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도리도리 짝짜꿍~♬’을 잃어버린 아이들

임재택 2011. 12. 07
조회수 16000 추천수 2
20111207_03.JPG » 곤지곤지 놀이하는 아이들 아기가 목을 가누고 기기 시작하면 보행기에 가둔다. 아기를 사람 손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보행기와 딸랑이가 키운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아예 보행기 사용금지 운동을 하고 있다는데...
100일쯤 되면 아기에게 어떤 책을 사줘야 할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어느 문화센터에 갈지 고민한다. 진정 어린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기 엄마들이여, 사랑은 소비가 아니다

부모들은 육아용품, 장난감, 교재교구 등 최신 ․ 최고의 것을 아기에게 사주는 것이 최선의 육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은 이처럼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스러운 부모가 될 준비를, 아기와 사랑을 나눌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똑똑하다는 요즘 부모들의 육아방식이나 문화적 역량은 고대인 수준만도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육아방식의 지혜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제대로 전승된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육아 책이나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풍요 속의 빈곤' 시대에 살아가는 부모와 아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데리고 문화센터를 전전긍긍하며 다니는 부모들,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덕이는 부모들과 함께 우리가 잊고 있는 것,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으로 돌아가 되짚어 볼 일이다.

선조들의 육아지혜, 단동십훈!

선조들의 육아지혜를 '오래된 미래의 육아지혜'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와 선조들의 생태적 삶과 깨달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어린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를 살펴보았더니 '단동십훈(檀童十訓)'과 마주하게 된다. 오천년이나 이어져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단동십훈은 단동치기십계훈(檀童治基十戒訓)의 줄임말이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자료들을 통해서 어떻게 전해져 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단군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돌도 안 된 어린 자손들에게 훈계하던 육아법이라고 한다. 전하는 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한자 표기도 다르긴 하지만, '불아불아, 시상시상, 도리도리, 지암지암, 곤지곤지, 섬마섬마, 업비업비, 아함아함, 짝짜궁 짝짜궁, 질라아비훨훨'이 그것이다.

단동십훈 이외에도 까꿍, 둥개둥개둥개야, 꼬네꼬네, 음마음마 등 많은 전래아기놀이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선조들의 육아지혜는 전래아기놀이 하나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다. 즉, 전래아기놀이는 아기 자람에 따라 아기와 함께 그때그때 하는 놀이로, 아기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는데 쭉쭈기, 짝짜꿍, 잼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화, 핵가족화 되면서 농어촌에는 전래아기놀이를 함께 할 아이가 없고, 도시에는 전래아기놀이를 함께 할 어른이 없으며, 전래아기놀이를 알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가 계신다하더라도 손자녀를 만날 기회가 드물어 전래아기놀이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전래아기놀이는 아기 자람에 맞춰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로, 접촉 ․ 노래 ․ 흔들림 등 아기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아 양육자와 아기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우리의 오래된 육아지혜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요즘 부모들의 77.4%가 '전래아기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 않는 이유는 '방법을 몰라서'가 50.9%, '교육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가 17.3%, '아기와 놀아 줄 시간이 없어서'가 3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기의 몸 ․ 마음 ․ 영혼을 살리는 전래아기놀이

가. 아기의 움직임을 북돋는 놀이
아기의 성장과정에서 최우선은 건강이다. 아기 건강의 본질은 움직임이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하는 교육보다 몸을 움직이는 교육이 더 가치 있다. 전래아기놀이는 생명의 운동성 ․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 놀이로서, 우리의 선조들이 아기의 자람에 따라 스스로 기고, 서고, 걷는 과정에서 알맞은 말과 노래와 놀이를 만들어 자발적인 생명 운동성의 본성을 북돋아준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전래아기놀이는 생명력이 충만한 아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 태초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놀이
세계 어느 나라든 아기 달래는 전통적 방법은 모두 아기에게 자궁 속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수천 년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전래아기놀이를 보면, 우리 선조들은 자궁 속 환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기를 달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는 듯하다. 전래아기놀이는 엄마 뱃속에서의 따뜻함과 흔들림, 엄마의 심장소리와 말소리 등 아기가 좋아하는 요소를 충족시켜주어 태초의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동시에 이끈다.

다. 심미적 기억을 심어주는 놀이
전래아기놀이는 아기의 마음속에 심미적 이미지를 새겨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하고, 어른도 어린 시절의 심미적 기억을 회상하게 함으로써 어른의 몸과 마음속에 남아있는 어릴 적 따뜻한 기억과 연결되는 체험의 지속성과 유희성을 가지고 있다. 전래아기놀이는 엄마와 할머니에게 자장가를 들으며 성장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듯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놀이
요즈음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보면, 인지중심의 교육풍토와 상업주의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아이들이 사람과 자연의 품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장난감, TV, 게임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가운 장난감이나 교재교구보다 따뜻한 엄마의 품에서 세상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기는 양육자와 전래아기놀이를 하면서 사람의 따뜻하고 끈끈한 그 무언가를 경험한다. 또한 양육자와 전래아기놀이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은 아기는 내적 안정감, 자신감을 가지고 낯선 대상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힘을 키우게 된다.   

마. 노래와 함께 하는 놀이
아기들은 노래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다. 아기들은 노래와 함께 자라며, 노래 는 나무의 결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전래아기놀이는 반드시 노래가 따른다. 전래아기놀이에서 말은 말이면서 노래이고, 노래는 노래이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까꿍'이나 '곤지곤지'와 같은 짤막한 말의 셈여림과 높낮이와 장단이 부르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리듬감 있게 드러나며, '달강달강 ․ 둥개둥개둥개야 ․ 불미불미'와 같이 재미있는 단어가 노랫말이 되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전래아기놀이는 아기의 바른 성장을 기원하는 사랑과 정성과 기도의 마음이 담긴 '사랑가'이다.

사랑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자녀 앞에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부모로 다시 태어나자. 엔돌핀의 4,000배의 효과를 내는 다이돌핀(Didorphin) 호르몬은 굉장한 감동과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생성된다고 한다. 엄마 ․ 아기 ․ 아빠가 함께 하는 단동십훈 ․ 전래아기놀이는 다이돌핀의 옹달샘이다. 에코맘은 보행기와 문화센터 대신 아기살림의 첩경 ․ 다이돌핀의 보고인 '도리도리 짝짜꿍~♬'을 되찾아준다. 실제 생태유아교육기관에서는 전래아기놀이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되고 있다. 다음에 실제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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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택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 부산대 보육종합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 원장을 12년간 맡아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 왔다. 현재 (사)생태유아공동체 대표,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회장, (사)숲유치원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1996년부터는 ‘유아교육 공교육체제 실현을 위한 범국민 연대모임’ 상임대표를 맡아 유아교육법 제정 등 유아교육제도 개혁을 위해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생태유아교육개론>, <선생님, 세시풍속이 뭐예요> 등 20여권이 있다.
이메일 : jtli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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