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똥은 나다"...더럽다는 생각 떨치기

이승욱 2014. 05. 15
조회수 8728 추천수 0
 04678935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직립보행을 할 때 쯤 이유식을 하면서 젖떼기의 과제를 해결하고 나면, 양육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기다린다. 쉽게 말해, 아이가 ‘똥 오줌 가리게 하기’라는 과제 즉, 이른바 ‘변 훈련’이다. 어떤 아이들은 쉽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비교적 어렵고 힘들게 대소변 통제력을 획득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변 훈련’이라는 용어는 흡사 애완견을 집에 데리고 와서 훈련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느낌이라서 이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자.)

나는 이 과정을 자기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제목도 ‘똥은 나다’이다. 왜 똥은 나인가? 
예를 들어 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자신이 지금 막 유치원에 들어간 7살짜리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첫날 첫 시간에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라고 종이와 크레파스를 내 준다. 그림의 주제는 자기 자신을 그리라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을 열심히 그렸다. 그런데 다 그린 그림을 선생님이 보고 나서 마구 화를 낸다. 그림을 이렇게 그리면 어떻게 하냐고 혼을 내는 것이다. 

자, 그 상상 속으로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자. 아이는 자신의 그림이 잘못되었기에 비난 받는 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냥 자기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까? 아이는 자신의 그림 실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투영해 낸 그림과 자신을 동일시할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며, 따라서 그림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비난으로 들릴 것이다. 

다시 ‘똥과 나’의 문제로 돌아오자. 그림보다 똥은 더 심각하게 자신과 동일시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손으로 외부에 그린(만든) 것이 아니라, 내 몸에서 나온 내 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이들은 똥이 더럽다, 깨끗하다는 인식이 없다. 또 제 때에 정해진 곳에서 배설을 통제해야 할 것이라는 문명적 인식이 전혀 없다. 그런 것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다만 그것은 내 몸에서 나온 내 몸의 일부라고 여긴다. 그리고 한 발 만 더 나가서 얘기하자면, 똥은 아이들이 만들어 낸 최초의 창작물이다. 유치원 아이가 첫 날 만들어 낸 창작물에 대해 교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 아이의 자긍심이 올라가거나 내려 갈 가능성이 많은 것 보다, 똥이라는 최초의 창작물에 대한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자기 이미지에 더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아이에게 똥은 더러워서 통제해야 할 혐오물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감각한다. 그러니 양육자들은 아이가 배설한 변은 환영받아야 할 것, 더러운 혐오물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함을 증명해주는 신체기관의 활동성의 증표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건강한 대소변 활동을 칭찬해야 한다. 

대소변을 통제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괄약근의 조절이 쉽지 않을 뿐더러 몸시계가 규칙적이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늦어도 만 세 살이 되면 서서히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스스로 변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분명히 현대의 양육자들이 실수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열 번을 싸도 여전히 보송보송한 종이 기저귀’의 무차별적인 사용이다.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기 위해서는 자기의 대소변이 뭉클뭉클하고 축축하여 불쾌한 느낌을 감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송보송함을 자랑하는 종이기저귀는 아이의 감각활동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표백제가 아이들의 여린 피부에 24시간 닿아 있는 것이 온당한지 잘 모르겠다.  

애완견을 제외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 중에서 똥 오줌을 정해진 장소에서, 다른 개체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만 배설해야 하는 종을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오직 인간 밖에 없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본능의 상당 부분을 배제하는 행위이다. 사회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 모든 인류가 거쳐야하는 이 문명화의 과정에서 변 훈련 만큼 혹독한 것은 없다. 이것이 인간이 경험하는 박탈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 박탈을 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사회화의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하나만 더 얘기하고 마무리한다. 한국에서 더 심각하게 개입되는 문제는 ‘변훈련’에 대한 부모의 조바심이다. 흡사 아이가 똥오줌을 빨리 가리면 아이가 영재성이 있다는 증거나 되는 양, 아이의 ‘변 훈련’을 가혹하게 시킨다. 그래서인지 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아이들이 기저귀를 떼는 시기가 80여개의 조사 대상국 가운데 월등한 1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조심하자. 어릴 때 기저귀 빨리 떼면 늙어서 더 오래 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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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10년간 현지에서 정신분석가로 일했다. 서울에서 클리닉 운영,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진행.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상처 떠나보내기>, <대한민국 부모(공저)>, <천 일의 눈맞춤> 등이 있다. 현장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인생의 초기 경험이 나머지 생을 온전히 움직인다’이다. 발달심리학은 부모가 지혜롭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기에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메일 : imokut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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