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엄마와 떨어지기 I

이승욱 201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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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0_01.jpg » 엄마와 아기. 한겨레 자료 사진.


영유아의 초기 경험에 대해 한 번은 점검해 보고 넘어 가야 할 부분은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12개월 정도부터 아기들은 엄마(주양육자)를 분명하게 인식한다.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을 책임지는 엄마와 떨어질 때 아이들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불안을 드러내지 않거나 또는 지나치게 공포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엄마의 관계 양상을 포착하여 분류 체계화하여 이론화하였는데 이 이론을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이라고 한다. 인간이 형성하는 초기 애착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타인들과의 관계 양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초기의 애착관계는 평생의 애착관계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며, 생후 1년 이내에 기본이 구성된다고 한다.


이러한 애착관계는 아이의 분리불안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안정애착이며 또 하는 불안정 애착이다. 불안정애착은 다시 양가감정형, 회피형, 비조직형으로 나눈다. 아이가 주양육자와 어떤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아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12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아이와 주양육자가 함께 한 공간에 있는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주 양육자(대부분 엄마)와 함께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며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그러다가 엄마가 그 공간에서 사라지면 아이는 처음에는 조금 불안해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엄마를 찾고 울음을 터뜨린다. 잠시 후 엄마가 다시 나타나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 품에 안겨 금방 울음을 그치거나 조금 더 울다가 곧 진정된다. 일견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엄마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어느 정도는 혼자 있을 수 있다는 내적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엄마와 안정 애착을 형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불안정 애착에 대해 알아보자.

어떤 아기들은 엄마가 방을 나가려 하면 발작적으로 울거나 너무 불안해 해서 엄마가 떠날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 억지로 떼놓고 나가면 아이는 더 불안해 하면서 울고 불고 난리를 칠 것이다. 아이가 너무 괴롭지 않게 조금만 시간을 두었다가 아이에게 돌아가면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이는 엄마에게 덥썩 안기며 울음을 진정하리라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발작적으로 분리에 대한 불안을 보이는 아이들 중에는 엄마가 돌아와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심지어 엄마에게 안기는 것도 거부하면서 쉽게 진정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를 양가감정형애착이라고 부른다. 즉 엄마에 대한 애정과 분노가 함께 뒤섞여 감정적인 혼돈상태를 경험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행동은 특히 분리에 대한 불안이 자극될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회피애착이다. 이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비교적 단순하다. 엄마가 방 밖으로 나가도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엄마가 몇 분 동안 보이지 않아도 비교적 덜 불안해 한다. 그러다가 엄마가 돌아 왔을 때, 아이는 엄마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별로 반응이 없다. 즉, 엄마가 나가건 들어오건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비조직화된 애착은 아주 희박한 경우라서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합니다.)


엄마들은 모두 아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여의하게 돌아 가는 건 아니다. 엄마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 어른이 돌아 가시거나 혹은 심각한 병에 걸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출산 후에 남편과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엄마가 감정적으로 자신을 잘 추스릴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엄마들은 산후 조리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고 경제적으로 도우미를 청할 여유가 없어서 혼자서 오롯이 육아와 살림을 다 감당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출산은 2~3년 뒤에나 계획했던 여성이 계획하지 않았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 직장도 휴직하고 경제적인 불안감도 가중된 상태에서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면, 이럴 때 엄마는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정성을 다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자녀 양육은 부모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사랑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들도 있다는 뜻이다. 각각의 양육 환경에서 엄마와 아이는 자각하지 못하는 새에 주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각자 특징적으로 형성하게 된다. 한국의 엄마-아이는 60% 안정애착을 이룬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안정애착의 비율이 점점 낮아 지는 추세다. 나머지 40%는 불안정 애착이라고 한다. 한 가지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것은, 형성된 애착관계가 100% 안정애착이거나 불안정애착이 아니라 주된 애착은 안정애착인데 불안정애착 경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 시간에는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되는 환경에 대해, 그리고 영유아기에 형성된 애착관계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어떤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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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10년간 현지에서 정신분석가로 일했다. 서울에서 클리닉 운영,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진행.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상처 떠나보내기>, <대한민국 부모(공저)>, <천 일의 눈맞춤> 등이 있다. 현장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인생의 초기 경험이 나머지 생을 온전히 움직인다’이다. 발달심리학은 부모가 지혜롭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기에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메일 : imokut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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