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뇌를 알면 수학 공부가 보인다

김영훈 2018. 07. 05
조회수 5027 추천수 0

저학년 때는 수학을 잘하다가 고학년 때는 수학을 못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방식이 문제가 된다. 수학은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으면 수학이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맛도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 수학이 재미가 없고 지겨워진다. 


많은 아이가 무슨 과목이든지 유형별로 공부한다. 아이는 시험 문제를 받자마자 먼저 자신의 직관을 이용해서 각각의 문제가 어떤 유형의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쓴다. 문제의 유형을 파악한 다음에는 유형별로 어떻게 풀 것인지 미리 정리해 놓은 해법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이렇게 문제에 맞는 풀이가 머릿속에서 파악되면 그 방법을 사용하여 문제를 푼다. 특히 어려운 수학에서 이런 유형별 학습은 더 강조된다. 


유형별 학습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문제를 보는 순간 바로 어떻게 풀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시험시간이 모자라 여유 있게 문제를 풀 시간이 없는 고학년 수학시험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유형별 학습은 수많은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수학.JPG » 수학기호들, 사진 픽사베이.


첫째, 실수가 잦다. 


아이가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쏟다 보면 문제의 세부사항을 놓치기 쉽다. 숫자를 잘못 보거나 계산을 잘못해서 뻔히 아는 문제도 실수로 틀리는 것이다. 


둘째, 고난도 문제를 못 푼다. 


자기가 풀어본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좀 복잡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손도 댈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는 시험을 앞두고 많은 문제를 풀어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하도록 해 새로운 유형에 대비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최상위를 가리는 고난도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셋째, 끊임없이 해법을 외워야 한다. 


문제 유형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해법을 잊어버리거나 해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 문제를 풀 수가 없다. 많은 아이가 선행학습으로 반복 학습을 하는 것도 해법을 머릿속에 새기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여전히 틀리고, 더는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째, 사고력이 떨어진다. 


유형을 파악한 후 해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아이의 사고력을 떨어뜨린다. 문제를 놓고 어떻게 풀지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머릿속에 떠오른 해법을 적용하기만 하니 당연히 사고력이 좋아질 리 없다.

 

수학은 공간 감각이 중요하다 


수학뇌.JPG » 수학 문제 풀 때 활성화 되는 뇌의 부분. 이미지 김영훈.

수와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영역은 두정피질이다. 두정피질에 있는 양 체계가 크기, 위치, 응시 방향과 같은 공간 차원을 부호화하는 다른 뇌 영역과 현저하게 가깝거나 겹쳐진다. 어떤 수가 제시되면, 그것의 양은 두정엽을 활성화하고 이것은 공간 부호화에 관련된 영역들을 활성화하는데, 이때 일관된 방향으로 확산된다. 


즉, 작은 수는 왼쪽 공간을 부호화하는 우반구를 더 크게 활성화한다. 아이가 덧셈할 때, 처음부터 주의력을 수직선 오른쪽으로 옮기는 것처럼, 뇌의 활성화 부위도 공간의 오른쪽으로 부호화하는 피질을 향해 옮겨간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선형적 대응이다. 원래 뇌는 로그적 대응을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뇌가 선형적 대응을 하려면 수학적 문화적 교육에 노출되어야 한다.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아이들은 어느 순간 연속되는 수는 간격이 똑같아야 함을 이해하고, 측정을 쉽게 하는 선형적 대응을 하기 시작한다. 


뇌가 이렇게 로그적 대응에서 선형적 대응으로의 변화하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사이에 일어난다. 이때 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생긴다. 실제로, 이러한 선형적 이해를 잘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수학성적이 좋으며 이것은 훈련에 의하여 향상된다. 따라서 수를 일종의 공간으로 개념화하고 그 공간의 선형성을 이해하는 공간 감각은 많은 경험과 훈련에 의하여 향상될 수 있으며, 수학적 사고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공간 감각의 뇌 


fMRI로 정확한 계산 및 근사치 계산과 관련되는 뇌 영역을 비교해본 결과, 근사치 문제에서 더 많이 활성화되는 부위는 뇌 양측의 두정피질이었던 반면, 정확한 값 문제에서 더 많이 활성화되는 부위는 전전두피질로 드러났다.


아이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전각회를 포함한 좌측하두정피질의 활성화가 증가한다. 말하자면 사고력 수학을 담당하는 뇌가 발달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전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의 영역을 비롯해 해마와 대뇌기적핵 같은 영역은 활성화가 감소한다. 덧셈과 뺄셈 같은 연산을 담당하는 뇌는 오히려 덜 쓴다는 뜻이다. 어릴 때는 아이가 연산하는데 작업기억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전두피질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연령이 증가하면서 연산이 자동화되면 공간 감각이 필요한 두정피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양측 상두정엽 영역으로 수를 처리하는 동안 필요한 주의력을 보조한다. 여러 자리 계산을 할 때는 한 자리 계산을 할 때보다 주의력이 더 많이 필요한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이 회로는 공간적 처리와 수치적 처리가 연결되는데 일조한다. 이 과정에서 수학이 미숙한 아이와 수학이 능숙한 아이는 수학문제를 풀 때 다른 뇌를 사용하는 것이다. 수포자는 이 과정에서 생긴다.


중요한 개념은 외워야 한다 


수포자가 되지 않으려면 전두피질에서 두정피질로의 역동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지침이 필요하다.


첫째, 문제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라.


절대로 자기 생각을 개입하지 말고 읽어라. 또 출제자가 어떤 의도로 이 문제를 만들었는지 생각하고, 이 의도를 찾는 데 집중해야지 해답을 보거나 딴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훈련하면 문제를 많이 풀지 않아도 사고력이 좋아지고, 문제 해결 능력도 월등히 향상된다. 조금씩이나마 자기의 방법을 바꾸려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둘째, 기본개념을 정확히 하자. 


비와 비율, 비례식 등의 용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중학교 가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다. 특히 규칙성과 함수 영역은 고학년 때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중고등학교에서도 연속해서 배우는 내용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학교에서 일이차 함수와 고등학교에 가서 유리함수, 무리함수, 역함수, 합성함수 등을 배우기 때문에 함수의 기초 공사가 고학년 때 이루어진다.


셋째, 중요한 개념은 외우자. 


도형 영역에서 중요한 개념은 외워야 한다. 요즈음 수학문제에는 이유를 말하라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개념은 외워야 한다. 또한 나중에 중학교 가서 더 어려운 도형문제를 풀 때 수학적인 사고를 하는 데 필요하다. 어려운 개념은 수학개념 노트를 만들어서 매일 한 번 정도씩 읽어보도록 하자. 종이에 자기가 꼭 알아야 하는 개념들을 뽑아서 기록한 후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읽다 보면 자신감이 붙는다. 


넷째, 정확성과 속도를 위하여 연산력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단계의 연산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본연산 연습이 잘되어 있는 아이일수록 시간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연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는 연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따라서 고학년이 되었다고 연산 연습을 너무 등한시하지 말고 가정에서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눈으로 풀기보다는 연습장으로 풀어라.


실제로 시험에서 눈으로 풀면 실수하기가 쉽다. 머릿속에서 계산하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또 검토하려고 해도 어디에서 틀렸는지를 찾아낼 수가 없다. 더군다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방법은 통하지 않게 돼 있다. 문제가 조금만 어렵거나 복잡해도 암산을 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서술형 평가가 강화되면서 비록 답을 아는 문제라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여섯째, 도형은 구체적인 활동을 통하여 익혀라.


도형 단원에서는 각도의 의미를 먼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각과 1도의 개념 등을 이해해야 하고, 삼각형과 사각형의 내각의 합을 배우게 되는데 이때 구체물을 통하여 익혀야 한다. 집에서 각도 재는 것을 많이 연습하자. 도형 영역에서 용어가 생소함으로 이 용어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넘어가자. 도형 영역에서는 입체도형으로 가장 간단한 직육면체와 정육면체를 배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반드시 실제로 만들어 보고 실물을 보면서 학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겨냥도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공간 감각이 떨어지는 아이의 경우 매우 힘들어한다. 공간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아이들은 실제 상자를 가지고 연습을 해보거나 혹은 투명한 아크릴로 직접 도형을 만들어 보면 직육면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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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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