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엄마와 떨어지기 II

이승욱 201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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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1_06.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시간은 애착형성의 종류에 그 양상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번 시간은 원인과 예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안정애착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답은 이 칼럼의 두 번째, 세 번째 순서를 읽어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답을 알려 주자면 일관적인 양육태도, 예측가능한 양육태도, 그리고 따뜻한 눈길과 부드럽게 만져주기 등이다. 만약 아이의 첫 12개월 동안 이 원칙을 지키면서 아이를 키웠다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선물을 아이에게 준 것이다. 

하지만 앞 순서에서도 말했다 시피, 부모들의 마음과는 달리 여러 가지 조건이나 상황 때문에 항상 건강하고 충실한 양육을 제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하나가 엄마가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상황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경우다. 또는 출산 후 예후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는 등의 이유로 아기에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지 못하게 되면 아기는 소극적이고 타인과의 교류에 서툰 아이로 자란다. 초기에 타인과의 교류를 학습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산후우울증을 겪은 엄마에게서 자라는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결과를 보면, 아이들이 덜 활동적이며 덜 활기차며 더 신경질적이고 잠자는 패턴이 불규칙하고 얼굴의 표정 변화가 적으며 자극에 덜 반응한다고 한다. 즉 엄마와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교류가 없고 아이가 자극받을 일이 없으며 주양육자가 아이의 신호에 반응해 주지 않는 경우 아이는 외부와 소통하는 능력 자체가 소극적으로 발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회피애착이 형성되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만약 아이의 성격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매사에 흥미가 없다면 어릴 적 양육환경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경우를 보자. 만약 엄마가 지나치게 변덕스럽거나 양육에 일관성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엄마를 둔 아기들은 엄마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엄마가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하지만, 정작 엄마가 돌아왔을 때는 안기려고 하지 않고 분노를 진정시키지 못한다. 즉, 엄마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신경질적이거나, 아이의 정서적 독립성을 유지할 겨를 없이 너무 자주 엄마의 정서에 오염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관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정서적․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엄마에 대한 집착과 불신이라는 양가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런 분리불안의 행동양식은 돌 무렵에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가 만 3세 후에는 눈에 뜨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약 5, 6세가 되어서도 분리불안이 강하게 드러 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 양상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당분간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인생의 가장 초기에 형성된 애착관계는 성인이 되어 다시 등장한다. 특히 이성을 만나기 시작하는 20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서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 같이 정서적으로 깊은 친밀감을 형성해야 하는 관계에서, 아내나 남편 또는 장기적인 인간관계에서 확연한 특성으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사실 성인이 되었을 때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게 된다. 
엄마가 떠나도 곧 돌아올 것이고, 당분간은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지 않은 아이들은 애착과 분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독립된 개체로서 분리해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릴 때 안정적 관계를 경험한 성인은 대체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휘둘리는 히스테릭한 반응 때문에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유아기 때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어른이 되면 배척형 관계양식을 보인다. 이런 성인은 관계의 밀접도가 낮으며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 자신을 열어놓지 못하고 정신적 에너지를 주로 자기 방어에 사용한다. 무관심과 거절 등으로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역으로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문제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정신분석을 받는 내담자들 가운데 이런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기도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 보고 싶지만 어떤 남자가 또는 여자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다가오면 자동적으로 긴장하고 그를 멀리하려는 생각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연인이 되어도 깊이 사랑하는 것이 어렵고, 가까워 지기도 전에 어떻게 헤어질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한다. 

양가감정적 애착을 형성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관계집착형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어른은 한번 맺어진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해 도를 넘은 병리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애인에게 ‘너와 나는 한 몸, 한 생각, 샴쌍둥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너도 생각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너도 원해야 하고, 내가 보고 싶을 때 너도 내가 보고 싶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고 그 불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여러 가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스토킹이 단적인 예다. 

이런 정서적 착취를 견디다 못한 상대가 이별을 통보하면 병리적 반응을 보이며 절망에 빠진다. 때로는 그런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토커가 되어서 밤낮으로 여자친구의 집 앞에서 칼을 들고 기다리거나 남자친구의 직장 상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안정적 애착과 안정적 분리를 완성하지 못한 ‘애어른’의 인생은 이처럼 위험하다. 인간은 누구나 독립을 해야 한다.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온전한 인격이 완성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것을 위해 중요한 초기 경험이 바로 안정애착의 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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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10년간 현지에서 정신분석가로 일했다. 서울에서 클리닉 운영,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진행.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상처 떠나보내기>, <대한민국 부모(공저)>, <천 일의 눈맞춤> 등이 있다. 현장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인생의 초기 경험이 나머지 생을 온전히 움직인다’이다. 발달심리학은 부모가 지혜롭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기에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메일 : imokut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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