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언어발달에는 경험과 학습이 성공의 열쇠

김영훈 2015.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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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jpg » 한겨레신문 자료 사진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는 “바벨탑을 쌓은 후에 사람들의 언어가 다르게 나뉘었다”는 성경구절을 읽고 그 이전의 언어는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언어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잔인한 실험을 시행하였습니다. 갓난 아기들을 유괴해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격리시켜 키운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2세가 이러한 실험을 시도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바벨탑을 쌓기 이전의 언어, 곧 신의 언어로 말할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자라서 인간의 언어도 구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만 냈습니다. 이 아이들은 이후에도 결코 인간의 언어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말을 하는 것은 뇌발달에 중요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말을 시작하기 전인 3-6개월 아기들은 빨기, 사키기, 웃기 등의 감정 표현을 관장하는 뇌영역의 수상돌기가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수상돌기보다 훨씬 길고 가지도 많이 낸 반면, 말을 사용할 줄 아는 생후 8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아기들은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의 수상돌기가 길고 가지도 무성했습니다. 아기가 말을 배우고 사용함에 따라 수상돌기가 가지를 더 많이 뻗고 자란 것입니다. 언어의 뇌는 환경자극이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언어를 담당하는 뇌


신생아도 모국어와 영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유아들은 거의 모든 모음과 자음, 심지어는 영어의 음소들까지 구별하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습관화를 이용한 시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아기들은 말소리를 듣기 위해 젖꼭지를 빠는데 아기가 충분히 힘차게 젖꼭지를 빨면 그때마다 뒤따라 /ba/의 음절의 테이프를 틀어주었습니다. 2-3분 동안 이렇게 테이프를 들려주면, 아기는 그 소리가 듣기 싫은 것처럼 보이며 젖 빠는 속도가 급속히 떨어집니다. 이때에 음절을 /pa/로 바꿉니다. 만일에 아기가 /ba/와 /pa/를 구별할 수 없으면 빠는 속도가 계속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생후 2-3주 밖에 안 된 아기도 음절을 바꾸면 젖꼭지를 빠는 속도가 갑자기 매우 빨라집니다. 이것은 아기가 앞의 /ba/와 새로운 /pa/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3개월에는 듣거나 말하는 단어가 좌뇌, 우뇌 모두의 뉴런을 활성화시키는 반면 두뇌의 성숙과 개인적 경험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생후 24개월이 가까워오면 언어는 하나의 반구로 특화되고 대부분의 좌뇌가 그 일을 맡게 됩니다. 따라서 청각신경이 대각선으로 교차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들의 오른쪽 귀에 대고 말할 때 반응을 잘하는 반면 음악의 경우는 반대로 왼쪽 귀에 대고 노래해 줄 때 더 잘 반응합니다. 따라서 엄마는 사랑의 말은 오른쪽 귀에 속삭여주는 편이 낫고 자장가는 왼쪽 귀에 대고 불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두정엽과 측두엽 경계에 있는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 이해를 담당합니다. 베르니케 영역은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며, 각각의 단어를 이해해야 할 때 활성화됩니다. 베르니케 영역은 우리의 머릿속 사전이라 할 수 있는데 명사는 측두엽과 두정엽에서 처리되는 반면, 동사는 전두엽에서 처리됩니다.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은 혀, 얼굴, 턱, 후두를 움직여 말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브로카영역은 어순이 서로 다른 문장을 비교할 때, 또는 어순의 의미와 정확성을 인식해야 할 때 활성화되므로 문법구조를 담당합니다.


베르니케영역과 브로카영역이 두꺼운 신경섬유다발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의미와 문장구조 간에 신경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이의 언어발달에 중요합니다.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보다 빨리 성숙하므로, 아이들은 말하는 표현언어보다는 알아듣는 수용언어가 더 빨리 발달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베르니케 영역의 시냅스는 8-20개월 사이에 수적으로 절정에 달하며, 브로카영역은 15-24개월에야 그 수가 최고에 달합니다. 특히 수초화가 되어 기능이 빨라진 뉴런층은 브로카영역에서 생후 4세가 지나야 비로소 생겨납니다. 따라서 이때부터 아이들은 복잡하고 문법에 맞는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언어습득은 결정적인 시기가 있습니다.


24개월 이전에는 아무리 말을 많이 듣는 환경에 있다고 하더라도 브로카영역이 미처 성숙하지 못해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12~13세 이후는 뇌가 이미 성숙해서 더 이상 새로운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언어를 학습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요? 이는 뇌에서 언어 기능과 연상 사고력을 담당하는 측두엽 영역인 ‘칼로좀 이스무스(callosal isthmus)’의 성장률을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칼로좀 이스무스는 4~6세 아이에서 1~20%의 성장률을 보이다가, 7세가 되면 85%이상으로 최고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12세까지 80%이상 빠른 성장을 보입니다. 하지만 12세 이후에는 16세까지 0~25%사이로 성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6~12세 사이가 언어학습의 최적기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어와 영어는 이 때 교육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언어중추가 어느 정도 발달한 시기에 본격적인 언어학습을 해야 높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외국어의 경우에도 12세가 넘어서 배우기 시작하면 단어 하나하나는 배울 수 있지만 문장을 문법에 맞게 구사하고 올바르게 발음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새로운 문법규칙은 더 이상 브로카 중추에서 처리되지 않고 다른 반구에서 처리되므로 배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언어적 재능은 50%만 유전되며 읽기와 정확한 쓰기 같은 학업능력은 단 20%만 유전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언어발달에 있어서는 어려서부터의 경험과 학습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말 잘하는 아이가 똑똑합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말하기, 읽기, 쓰기가 학업뿐 아니라 직업 성공의 핵심능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릴 때 말을 잘하는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지능이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언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일찍 시작하면 좀 더 일찍 문장이나 문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것은 논리력, 사고력, 수리력에 영향을 줍니다.


사실 18개월 아이들이 알아듣거나 구사할 수 있는 단어 수로 장래의 IQ를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영유아 시기에 언어 자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아이는 더 빨리 많은 단어를 말하고 더 다양한 어휘를 습득하며, 훗날 지능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말을 일찍 시작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남들과도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위상황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정서적, 사회적, 인지 발달이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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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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