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IQ보다 창의성, 뇌의 변화

김영훈 2018. 07. 26
조회수 3035 추천수 0

mindset-3536805_960_720.jpg » 이미지 픽사베이.지능검사의 창시자인 루이스 터먼은 지능지수와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종단연구를 시작하였다. 터먼과 연구진은 미국 초·중학생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IQ가 140이 넘는 영재 1,500명을 선발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학업성취도, 직업, 승진, 결혼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전반을 기록하고 분석하였다. 터먼이 연구를 시작한 지 40년쯤 흐른 뒤인 1959년, 그의 영재 그룹 중 겨우 31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만이 미국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75년이 지난 뒤에도 주목할 만한 공헌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두드러지게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그녀가 중간 정도로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정했던 아이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IQ가 높다고 꼭 인생에 성공적이지 않으며 탁월한 성과를 거둘 만큼 창의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인류에 공헌하고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은 IQ보다는 창의성이 더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창의성의 인지심리학적 정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교육에서도 암기와 이해를 넘어선 창의성의 제고를 중요한 교육 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창의성과 관련된 학습자 특성이나 창의적 사고 과정 등이 과학적으로 명료하게 규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인간 사고의 근원적 중추가 되는 뇌에서 창의성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밝혀 주는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1) 확산적 사고


창의성의 주된 특징은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이다. 확산적 사고를 위해서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두뇌 속 사고공간의 확장, 연상 능력, 새로운 경험과 지식 등이 필요하며, 이처럼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자세를 갖춰야 창의성이 찾아온다. 확산적 사고는 끝없는 아이디어, 다양성과 유연성, 독창성, 집중과 노력, 문제 인식능력, 다시 생각하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뇌는 특정 부위마다 호기심, 분석력 등 주로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 그러나 창의성만을 담당하는 부위는 어디에도 없다. 확산적인 사고는 뇌 전체가 활성화될 때 생겨나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키우는데 필수적인 도구인 브레인스토밍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통찰력을 한데 모으는 대표적인 확산적 사고활동이다. 브레인스토밍은 머릿속에 파고들어 가치 있는 생각이나 해결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창의성과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주제 선정은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한 대표적인 작업이다. 창의성이 없으면 주제를 스스로 정하기보다는 부모가 정해주는 편을 선호한다. 브레인스토밍이 잘 안 될 경우 글의 주제를 결정하거나, 그림의 소재를 선택하거나, 프로젝트로 무엇을 다룰까를 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통한 선택들이 들어있는 큰 창고라고 할 수 있다. 머리가 여러 가능성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면 흘러다니다가 최종적으로 최선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연습 삼아 백지 한장을 펼치고 앉아서 프로젝트의 주제나 아이디어를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 색다른 주제나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창의성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부모가 좋아할 만한 주제를 고를 수는 있다. 하지만 창의성이 있으려면, 독창적이고, 관행이나 통념으로 벗어나야 하고, 상상력과 새로움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창의성은 다양한 사고, 의도적인 빗나가기, 즐거운 놀아보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goldfish-3121304_960_720.png » 이미지 픽사베이.

2) 작업기억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아이는 뇌에서 많은 작은 실험을 수행한다. 이 주제를 택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괜찮을까? 환경문제를 제기한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여야 좋은 인상을 줄까? 이러한 뇌의 실험이 가능한 것은 작업기억 때문이다. 작업기억은 뇌가 사고활동을 하는 동안에 그 사고 내용으로서 얼마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디에 전화를 걸고자 하여 새로운 번호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번호는 적어도 전화를 거는 동안에는 우리 뇌에서 기억된다. 또는 아이가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고자 하는 동안에는 그 문제 안에 포함되는 여러 내용 요소는 잠깐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그때그때 활용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의 뇌는 당면한 상황에서 주어진 여러 환경 요소들을 최대한 파악하면서 최선의 결론을 내리고, 그러한 경험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만 추후의 장기기억으로 넘겨 기억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볼 때, 창의성은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하여 적절하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기존의 사고 유형에서가 아닌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하여 참신한 아이디어를 산출해 내는 능력이다. 창의성이 발휘되기 시작하여 어떤 결실을 이르기까지는 몇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즉 

① 어떤 문제, 결핍, 격차 등에 민감해짐.

② 문제나 곤란의 원인, 또는 그 해결 방안을 찾아냄.

③ 가설을 추측하고 형성하며, 검증하여 재평가함.

④ 결과를 전달함

등이다. 이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작업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의적 사고 속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확산적 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확산적 사고는 유창성과 융통성을 위주로 하는바, 이것이 창의적 사고의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해결력을 높이려면 그에 못지않게, 분석과 논리적 추론을 지속해서 전개하도록 도와주는 수렴적 사고도 필요한데 이 때 작업기억력이 개입되는 것이다.


3) 뉴런의 연합


최근 창의성에 대한 fMRI연구에 의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때는 평소 연결되지 않았던,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뇌의 영역이 서로 연결된다고 한다. 특정한 어느 영역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평소 연결되지 않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이 연결되면서 어떤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상관없는 것을 연결하며, 추상적인 두 개념을 잇는 것이 가능하여진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창의성은 인간의 뇌 안에서 신경망이 기존의 연결과는 다른 유형으로 재구성됨으로써, 문제 해결이나 창조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을 이루는 성향이다. 이때 이러한 신경망의 재구성은 뇌의 전반, 특히 대뇌피질 전반에서 동시적으로 이루어진다.


한 개인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모든 학습 내용은 뇌 속에서 독립된 신경망 형성을 통해 담긴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것은 그 인물의 용모, 또는 언어적 특성의 연합적 작용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개별 신경망의 작용으로 인해 비교적 작은 단위의 사고가 나타나고, 이러한 신경망의 연합으로 인해 보다 큰 범주의 사고나 행위가 나타나게 된다. 때로는 특정 경험에 관련된 뉴런들 혹은 신경망들이 순간적으로 기존의 연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연합을 이루어 작용할 수 있다. 이때 그 개인의 뇌에서는 이전에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나 아이디어, 즉 창의적 사고가 떠오른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는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서만 국지적으로 재구성된 결과가 아니라, 거의 피질 전체에서 신경망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계되어 작용한 결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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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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