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두정엽이 발달한 수학영재들

김영훈 2017. 11. 06
조회수 5626 추천수 0

learn-2300141_960_720.jpg » 수식과 아이. 이미지 픽사베이. 수학영재인 B군은 수학으로 시를 씁니다. B군이 쓴 시에는 '극방정식으로 극좌표에 를 그린다'라는 싯구가 나오는데, 대학교 미적분학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B군이 워낙 수학하고 과학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B군의 엄마가 문학에도 좀 관심을 가지라고 시를 써보게 한 것입니다. 수학으로 시계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시계에는 0.91의 자리에 있어서 왜 0.91이냐고 방송제작진이 물으니 0.91인 것을 증명해보입니다. B군이 수를 접한 것은 6세였는데, 3년만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갔습니다. 거기다가 스스로 공부해서 한자5급 자격도 땄습니다.


그런데 B군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수학문제를 풀 때도 느리고 다른 과제를 할 때도 느립니다. 수학경시대회를 나갔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도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B군의 IQ 159였습니다. 그런 IQ라면 뇌처리속도도 빠를텐데, 도대체 왜 B군은 느린 것일까요? B군은 수학문제를 풀 때도 일상적인 과제를 할 때도 계속 생각을 하였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생각이 스쳐가도 깊이 생각안하고 바로 생각을 정리해버리는 반면 B군은 한 가지를 생각하면 이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거기에 또 이어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점점 몰입을 하느라 느려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지금 강제로 시간제한을 두고 뭔가를 빨리 하도록 강요를 한다면 깊이 있게 확장하며 사고하는 B군 특유의 영재성은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수학을 직관적으로 푸는 영재들


B군은 특히 동작영역의 IQ가 높았습니다. 동작영역에서 IQ가 높은 영재는 검사를 받는 동안 임상심리사와 관계에서 스트레스나 억제를 느껴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언어영역에서는 임상심리사와 직접적이고 언어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합니다. 반면에 동작영역의 인지 활용들은 비언어적이고 더 자율적입니다. 따라서 동작영역이 뛰어난 영재들은 혼자서 문제를 푸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말해야 할 때는 상당히 불안해집니다. 수학영재가 수학적 추론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면, 뛰어난 직관과 사고력으로 문제의 해답을 곧장 압니다. 답을 도출한 과정을 설명하라고 요구하면 몹시 당황합니다. 답을 찾아서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학교 선생님은 수학영재가 답을 추론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습에 당황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와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은데, 수학영재는 선생님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풀이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오해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영재들은 대개 수학을 잘하고 특히나 쉽게 다룹니다. 빠른 계산과 순식간에 답을 산출하는 능력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특이한 논리수학적 재능이 발달했음을 보여줍니다. 아주 일찍부터 이들은 수의 상징성과 그것을 이용하는 재미는 물론 수의 체계와 논리를 이해하고, 화폐제도를 터득하며, 물건 가격을 해석할 줄도 압니다


그러나 수학영재들은 구구단 외우기를 거부하거나 주저하는데, 습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습득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구구단과는 다른 메커니즘에서 나온 자신만의 암산법이 구구단을 거치는 우회로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훨씬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학영재에게 7X9를 물어보면 63이라고 바로 대답합니다. 그러나 이는 구구단의 7단 혹은 9단을 외워서가 아니라 덧셈과 뺄셈을 기본 계산 구조로 이용해서 초스피드로 암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쯤 되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수학영재에게 수학은 여전히 쉬운 과목이며 노력하지 않고도 뛰어난 점수를 받지만, 이제 선생님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그 과정을 기술하고 답의 근거를 증명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수학영재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뭘 하라는 것인지 그조차 요령부득입니다. 수학영재는 지금껏 한 번도 자신이 어떻게 해왔는지 자문해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그런 질문이 필요하다거나 가능하리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수학영재는 그냥 답을 알고 있을 뿐이며, 이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수학영재의 논리수학사고의 작동은 직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학영재는 답을 도출해내기까지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하는데도 별안간 머릿속 화면에 답이 나타납니다. 데이터의 조합 및 활성화 작업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행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초고속 작업의 산물이 바로 답이고, 따라서 이 답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이 답은 정확한 답이기에 아이는 답이 도출될 수 있었던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수학영재에게는 그냥 자명한 일입니다. 수학영재가 구구단을 알 수 있다면, 이는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부모 앞에서 기계적으로 구구단을 외는 착한 아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수학영재는 구구단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숫자를 암산으로 조작하는 자신만의 계산법이 구구단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수학 실력은 공부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버터워스 교수는 수학영재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버터워스 교수는 1만시간의 법칙을 수학영재에게 적용했습니다. 또한 수학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 영재들에게 친절합니다. 다른 재능을 가진 영재들이 대학이나 기업에서 보상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일부 아이들만 주목을 받을 뿐입니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영재들은 많은 수가 영재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수학과 과학영재들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영재들로 누구나 이 아이들의 재능이 보상받아야 한다고 믿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학과 과학영재들은 극심한 취업난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남들보다 쉽게 좋은 직장을 얻습니다. 예술영재들은 성인이 됐을 때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화가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인정은 종종 그림을 파는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수학과 과학영재들은 그 재능만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수학의 뇌

수학의뇌.jpg » 수학의 뇌. 이미지 김영훈.

브라이언 버터워스(Braian Butterworth)가 이름 지은 수학적 뇌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수학적 정보만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두정엽 왼쪽 부분인 수 모듈이 그것입니다. 뇌의 이 영역은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작은 수를 빠르게 이해하고 수를 비교할 수 있게 만듭니다. 물론 이런 능력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5~6%의 아이들은 수학을 잘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모듈 때문에 수학적 잠재력을 타고납니다. 원숭이의 경우 좌측두정엽내구와 우측두정엽내구의 일부 뉴런은 원숭이가 특정 개수 또는 대략적으로 유사한 양의 사물과 마주칠 때 활성화합니다. 이 뇌 영역들은 몇 개가 거기에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등, 사물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필요합니다


두정피질의 장소확인 능력은 다양한 기능이 포함합니다. 후두정엽피질은 눈 운동과 연계돼 활성화합니다. 후두정엽피질은 갑작스러운 눈 운동, 주의집중, 시각 패턴의 이동 방향 감지 등 시각 기능에 밀접하게 관여합니다. 후두정엽피질의 활성패턴을 보고 아이가 덧셈을 하는지 아니면 뺄셈을 하는지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상화가 가능하여 아이들이 눈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속으로 덧셈과 뺄셈을 할 때도 후두정엽피질이 활성화됩니다


다양한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는 다른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이야기 문제와 비슷한 방정식 문제를 풀면 우선적으로 워킹메모리의 양을 처리하는 좌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합니다. 방정식문제는 설전부와 같은 두정피질과 기저핵이 활성화합니다. 직선, 개수, 기호적 표현 같은 기본적인 수 감각이 뒷받침돼야 음수, 분수, 실수와 같은 더 복잡한 개념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삼각법이나 미적분과 같은 고등수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징과 공간조작을 위한 뇌 시스템 위에 구축됩니다.


수학을 잘하는 뇌와 언어를 잘하는 뇌의 영역은 같습니다


아이의 뇌는 언어를 사용할 뿐 아니라 손가락 조작으로 일대일 대응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기초적인 계산은 쉽게 처리합니다. 하지만 곱셈과 같이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연산을 조작하는 기능을 갖추진 못하였습니다. 이는 곱셈과정에 많은 인지적 작업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곱셈 계산을 정확하게하려면, 여러 기능을 하는 심상회로뿐만 아니라 사고력이 필요한 언어회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오래 전부터 언어와 언어 기억의 힘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운율에 맞춰 내용을 외우거나 구구단을 소리 내어 암송하라고 권합니다


수학은 결국 그 수학을 학습하는 언어와 연결됩니다. 이 연결이 대단히 강력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운 아이도 수학만큼은 항상 모국어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어를 아무리 유창하게 말하더라도 영어로 처음부터 다시 연산을 익히는 것보다는 계산할 때마다 모국어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답을 요하는 질문은 언어처리가 일어나는 좌측전두엽 영역을 주로 활성화시켰습니다. 근사치를 묻는 질문에 답할 때는 두정엽의 숫자 감각 영역과 공간 추론 영역이 가장 활성화되었습니다. 뇌가 정확한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 언어 영역을 총동원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언어와 정확한 연산 간의 상관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알파벳을 큰 소리로 외우면서 두 자릿수 곱셈을 시도해 보세요. 말하기가 암산과 추론을 담당하는 언어 영역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 주는 진짜 수학 공부 어떻게?]


흔히 초등 수학을 떠올릴 때 연산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는 가장 큰 목적은 수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수학의 기본적인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 실생활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것입니다.


.5~6세 : 전두엽의 발달로 수학적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꼽아 세거나 순간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으로 개념 구조를 형성합니다. 우선 아이들은 포괄 수량의 개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무토막을 쌓아놓은 두 개의 더미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개의 시간 단위 중 더 긴 쪽과 짧은 쪽을 구별하고, 두 가지 화폐 단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큰지 구별합니다. 교구와 같은 구체물과 수학그림책을 통하여 수학적 개념을 확장시켜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 : 연산의 뇌인 좌뇌의 발달로 포괄 수량 모델과 처음부터 세어나가기 모델을 통합합니다.


아이들은 마음속의 수직선을 활용해서 앞으로 세거나 뒤로 셈으로써 실제로 물체를 보지 않고도 간단히 덧셈이나 뺄셈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수를 셀 줄 알게 되면서 시계의 시침을 읽고, 지폐의 크기가 같아도 어떤 것이 액수가 더 큰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시간관리와 마트 장보기를 통하여 실생활에 수학적 사고를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 : 두정엽의 발달로 도형의 개념이 확실하게 생기고 수학적 추상력이 생깁니다.


십진법의 자릿값을 이해하고 두 자리 수의 덧셈을 암산할 수 있으며, 두 자리 수 숫자 두 개 중 어느 것이 더 큰지도 압니다. 시계에서 시침과 분침을 읽을 수 있고, 지폐와 동전이 포함된 액수도 계산할 수 있으며, 추의 개수뿐만 아니라 받침점에서 거리를 따져야 하는 저울대 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므로, 수학적 개념을 정확하게 익히고 언어적 경험이 많이 하세요.


.초등학교 5~6학년 : 후두엽의 발달로 스토리텔링수학뿐 아니라 도표나 그림을 통하여 수학적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아이들은 이제 정수 체계를 더 깊이 이해합니다. 받아올림이나 받아내림을 포함하는 두 자리 수의 덧뺄셈을 암산할 수 있고, 세 자리 수가 포함된 덧뺄셈도 풀 수 있습니다. 수학적 개념을 도표나 그림을 동원하면 더 효과적으로 풀 수 있습니다. 입체도형은 구체적 조작을 통하여 이해하게 하고, 수학을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식과 과정 모두 신경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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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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