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이들 싸움 중재 방법 (3)

하태욱·차상진 2013.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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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9_01.jpg » 한겨레 자료 사진아이들 싸움중재방법(1) 2013110일자

아이들 싸움중재방법(2) 201225일자에서 이어짐

 

<3단계>

문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3단계 이후의 작업은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입니다. 이 단계에서 어른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떤 일이 일어났고’ ‘우리가 각자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나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게 돕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계의 작업은 반드시 마음의 평정을 찾은 후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뇌 연구학자들에 따르면, 매우 감정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 뇌는 이성, 합리성, 책임감 등을 담당하는 부분이 상당히 둔화된다고 합니다. 거창하게 뇌 연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어른들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을 때, 몹시 서러울 때, 나도 모르게 저지르는 적지 않은 실수들을 기억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불편한 감정이 고조되어 있을 때 어른들이 가진 권력과 권위로 사건의 해결을 강요하는 일이 많습니다. “뚝 그쳐!” “당장 그만두지 못해?” “서로 사과해!” “, 미안해~ !” “서로 안아줘.” “악수해.”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생각이나 감정 따윈 안중에도 없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사건의 해결에 집중하다보니 독재자처럼 자기 마음대로 문제를 봉합하거나 적당히 무마해버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갈등의 원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덮어진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문제와 갈등을 치유하는 힘을 기를 수 없이 덮어버리기에 급급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집중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자발성의 시작이지요.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 몸짓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 수집을 시작합니다. 정보를 모으기 위한 어른의 질문은 무엇(what)’을 묻는 형태가 좋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해줄래?” “무엇이 문제였니?”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니?” 등입니다. ‘(why)’를 묻는 질문은 어린 아이들에게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수집이 어렵습니다. 또한 초점을 문제 자체에 맞추기보다 누군가를 비난하게 만들게 되는 경향이 있어 문제해결을 더욱 힘들게 만들지요.

 

무엇이 문제인지 물은 후에 어른은 잠시 호흡을 멈춥니다. 잠시 멈춤은 어른에겐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의 시간, 아이에겐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을 준비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아이들은 숨을 고르고 자신을 설명할 적합한 단어들을 생각하겠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말이 되지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때로는 밑도 끝도 없이 단편적인 사실만을 말할 것이고, 때로는 정신없이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어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질문을 조금씩 구체화시키면서 상황을 파악해야합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메모하면서 들어준다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훨씬 더 존중받는 느낌을 가질 겁니다. 어떤 아이는 이 로봇은 내가 먼저 맡았단 말이야!”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할 겁니다. 이럴 때는 그래~ 성준이는 성준이가 로봇을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거구나!”라며 보다 예의바르고 세련된 어조로 교정해줄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초점은 사람이 아닌 물리적인 사건자체에 두어야하며, 섣부른 판단이나 판결은 절대 금물입니다.

  

<4단계>

문제를 재정리한다.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파악되었다면 어른은 각각의 아이들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양쪽의 입장과 상황을 정리해줍니다. 복잡한 설명은 간략하게 재정리하고, 무례하거나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은 순화된 언어로 바꾸어 설명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구체화하고 논리화하는 작업이지요. 이때 어른은 물리적 사건에 초점을 두어 문제는 이다라고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그러니까 문제는 너희 둘 모두 이 인형이 필요하다는 거지...” 같은 표현입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비난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는 어조지요. 상황이 너무 복잡하거나 아이들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이해가 어렵다 싶을 때는 ~ 보자. 너희들 이야기를 듣고 엄마(아빠)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말이지, 문제는 이거인거 같구나. 한번 들어 볼래?” 같이 보다 중립적인 말투로 시작해봅니다. 이러한 태도는 주위를 환기시켜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며, 어른의 이야기가 기정사실이 아니라 당사자인 아이들로 인해 교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달하기도 하지요. 어른들이 쓰는 작은 말투 하나로도 아이들의 주도성과 자발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5단계>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게 하고 그 중에서 해결방법을 결정한다.

 

아이들과 함께 문제가 무엇인지 정리했다면 이제는 해결방법을 고민할 차례입니다. 어른은 아이들에게 그러면 우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라며 단순하게 문제해결의 방법을 물어봅니다. 아이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아주 원초적이고 엉뚱한 경우가 많지요. 때로는 아주 참신하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양쪽 아이들 모두 그 해결방안에 찬성, 합의하는지 확인하고 조율하는 일, 그리고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제안한 해결책을 직접 실행해볼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아이들의 해결방법이 어른의 눈에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이더라도 직접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합니다. 물론 빤히 예상되는 부작용은 아이들이 재고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합의한 내용을 직접 종이에 그리거나 적도록 한다면 차후 조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행해보는 일은 아이들에게 문제해결의 경험과 시행착오의 경험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또한 이 과정은 자신의 필요와 요구를 상대의 그것과 대응, 비교해서 생각해보는 경험도 제공하지요. 물론 취학 전 유아들에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나의 입장과 비교해서 조율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른들과 함께 해보는 이러한 경험과 시도는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부쩍 자라게 합니다.

  

<6단계>

추가지원에 대비한다.

 

6단계는 문제 상황에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우리 문제가 해결되었네!”라며 아이들이 해결안을 실행해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른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무심한 듯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해결책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약속대로 잘 이행되지 않는다면 다가가서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교사교육을 하면서 갈등상황을 항상 아름답게마무리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우리 어른들의 욕심이 아닌가 느끼곤 합니다. 아름다운결말이란 것이 어른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지요. 한 아이가 블록으로 공들여 만들어 놓은 경찰수비대를 다른 아이가 부셨습니다. 교사는 서로의 입장을 평화롭게 이야기하고, 사과한 후에 셋이서 같이 그 경찰수비대를 복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블록을 부순 가해자(?)나 공들인 작품을 훼손당한 피해자(?)나 서로의 입장 설명 후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놀이에 열중하더라는 거죠. 교사는 경찰수비대를 복원하며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자 했던 계획이 무산되어 황당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중요한 것은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함께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훈훈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닙니다.

 

세 번의 시리즈로 거창하게 나누었던 싸움을 중재하는 6단계 방법은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거쳐 아름답게 마무리되어야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중간에서 무산될 수도 있고, 때로는 6단계의 방법을 여러 번 거쳐야 비로소 해결의 조짐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갈등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문제해결 경험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물리적, 언어적인 위협이나 폭력 없이 자신의 감정이나 입장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것이 함께 살아가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각자의 필요와 요구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이것을 조율하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다른 이에 대한 존중과 다름의 미학을 배우게 됩니다.

 

평화교육이나 대화법을 연구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귀기울이는 일은 학습되어져야 하는 교육적 주제임을 강조합니다. 말을 할 줄 안다고 다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배우고 연습해야할 중요한 교과입니다. 자신의 입장을 평화적으로 표현하도록 할 수 있는 교육의 시작은 교사나 부모가 지금 느끼고 있는 아이들의 감정을 알아주고 존중하고 수용하는 일로부터 출발합니다. 슬픔, , 고통, 짜증 같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존중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아무 느낌 없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남에게 받은 상처를 묵묵히 참아내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의 그것과 조율하고, 협상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괴로움에 못 이겨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 어른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자책하게 됩니다. 학교폭력의 무감각함과 잔인함은 어쩌면 이제까지의 무감각하고 잔인한 우리의 양육 방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차상진(sangjin.cha@gmail.com)


※참고문헌

-Betsy Evans (2002). You can’t come to my birthday party! : Conflict resolution with young children. HighScop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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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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