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신로봇, 그 이름은 직장맘
로봇과 자동차를 넘나드는 변신로봇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로봇과 자동차로 변신한 모습이 모두 멋지고 큰 것들은 그만큼 변신 또한 쉽지 않다. 장난감이라 생각하고 쉽게 변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 그 중 몇몇은 설명서를 보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런 것들을 좀 더 쉽게, 아이 혼자 로봇과 자동차로 변신시켜 갖고 놀 수 있게 만들지 못하는 걸까. 등 뒤에 변신 버튼 하나 달아놓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알아서 변신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러다가 불현듯, 내 등 뒤에도 변신버튼이 하나 달려 있었음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180도 다른 삶, 주말 내내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출근하는 월요일 오전은 집에서 빠져 나오는 데까지 유독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직장에서 정신 없이 일하다가 집으로 퇴근한 시간, 가끔 난 ‘엄마’역할로 변신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참 다른 삶, 하지만 그 역할에 모두 순간적으로 몰입하여 충실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 한겨레 자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수많은 육아정보들이 쏟아지고, ‘기다려 주는 엄마’, ‘들어주는 엄마’의 중요성도 수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엄마 또한 출근해서는 경쟁사회 속에서 열심히 달리다가 퇴근해서는 무조건 들어주고 받아주는 엄마가 된다는 일, 과연 그 누군들 척척 잘해낼 수 있을까.
로봇을 자동차로 변신시키는 과정에서 간혹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빨리 변신시키겠다는 욕심이 과해, 아님 너무 많은 힘을 쓰다가 일부를 부러뜨리는 일이다. 그렇게 일부분이 부러져나가면 다시 복구하기란 상당히 힘들어진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중요한 부분이 부러져나가면 로봇도, 자동차도 모두 올바른 모습을 갖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건 힘 조절이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힘 조절, 그리고 조금 잘못 비틀려도 부러져나가지 않을 수 있는 유연성이다. 니나 디세나는 ‘유혹과 조종의 기술’에서 인생을 다섯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게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공에는 각각 직장, 가정, 건강, 친구, 성실함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모든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개개인마다 갖고 있는 공은 그 종류도, 그 숫자도 다를 것이다. 다만, 그 공이 무엇이 되었던 한가지를 너무 강하게 쥐고 있으면 다른 것이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버리고 만다. 어떤 것이 고무로 되어있는 공인지, 어떤 것이 유리로 되어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일게다.
궂이 저글링까지 가지 않더라도 음(陰)과 양(陽)의 균형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멋져 보이는 변신로봇일수록 변신이 힘들 듯,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그만큼 변신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할 부분일게다. 욕심과의 타협, 그리고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일, 내 삶의 유리공이 과연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확실하다면 다른 부분들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난 오늘도 퇴근 전 변신 준비를 하고 있다. 명절이 끼어있어 더 만만치 않은 주말, 딱 5분만,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는거다. 그리고 리셋, 이제 집으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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