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더위 먹은 이들을 위한 늙은 오이의 세 가지 변신

이현주 2017. 08. 17
조회수 3490 추천수 0

지인이 직접 농사지은 수확물들과 직접 내린 더치커피를 들고 왔다.

이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지내야 했던가 생각하고 있던 나는, 

농사를 짓는 이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 애를 많이 썼겠다 싶어 송구스럽기도 했다.

노각과 가지, 호박잎과 청양고추였다.


20664087_1593621840668926_1022929432037408153_n.jpg    


노각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였다. 

늘 가늘고 여린 오이를 보다가 거죽이 누릿해진 늙은 오이를 보니 옛생각이 났다.

엄마가 여름이면 노각무침을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껍질과 속을 긁어내고 가늘게 채를 썰었던 기억.

어린 마음에, 왜 저 아까운 것을 다 버리나.. 싶었었던.


나도 엄마처럼 껍질을 벗겨냈다. 일단 맛있고 봐야 하니 그렇고, 껍질을 씹는 식감이 좋지 않아 그랬다.

역시나 그리운 옛맛이 재현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왜 여름마다 노각무침을 먹을 생각을 그동안 하지 않았던가. 

이 맛있고 보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왜 놓치고 살아왔지?  

내가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일만하며 살아온 나날들을 괜스레 반성하게 되는 맛이었다. 


세 개의 노각으로 세 가지 변신을 시도해봤다. 

모두 성공적이었고, 무엇보다 더위에 지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한 맛이 미치도록 더웠던 지난 여름을 잘 살아왔다고 다독이는 듯 했다. 



[ 노각무침 ] 

20729445_1595401030491007_4586200432065514103_n.jpg


양념장 재료 : 고추장, 고춧가루, 소금, 마늘, 생강, 식초, 청양고추, 통깨, 참기름(또는 들기름)

만드는법 : 1. 껍질을 벗기고 속을 긁어낸 뒤, 반달모양으로 얇게 썬다. (가늘게 채를 썰어도 된다) 

            2. 소금과 식초를 넣어 버무린 후, 30분 정도 방치한다 (아삭한 맛을 더하기 위해)

            3. 물기를 뺀 후, 양념장을 넣어 무친다. (양념장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 노각냉국 ] 

20746337_1595406037157173_7478384021604632863_o.jpg

재료 : 노각, 라임, 마늘, 파, 청양고추, 고춧가루, 통깨

만드는법 : 1. 노각을 손질한 후, 소금과 식초에 절여둔다.

            2. 1에 마늘, 파, 고춧가루를 넣어 가볍게 무친다

            3. 라임즙을 짜낸 물을 붓고 청양고추와 통깨, 슬라이스된 라임 몇 장을 곁들인다.

            4.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한다. 집간장으로 간을 해도 된다. 

            * 라임의 식감이 안좋다면 빼도 좋다



[ 노각라임워터 ]

20728153_1595401093824334_5712768531499345703_n.jpg

재료 : 노각, 라임, 물

만드는법 : 노각과 라임을 껍질째 슬라이스하여 물에 담근 후, 냉장고에서 하룻밤 냉침 한다.

            * 레몬을 곁들여도 좋다.



노각은 여름에만 나는 오이로, 여름철 더위 먹은 증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수분 함량이 좋고 칼슘과 섬유질이 많아 갈증을 해소하는게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목이 붓거나, 마르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다스린다. 여기에 구연산과 비타민 C가 풍부한 라임을 곁들이면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좋은 처방이 된다.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며 만들어본 노각요리, 여름의 힐링푸드로 추천한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이현주
비폭력적인 삶을 살고 싶어 채식인이 되었고, 보신을 위해 사육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순식물성 한약재로만 처방하는 한방채식 기린한약국을 열었다. ​식물들이 지닌 치유의 힘을 음식과 한약처방을 통해 활용하고, 체질에 맞는 섭생법과 오감테라피 셀프힐링법을 안내하는 오감테라피 기린학교를 열어 글, 모임, 강좌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저서로는 '휴휴선', '오감테라피', '기린과 함께하는 한방채식여행', '맛있는 채식 행복한 레시피'가 있다.
이메일 : girinherb@naver.com       페이스북 : girinherb      
블로그 : http://blog.naver.com/girinherb

최신글




  • 복날 약선요리, 인삼채소샤브샤브복날 약선요리, 인삼채소샤브샤브

    이현주 | 2018. 08. 16

    기후변화로 여름기온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 사람만 더운 게 아니다. 좁은 우리에 가둬기르는 동물들도 덥긴 마찬가지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면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로 길러지는 동물들, 과연 고기를 먹는 게 요즘같은 시대에 진정으로 도...

  • 착하면서 달콤한 여름디저트착하면서 달콤한 여름디저트

    이현주 | 2018. 07. 17

    더운 여름에는 식욕이 떨어지기 쉬워, 식사전후로 물을 자꾸 마시게 되고, 시원한 과일주스나 탄산음료를 달고 사는 어린이들이 많다. 하지만, 입맛 당기는 대로 얼음물이나 찬 과일을 먹다가는 배탈이 나기 쉽다. 장염에 걸리면 계속 설사만 ...

  • 중학생이 여는 채식 식당중학생이 여는 채식 식당

    이현주 | 2018. 06. 21

    지난 4월, 기린한약국으로 9명의 중학생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대안교육 산학교(중등과정)를 다니는 친구들. 11월에 인도에서 열리는 대안교육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경비를 마련하려고 매주 식당을 열려고 하는데, 메뉴를 채식으로 하겠다는 ...

  • 건강한 간식, 뭐 없을까?건강한 간식, 뭐 없을까?

    이현주 | 2018. 05. 17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한 숨 돌리고 이완되는 쉼표같은 시간이 바로 간식타임이다.끼니와  끼니 사이 간격이 너무 길어서, 위가 위축되고 위산이 분비되어 속쓰림 증상이 있는 분들이라면간식을 잘 활용해서, 공복감과 위장의 허전함을...

  • 아토피식단을 즐겁게 만드는 아마란스 죽아토피식단을 즐겁게 만드는 아마란스 죽

    이현주 | 2018. 02. 12

    현미가 몸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맛이 없어서 잘 안먹는 사람들이 많다.어떤 사람들은 현미를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고 난리다.보릿고래를 겪으며 고생을 하신 아버님 세대는, 누런 밥이 그냥 싫어서 백미를 드시기도 한다.이유야 어쨌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