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이들 싸움 중재 방법 (2)

하태욱·차상진 2013.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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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싸움 중재 방법(1) 2013110일자에서 이어짐

 

<2단계>

지금 아이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공감하고 알아준다.

 

01306301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이들 간의 대립이나 갈등 현장에 조용히 다가가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을 일단 저지시켰다면 이제 필요한 일은 아이들의 불편한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작업입니다. 아이가 갈등상황에서 지금 느끼고 있을 불편한 감정이나 기분을 엄마(아빠)가 이해하고 있다고 표현해주는 것이지요. 쉽게 삭여지지 않는 불쾌한 감정은 누군가 알아주고 이해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요즘 저희 가족이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자칭 여러분의 말 못할 고민을 응원한다는 대국민 고민자랑 토크쇼라는데, 신청자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면 청중들이 이것이 얼마나 큰 고민거리인가를 투표 숫자로 가늠해줍니다. 다양한 고민사례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불편한 감정을 남이 알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치유효과가 있는지 실감합니다. 격양된 말투로 사연을 털어놓던 고민의 주인공은 속상하겠다’ ‘힘들겠다는 출연자들의 이해와 공감에 금세 환해지고 차분한 얼굴로 바뀌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랬냐? ‘누가 그랬냐? ‘누가 먼저 했냐?’는 질책보다 그래, 너 참 속상하겠구나!’라는 부모의 공감은 우리 아이들에게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2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불편한 감정을 알아주는 방법을 통해 아이가 보다 이성적으로 문제해결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의 평정을 돕는 일,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일입니다. 살다보면 화가 날 때도, 짜증이 날 때도, 열을 받을 때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이며 괜찮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감정을 얼마나 바람직한 방법으로 조절하고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이 단계에서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격양된 말과 행동을 (지금 아이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알아주면서) 다시 재구성해서 표현해 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본보기가 되기 때문에 어른들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자세를 유지해야합니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매우 직관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감정의 표현 역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흥분되어 있을 때의 감정표현은 매우 거칠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칠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 자체 보다는 그것의 원인이 되는 감정을 차분한 태도로 읽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알아주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보다 세련되고 수용 가능한 형태로 바꿀 수 있게 돕는 것이지요. 이를 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통해 단순하고 구체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동생이 자기한테는 보여주지 않는다며 민정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을 찢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울고 있는 민정이에게 엄마(아빠)속상하지. 그래 알아...우리 민정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이 찢어져서 속이 많이 상했어 지금...”이라고 말해줄 수 있겠지요. 이때 너를 이해한다는 진심어린 표정으로 등을 쓰다듬거나 안아주는 등의 신체표현을 병행한다면 아이는 훨씬 더 공감 받는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두 번째 경우는 아이의 공격적인 말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 다녀 온 후 먹으려고 보관해둔 과자 한 봉지를 동생이 먹어버려 마음이 상한 석재가 꺼져! 이 돼지새끼야!”라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엄마(아빠)석재가 과자가 없어져서 서운했구나. 하지만 석재야, 아무리 서운해도 동생에게 욕을 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야. 석재가 많이 서운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경우는 공격적인 행동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은 성을 동생이 무너뜨리자 승연이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동생을 때렸습니다. 이때 엄마(아빠)정성들여 쌓은 성이 부서져 승연이가 화가 났구나. 그런데 승연아,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사람을 때리는 건 절대 안 된단다. 승연이가 화가 많이 났었구나.”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어른들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줄 때는 아동의 필요나 요구에서 비롯된 사건자체와 사람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위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민정이를 속상하게 만든 원인을 찢어진 동화책이 아닌 동화책을 찢은 동생에 둔다면 문제의 해결은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언니의 동화책을 함께 보고 싶은 동생의 감정 또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문제의 초점을 사람이 아닌 사건자체에 맞추려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완화시키는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또한, 성급하게 도덕적으로 아이를 재단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위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어떻게 동생한테 돼지새끼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야!”라는 식의 다그침은 아이로 하여금 상처받은 감정에 비난까지 더해진 느낌을 갖게 하여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지요. 물론 해도 될 말과 행동,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단호하게 구분 짓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훈육이 먹힐만한 상황인지 잠깐 유보해야 할 상황인지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 역시 우리 부모들에겐 필요합니다. 전략적인 유보가 결코 자녀교육에 있어 원칙의 희석이나 훈육의 회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감정이 누군가에 가 닿았고 이해받았다는 느낌은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찾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들의 반복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지하고, 존중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지요. ‘화가 난다’ ‘속상하다’ ‘서운하다같은 단순한 감정에 대한 인지능력이 차차 발전되면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기분까지도 읽어내고, 존중하고, 조절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6단계 과정에서 2단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의 진행은 무의미합니다. 2단계의 완성여부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신체언어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울음이 멈추고, 경직되었던 몸이 유연해졌다면, 그리고 아이들의 목소리 톤이 차분해지고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면 3단계 작업을 시도해보아도 좋겠습니다. <계속>

 

차상진(sangjin.cha@gmail.com)


※참고문헌

-Betsy Evans (2002). You can’t come to my birthday party! : Conflict resolution with young children. HighScop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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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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