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 관계의 출발
» 한겨레 자료사진
세상을 믿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세상이나 타인을 신뢰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신뢰의 출발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저 사람은 믿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거래 관계 뿐만 아니라 이웃사람, 친구, 심지어 가족관계에서도 이런 의심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고민해 본 적은 있으신지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다,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관계에서 신뢰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범죄의 재구성>같은 영화에서처럼 사기꾼들간에 서로를 믿지 못해서 속고 속이는 ‘게임’이 계속되겠지요. 맞습니다.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는 ‘관계’라기 보다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서로의 애정에 대해 확신이 없는 연인 사이도 그렇지만, 부부간에도 신뢰가 없으면 묘한 심리게임을 하기 십상이죠. 이건 부모-자녀 간에도 그렇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중요한 관계일수록 신뢰가 없다면, 그곳은 지옥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모둠살이에서 신뢰는 관계의 근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관계는 어떻게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얘기한 대로, 내 자신이 먼저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란 또 어떤 사람일까요? 역시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자기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관계를 맺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데 치명적으로 중요한 내적 가치입니다. 그렇다면 또 의문은 생기겠죠. 어떻게 내 아이가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이 되게끔 양육할 것인가?
여기에서 부모님들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부모가 키운 아이가 스스로를 신뢰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즉, 부모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수용도 없어서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데, 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를 자신(自信)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야기가 너무 깊고 복잡하게 느껴지시나요.
처음에 소개했다시피 저는 정신분석학자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상담실에서 호소하는 자녀 양육 문제들은 바로 자기 자신의 문제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두 명의 자녀가 있어도 관계 맺기와 양육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자녀가 있고, 그 아이는 대체로 엄마(또는 아버지)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바로 부모 자신이 새롭게 성장하는 과정이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육 기술과 육아 상식을 많이 안다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아무런 편견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불안과 분노와 두려움을 가장 잘 느끼는 존재가 바로 여러분의 아이입니다. 그러니 먼저 부모 자신의 내면이 성장하는 경험을 아이의 성장과 함께 경험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처음 7년, 이후 70년”을 쓰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입니다.
한 회당 지면이 짧아서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신뢰형성에 관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얘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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