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신뢰, 관계의 출발

이승욱 2013. 02. 01
조회수 11665 추천수 0

마주보고 웃어요.jpg » 한겨레 자료사진

 

세상을 믿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세상이나 타인을 신뢰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신뢰의 출발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저 사람은 믿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거래 관계 뿐만 아니라 이웃사람, 친구, 심지어 가족관계에서도 이런 의심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고민해 본 적은 있으신지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다,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관계에서 신뢰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범죄의 재구성>같은 영화에서처럼 사기꾼들간에 서로를 믿지 못해서 속고 속이는 게임이 계속되겠지요. 맞습니다.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는 관계라기 보다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서로의 애정에 대해 확신이 없는 연인 사이도 그렇지만, 부부간에도 신뢰가 없으면 묘한 심리게임을 하기 십상이죠. 이건 부모-자녀 간에도 그렇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중요한 관계일수록 신뢰가 없다면, 그곳은 지옥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모둠살이에서 신뢰는 관계의 근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관계는 어떻게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얘기한 대로, 내 자신이 먼저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란 또 어떤 사람일까요? 역시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자기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관계를 맺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데 치명적으로 중요한 내적 가치입니다. 그렇다면 또 의문은 생기겠죠. 어떻게 내 아이가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이 되게끔 양육할 것인가?

 

여기에서 부모님들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부모가 키운 아이가 스스로를 신뢰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 부모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수용도 없어서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데, 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를 자신(自信)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야기가 너무 깊고 복잡하게 느껴지시나요. 그렇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 글을 꼭 다 읽으시기 바랍니다. 혹시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이 겁이 나거나 싫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느끼신다면 더더욱 앞으로의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셔야 합니다. 그런 두려움은 지금까지 자기 삶에 발생한 일들을 힘겹게만 여기고 피해 다니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깊게 느끼고 들여다 보지 않았기에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처음에 소개했다시피 저는 정신분석학자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상담실에서 호소하는 자녀 양육 문제들은 바로 자기 자신의 문제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두 명의 자녀가 있어도 관계 맺기와 양육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자녀가 있고, 그 아이는 대체로 엄마(또는 아버지)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바로 부모 자신이 새롭게 성장하는 과정이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육 기술과 육아 상식을 많이 안다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아무런 편견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불안과 분노와 두려움을 가장 잘 느끼는 존재가 바로 여러분의 아이입니다. 그러니 먼저 부모 자신의 내면이 성장하는 경험을 아이의 성장과 함께 경험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처음 7, 이후 70을 쓰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입니다.

한 회당 지면이 짧아서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신뢰형성에 관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얘기를 하겠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구강기, 신뢰, 불신
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10년간 현지에서 정신분석가로 일했다. 서울에서 클리닉 운영,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진행.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상처 떠나보내기>, <대한민국 부모(공저)>, <천 일의 눈맞춤> 등이 있다. 현장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인생의 초기 경험이 나머지 생을 온전히 움직인다’이다. 발달심리학은 부모가 지혜롭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기에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메일 : imokutoo@gmail.com      

최신글




  • 3살 아이 사회성 놀이, 엄마가 걸림돌?3살 아이 사회성 놀이, 엄마가 걸림돌?

    이승욱 | 2015. 04. 22

    지난 호(폭력성의 갈림길은 2~4살, 놀이가 열쇠)에 이어 계속 놀이에 대한 이야기다.놀이는 가능한 도구를 최소화하고 몸을 사용하는 양이 많을 수록 좋다. 지금은 거의 아무도 하지 않는 전통적인 놀이들의 대부분은 이런 원칙에 아주 충실하다. ...

  • 폭력성의 갈림길은 2~4살, 놀이가 열쇠폭력성의 갈림길은 2~4살, 놀이가 열쇠

    이승욱 | 2015. 03. 10

    신년 벽두부터 여러 가지 형태의 충격적인 폭력 사건이 연이어 보도된다. 치과의사가 다른 의사를 병원에서 마구잡이로 때리는 영상이 지상파 뉴스에 보도되고, 70대 노인이 가족 여러 명을 총으로 살인한 사건도 있었다. 학교 폭력은 여전히 사회...

  • 말보다 감각, 아이는 안다말보다 감각, 아이는 안다

    이승욱 | 2015. 02. 11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가 여행과 육아인 것 같다. 특히 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것 같은데, 내 눈에는 특히 사랑이라는 아이가 뜨인다. 무엇보다 표정이 살아 있다. 좀 무뚝뚝해 해 ...

  • '똥은 나다'...더럽다는 생각 떨치기"똥은 나다"...더럽다는 생각 떨치기

    이승욱 | 2014. 05. 15

      직립보행을 할 때 쯤 이유식을 하면서 젖떼기의 과제를 해결하고 나면, 양육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기다린다. 쉽게 말해, 아이가 ‘똥 오줌 가리게 하기’라는 과제 즉, 이른바 ‘변 훈련’이다. 어떤 아이들은 쉽게 되기도 하고 또 ...

  • 호기심 천국 아이에게 이 말만은 참으세요호기심 천국 아이에게 이 말만은 참으세요

    이승욱 | 2014. 04. 01

      진화론적으로 모든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난다고 한다. 약 2년 정도는 태아 상태로 있어야 생존에 적합한 육체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를 들자면, 모든 영장류는 물론이고 포유류 동물들 중에서 태어나자 마자 ...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