 박탈당한 것 같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놀이는 사라지고, 이미 룰이 정해져 있거나 조작된 기구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하는 유아학습도구들만 무성하다.


김성원의 논문, <한국 유아기 놀이의 세대별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 보았다. 예전의 놀이특성은 땅과 자연으로 하는 놀이, 운동 형식이 있는 놀이, 가족과 동네에서 전수받은 놀이와 같은 특성을 지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화 및 기계화 된 놀이, 유아교육기관과 실내에서의 놀이와 같은 특성으로 거의 바뀌었다고 한다.


놀이의 가장 기본은 아이들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데 있다. 스스로 만든 규칙은 놀이상대와 합의해야 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놀이의 예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상세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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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10년간 현지에서 정신분석가로 일했다. 서울에서 클리닉 운영,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진행.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상처 떠나보내기>, <대한민국 부모(공저)>, <천 일의 눈맞춤> 등이 있다. 현장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인생의 초기 경험이 나머지 생을 온전히 움직인다’이다. 발달심리학은 부모가 지혜롭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기에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메일 : imokut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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