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이들 싸움 중재 방법 (1)

하태욱·차상진 2013. 01. 11
조회수 21438 추천수 0

 사랑의 기술.jpg » 한겨레 자료사진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새해도 시작되었으니 집집마다 본격적인 방학모드입니다.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는 저희 아들도 일찌감치 방학을 해 집에 와 있습니다. 컵은 물 마신 그 자리, 귤껍질은 까먹은 그 자리, 외출하고 돌아오면 외투는 소파 위, 샤워하러 들어갈 때 벗은 속옷은 욕실 문 앞에 허물처럼 놓여있습니다. 마음의 평화가 절실한 시기지요. ‘자식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어르신들 말씀이 무슨 뜻인지 벌써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둘 이상의 자녀를 둔 집안에서는 형제, 자매들 간의 잦은 다툼도 큰 육아스트레스 중 하나겠지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허구한 날 들려오는 큰소리에 부모들의 목소리도 같이 커져갑니다.

 

대학원 시절 제 인생을 바꾸어놓은 동영상 한 꼭지가 있습니다. 유아교육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알아보는 수업이었는데 저희들에게 보여준 비디오는 교사가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내용이었지요. 동영상 속의 어린아이 둘은 열쇠꾸러미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어른은 양쪽 아이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주면서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서너 살로 보이는 그 아이들은 자기들 수준에서의 해결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내더군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렸지요. 언니나 동생과 다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많이 혼났던 것 같고, 억지로 화해를 해야만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누구 하나는 억울함을 감춘 채 양보를 해야 했었지요.

 

제가 본 동영상에는 아이들에게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에 대한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영상에 감동받아 찾아간 하이스코프에서 이것은 프로그램 적용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교육내용 중 하나라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지요. 육아스트레스가 제법 버거워지는 방학이니 이 내용을 우리 부모님들과 나눠볼까 합니다. 추운 날 집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자주 다투는 형제 자매간의 다툼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꽤 방대한 내용이라 몇 회에 걸친 시리즈로 다룰 생각입니다. 먼저 아이들의 갈등(대립)을 중재하는 6단계의 전략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

 전 략

1단계 

 문제의 현장에 조용히 접근한다위험 요소를 수반한 공격적 행동은 일단 멈추게 한다. 

2단계 

 지금 아이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공감하고 알아준다.

3단계 

 문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4단계

 문제를 재정리한다.

5단계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게 하고 그 중에서 해결방법을 결정한다.

6단계 

 추가지원에 대비한다.

<*출처: 하이스코프 교육연구소> 


<1단계>

문제의 현장에 조용히 접근한다. 위험요소를 수반한 공격적 행동은 일단 멈추게 한다.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부모들은 이 녀석들 또 싸워??!!” “조용히 못해??!!” 라며 일단 큰소리로 야단부터치기가 일쑤지요. 더구나 서로 치고받는다던지, 물건을 부순다던지 등의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어른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립이나 갈등의 상황을 목격했을 때 우리 어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차분함을 찾는 일입니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행동이 거칠어지는 어른들의 흥분된 모습은 아이들을 더욱 격하게 하거나 주눅 들게 만들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건이 일어나면 일단 심호흡을 한번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순간 우리 부모들이 일부러 기억하여 되뇌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 이 상황은 말썽이나 위기의 상황이 아닌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립과 갈등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학원이나 학습지에서 배우는 것 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삶의 기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회는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필요나 요구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그것 역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살아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이 순간은 아이들로 하여금 지극히 평화적인 문제해결의 행복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하고, 중재자로서의 나(부모)는 이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해야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많은 경우에서 우리는 어리기 때문에’, ‘형님이기 때문에’, ‘여자 혹은 남자이기 때문에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평소에 장난이 심하다거나 움직임이 보다 활동적인 아이의 경우에는 사건 파악의 과정 없이 책임을 덮어쓰게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하지요. 편견이나 선입견은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아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중재자로서의 어른은 (심증이 크다 할지라도) 양쪽의 입장과 요구, 감정 모두를 똑같이 존중해야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사건의 현장에 조용히다가갑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을 저지시키는 일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아무리 내가 옳다 생각되더라도 폭력적인 언어나 행동은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상황을 말리는 과정에서 어른은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야합니다. 이 상황에서의 어른들의 큰소리나 과격한 몸동작은 바람직하지 못한 말과 행동의 모델이 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중재자라기 보다는 야단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이러한 위협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 입장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경청하려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만들지요.

 

이 때 어른이 보이는 몇 가지 신체 언어는 차분하고 중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른은 먼저 몸을 낮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와 아이 사이에 몸을 둡니다. 이때 어른의 양쪽 팔로 두 아이를 가볍게 안거나 어른의 양손을 두 아이의 한쪽 어깨에 각각 올려놓는 것, 혹은 아이들의 손을 어른의 양손으로 하나씩 잡아주는 행동은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겁니다. 혹시 아이들이 그 순간에도 갈등의 소지가 되는 물건을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른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아이들 사이에 몸을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이들 쪽으로 몸을 숙여 눈을 맞춰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한 아이가 거칠게 감정표현을 하여 다른 아이보다 어른의 신체접촉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어쩌면 아이 쪽에서 어른과의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중재자인 어른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쪽이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양쪽 모두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 누구도 엄마(아빠)가 한쪽에 더 마음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양쪽 아이 모두에게 골고루 눈을 맞추어줍니다. 또한 이때 중요한 것은 얼굴표정과 목소리 톤입니다. 어른들은 얼굴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아이들이 지금 느끼고 있을 감정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면서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요. 험악한 표정과 화가 섞인 목소리로 엄마(아빠) 쳐다 봐. 엄마(아빠) 얘기 들어!”라며 늘어놓는 장황한 훈계는 아이들로 하여금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는 어른이며 주도권 역시 어른에게 있음을 암묵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무서운 표정과 목소리로 싸우는 너희들 때문에 지금 엄마(아빠)는 굉장히 화가 났다는 표현이 아닌, 뭔가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아이들 입장에 대한 애정 어린 공감을 표현한다면 아이들은 한결 쉽게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를 하게 될 겁니다.

 

정리하면, 아이들의 갈등상황을 중재하는 과정의 가장 첫 단계는 관점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는 일이 아닐까합니다. 갈등상황에서 아이들이 느끼고 있을 요구나 필요, 감정에 대해서는 일체 무시한 채, 대립이나 갈등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니 강압적으로라도 빨리 해결하려거나 피해가려는 태도는 절대 우리 아이들은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나 대립이 없는 환경이 아니라 그런 일들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차분하고 평화적인 태도로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일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미션입니다. <계속>

 

차상진(sangjin.cha@gmail.com)

 

※참고문헌

-Betsy Evans (2002). You can’t come to my birthday party! : Conflict resolution with young children. HighScop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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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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