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공부, 의지일까 습관일까

김영훈 2018. 02. 28
조회수 6238 추천수 0

study-1968077_960_720.jpg » 공부. 사진 픽사베이.순영이는 최근에 시험성적이 떨어져서 고민이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마음이 산란하여 평소보다 시험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험에 대한 불안도 생겼다. 평소보다 실력이 나오지 않으니 위축이 되고 적극적인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길게 지시하면 앞의 지시사항을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암산할 때 숫자를 자주 잊어버릴 뿐 아니라, 말할 때나 글을 쓸 때도 일부분을 빼먹거나 앞뒤가 맞지 않았다.


순영이의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이성이 아닌 감정이다. 잠재의식 속에서 기능하는 정서 기억이 나를 조정하는 것이다. 뇌는 주로 정서 기억에 저장된 감정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 예컨대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 결심보다 감정적으로 드는 하기 싫은 정서가 아이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아이는 어떤 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따져본 다음에 판단을 내리지 않으며 정서와 연결된 기억의 반응에 따라 매우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에 옮긴다. 따라서 공부가 하기 싫거나 시험을 보는 것이 불안한 정서적 경험이 바뀌지 않으면 뇌의 판단과 의사결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생각이나 의지만으로 뇌의 판단을 조절하기 어려운 이유는 뇌가 스스로 경험한 사실만을 정서 기억 속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정서 기억의 골격을 이루는 것은 재미있었다, 지루했다, 기뻤다, 슬펐다는 느낌이고, 그때마다 신체반응은 달라진다. 느낌에 따라 몸이 긴장되기도 하고 편안해지기도 한다.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 부정적으로 굳어지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바꾸기가 몹시 어렵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겹다, 짜증 난다, 싫다 같은 부정적인 정서 경험이 많이 쌓이면 뇌는 공부를 거부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한다. 실제로 뇌의 활성도를 fMRI로 찍어보면, 지겹고 짜증 나는 상태에서 문제를 풀면 뇌 전체가 거의 활성화되지 않지만, 즐거운 상태에서 문제를 풀면 뇌 전체가 활성화된다. 


지겹고 짜증 나는 상태에서 하는 공부는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정서도 문제가 된다. 기분이 순간적으로 나빠져도 뇌의 활성도는 떨어지며, 부정적인 정서가 공부와 반복적으로 연결되면 공부할 때마다 기분이 나빠져서 공부해도 효과가 없다. 결국 공부를 잘하려면 기분이 좋아야 한다.


아이의 기분은 부모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뇌의 수백 가지 처리체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거울 뉴런은 부모의 행동은 물론이고 그런 행동과 함께 관찰되는 고통이나 즐거움 등의 속성까지 흉내 낼 수 있다. 전측 대상회와 섬엽은 아픔을 처리하는 전두엽 체계이다. 이 체계에 있는 거울 뉴런은 흔히 표정이나 몸짓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반응한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데 필수 요소인 공감과 연민이 생겨나는 것이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 상태를 내면화하여 이해하는 것을 말하고, 연민은 우리가 타인이 처한 곤경을 가련한 것으로 여기는 감정이다. 직접 관찰하지 않고 제3자가 들려주는 자연재해나 사고 피해자에 대한 뉴스를 접해도 공감과 연민이 우러나오는 것은 그런 소식을 듣는 즉시 우리가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며 평소보다 시험성적이 안 좋은 것이다.


시험불안의 뇌

시험불안의뇌.jpg » 시험불안의 뇌. 이미지 김영훈.

긴장감과 불안감도 공부에 영향을 준다. 아이 중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한 나머지 불안해져서 자기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긴장하면 노르에피네프린이 나와 집중력과 기억력이 높아지지만 긴장이 지나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돼서 코르티솔이 나와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불안감에 싸이면 아이는 크게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이는데, 첫째는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거부하는 것이고, 둘째는 소극적이지만 지속해서 저항하는 것이다. 아이에 따라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친구와 놀거나 게임에만 열중하는 등 문제행동이 심해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우울하고 의욕이 떨어져서 공부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


스필버그는 시험을 치를 때 생기는 불안감에는 아이가 시험이라는 사건을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끼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시험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여러 부적응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시험 상황에서 도피하거나 자신의 실패를 지나치게 방어하게 된다. 또한 자존감이 낮아져 다음 시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계속 극복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무서운 경험은 가장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완전히 각인된다. 각인이 일어나면 유사한 상황이나 대상을 맞닥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과거의 공포가 떠오르고 아이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어려운 수학시험문제를 푸느라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면 다음에는 비슷한 수학문제를 보기만 해도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러한 공포심은 떨쳐버리기 어려우며, 불안이 심화되는 것이다.


[짜증 나고 불안한 뇌를 위한 공부법]


첫째, 의지력이 아니라 습관으로 공부하라.


부모는 흔히 시험불안을 정신력이나 의지의 문제로 해석하는데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이는 뇌가 변화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시험에 대한 불안이 심한 아이는 시험 보는 동안 호흡이 빠르고 불규칙해서 뇌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아이보다 낮음이 밝혀졌다. 시험불안은 단지 마음의 문제이거나 핑계가 아니며 단순히 편하게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즐거웠던 시험경험과 그것을 반복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둘째, 신나서 하는 정서적인 공부를 해라.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하는 이성적인 공부는 오래가지 못하고 그 뒤에 나타나는 슬럼프가 길다. 그러나 신나서 하는 정서적인 공부는 한번 시작되면 오래가고 슬럼프가 있어도 짧다. 더구나 이성적인 공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감정의 뇌가 도와주지 않으면 의지로 하는 공부는 아이에게는 힘겨운 작업이고, 지속하다 보면 몸과 마음도 모두 지친다.


셋째, 20분 집중하고, 정리하여 부담을 줄이자.


최소 1시간 집중할 수 있어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라. 물론 1시간 정도 집중할 수는 있다. 그러나 뇌가 가진 정리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20분 정도 집중한 뒤에 짧은 휴식을 하여 뇌가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20분씩의 간격은 자극의 변화를 의미한다. 아이가 혼자 공부하더라도 20분마다 들어가서 아이의 어깨를 만져주거나, 과일을 준다면 아이는 다시 긴장하게 되고 노르에피네프린이 나와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좋아질 것이다.


넷째, 한 과목에서 다른 과목으로 바꾸자.


싫고, 지겹게 반복되는 공부라도 뇌가 참아주면 좋겠지만, 뇌는 참을성이 많지 않다. 지루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지겨움을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뇌의 본능이다. 물론 한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짧으면 공부 효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공부에 뇌를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 있는 과목부터 시작해서 관심 없는 과목으로 옮겨가고, 다시 관심 있는 과목으로 바꾸면서 공부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같은 과목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부하라.


교과서에서 참고서로, 개념이해에서 문제풀이로, 공부한 내용 요약하기에서 기억한 내용을 가지고 말하기 등으로 주기적으로 바꾸라. 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내용의 이해, 문제풀이, 요약하기 순으로 공부 패턴에 변화를 주면 큰 도움이 된다.


여섯째, 자세와 동작도 바꿔라.


장시간 공부를 할 때는 자세를 바꾸거나 동작에 변화를 주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일어나서 해보기도 하고, 걸으면서 읽기도 한다. 또 혼자서 외우는 시간, 함께 토론하는 시간, 질문하는 시간을 적절히 안배하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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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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