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영어, 듣기부터 시작하자

김영훈 2018. 06. 07
조회수 1975 추천수 0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영어에 자신이 없는 아이는 슬슬 긴장하게 된다. 부모도 덩달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고, 뒤쳐지면 안 되겠다는 강박관념마저 생긴다. 그전까지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던 아이와 부모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럴 땐 남들보다 늦었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듣기에서부터 시작해보자.

 

american-1209605_960_720 (1).jpg » 영어. 픽사베이.

듣기 기능을 단순히 들려오는 것만을 듣는 수동적인 기능으로 여길 수 있지만 이는 듣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이다. 듣기는 말하는 이가 말하는 물리적인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말하는 이의 세계, 듣는 이 자신의 세계, 그리고 그들이 처해 있는 장소와 시간 속에서 엮어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듣는 이는 자신의 세계는 물론 말하는 이의 세계와 그들이 처한 시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의미를 추출해 내어야 한다. 듣기가 이처럼 능동적인 행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듣기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어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고 어떤 상황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낱말의 소리


낱말을 구성하는 소리는 ‘음소’라는 언어의 최소단위로 서로 다양하게 결합해 낱말을 만든다. 서로 다른 음소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은 개인차가 많은데, 청각주의력이 뛰어난 아이는 서로 다른 소리를 완벽하게 구별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개인차가 있어서 실마리가 될 만한 문장 없이도 오직 낱말만 듣고 이를 명확히 구별해 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말소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구별이 분명한 낱말들까지도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낱말을 파악할 때 문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알아듣지 못한 단어를 상황에 맞는 그럴듯한 다른 단어로 끼워 맞추려고 애를 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수업내용이 일상적인 주제에서 벗어나면 수업이 힘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읽기, 철자법, 쓰기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영어 집중 듣기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아직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1학년에는 듣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듣기를 꾸준히 하면 영어책을 읽는 것도 가능해진다.

 

우선 쉬운 책을 하나 고르자. 한쪽에 문장 하나만 있어도 좋으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쉬운 책을 고르자. 다만 원어민 테이프나 CD가 있어야 한다. 내용도 재미있고 그림도 풍부한 책을 고른 후, 책을 보면서 일주일 동안 테이프와 CD로 매일 듣다 보면 아이는 글자를 몰라도 흉내를 낼 수 있다. 이때 칭찬과 격려를 해라.


듣기가 습관화되면 읽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아이에 따라서는 매일 같은 내용을 듣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고, 너무 쉽다고 고개를 돌릴 수도 있다.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을 고르고, 한 권씩 읽어내는 책이 늘어날 때마다 칭찬해 주면서 동기를 부여하자. 책을 몇 권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어책을 듣고 보는데 재미를 느껴야 한다.

 

테이프나 CD로 식사시간이나 취침 전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흘려듣고, 영어책을 소리에 맞춰 눈으로 짚어가며 약 30분 정도 집중 듣기 하는 식으로 3년 정도 꾸준히 해나가면 영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기가 태어나서 의미 있는 단어를 말하는 1년 시점을 기준으로 한 노출 시간은 2,200시간이다. 초등학교 때는 3년 정도 듣기를 중심으로 영어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먼저 DVD나 영어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고, 리더스북 같은 쉬운 영어책이나 챕터 북 등으로 집중 듣기나 흘려듣기를 하면서 영어 듣기를 키워주자.


유치원에서 영어를 접한 적이 있는 아이라면 원어민 테이프나 CD가 딸린 영어 그림책으로 영어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스토리 북으로 부모가 직접 영어를 공부시킬 수 있으며, 부모가 꾸준하게 관리하기 힘들다면 방문학습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유아나 초등 전담 교사가 파견되기 때문에 즐겁게 수업을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영어의 리듬을 타자

english-2724442_960_720 (1).jpg » 영어. 사진 픽사베이.

영어를 잘하려면 우선 듣기를 잘하여야 하며, 듣기를 통해 의미를 이해하는 훈련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P'와 ’ㅍ‘, 'L'과 ’ㄹ‘이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발음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듣기만으로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개별적인 음가만 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억양도 다르다. 영어는 중요한 부분만 강세를 두고 그 외의 단어는 분명하지 않게 슬쩍 발음해버린다. 따라서 단어보다는 영어 특유의 리듬에 친숙해져서 영어를 전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다.


첫째자주 들을 기회를 주어라.


지각체계가 정보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각 과정에서 연속적인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유입되어 반복 재연이 불가능하기에 단기 기억 속에 사라지게 되어 인지는 하더라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영어를 배우는 아이는 이런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의미파악이 어렵다. 그러나 영어에 많이 노출되어 듣기에 익숙해지고 보다 많이 알게 되면 자주 듣는 것은 자동으로 처리되고 어렵거나 생소한 것에는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의미를 성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언어를 배우는 좋은 방법은 언어를 실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주 쓰이는 지시나 심부름 등 아이의 도움이 필요로하는 경우에 부탁하거나 고마움을 나타내는 말, 아이의 말에 대해 칭찬하는 말들을 영어로 하게 되면 실제적인 영어 사용의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말을 할 때는 학습자가 익숙해질 때까지 말과 함께 표정이나 제스처를 과장되게 사용하도록 하자.


둘째듣기 자료는 학습자의 인지능력을 고려하여 흥미 있고 쉬운 것이어야 한다.


초등학생의 듣기 자료는 평이하고, 직선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초등학생들의 인지능력을 고려하여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아이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에게 듣고 싶은 동기를 불러 넣는다. 적절한 수준의 듣기 자료는 아이의 현재 언어 수준보다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미 학습하여 알고 있는 자료에 더하여 새로운 학습 내용이 있는 자료는 학습자에게 도전 정신을 주고 적절히 반응하게 할 것이다.


셋째모든 단어를 다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시켜라.


듣기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아이는 듣는 동안 목적 행위에 동기화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주의집중을 잘하고 효과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이는 모든 것을 다 듣지 않고도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부분적인 것을 듣고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듣기 능력이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듣기란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을 무시하고 중요한 것만을 가려내어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무작정 시도해서도 안 된다. 들려오는 모든 것에 지나치게 주의집중을 하다 보면, 아이를 계속 긴장하게 하여 지나친 부담감만 안겨주고 끝내는 학습에 흥미를 잃게 한다.


넷째아이에게 들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자.


일방적으로 들려오는 것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은 따분한 일이다. 아이에게 왜 그들이 들어야 하는지 즉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듣기 전이나 듣는 중이나 들은 후에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부분에 주의를 집중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듣는 중에 무언인가를 그리게 할 때는 아이가 그려야 할 구체적인 대상을 뜻하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또 대상을 설명하고 색깔, 크기, 모양, 위치 등을 나타내는 말에 주의를 집중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무엇인지를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예측과 실제로 들은 것을 비교해 보게 하고 점점 성공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신감을 갖게 한다.


다섯째제스쳐표정 그리고 시청각 자료를 많이 활용하라.


초등학교 아이들도 영어를 처음 들으면 단지 소음으로 인지할 것이다. 아이들이 영어 소리에 아무런 의미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이의 강세, 억양, 표정이나 제스처와 같은 신체어 등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말하는 이의 의견이나 태도를 추론하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 특히 들려주는 이야기나 대화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다. 부모가 말과 함께 표정 제스처를 크게 하고 영상매체를 이용하는 비디오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해당한다. 같은 내용을 녹음테이프를 통해 듣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대하고 듣는 것이 쉬운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오디오북, 익숙한 영어 애니메이션, 영어 DVD를 통해 영어에 친숙해질 수 있다.


여섯째신체를 이용한 다양한 활동을 해라.


특히 아이들은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한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듣기에서도 신체의 움직임을 통한 여러 다양한 활동을 부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활동으로는 그리기, 색칠하기, 행동하기, 짝짓기, 순서 맞추기, 만들기, 완성하기, 변형하기 등이 있다. 영어 동요부터 시작하자. 처음 영어를 시작하는 경우 알파벳을 외우게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영어 발음을 익히게 해주는 편이 좋다. 영어 동요를 들려주는 것이 리듬을 타고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을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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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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