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늦게 꽃피는 영재 호기심

김영훈 2017. 08. 29
조회수 3761 추천수 0
innocence-2640409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요즈음 부모들은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둡니다. 어릴 때의 성취가 성인의 성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근래의 조기교육 열풍은 늦게 성취하는 아이도 많다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하여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는 아이들을 ‘재능 없는 아이’로 낙인찍고 이 아이들에게 적절한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재들 중에는 뒤늦게 재능을 피우는 아이가 많습니다. 이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은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어릴 적부터 “인간은 새처럼 날 수 없을까?”라고 궁금해 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빈치의 호기심을 허황된 것으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빈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새처럼 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데 몰두하여, 그 설계도를 우리에게 남겨놓았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우주를 관통하는 법칙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우주의 질서가 아주 분명하고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는 영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강합니다. 이들은 무지개는 어디에서 시작되느냐, 별은 왜 밤에도 잘 보이느냐 등등 자연현상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이들은 생활가전이나 자동차 같은 발명품이나 도구들의 작동방법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표출합니다. 이들은 TV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제품이 작동되는 것을 신기해하며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해 합니다. 이들은 수집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들은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으면 열정적으로 수집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이들은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관찰하고 체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은 혼자 깊이 파고들 수 있으면서도, 발표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부모의 설명에 깊이가 있을 때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들의 호기심은 열정을 동반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열정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드문 자질입니다. 이들은 열정을 가지고 삶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고, 삶을 아낌없이 불태우기도 합니다. 이들의 호기심은 순진합니다. 이들은 경이로운 것과 마술적인 것을 쉽게 믿습니다. 삶에서, 만남에서, 가능한 것에서, 이들의 순진함은 모든 것을 믿을 수 있게 하고, 그 믿음의 결과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호기심은 가족들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이의 별난 열정과 에너지가 참기 어려울 정도의 문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의 부모들은 낮잠시간을 정해 아이를 재우지만, 이들은 대부분 잠도 아주 적은 편입니다. 영재 에너지가 매우 높은 편이어서 가끔 비정상적인 과잉행동 장애로 오인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때로 절대적이고 완전한 것을 갈망하는 영재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죽여버리기도 합니다. 채울 수 없는 완벽을 추구하다 주위의 시선이나 질타에 도중에 멈춰 끔찍한 무력감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시도 자체를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는 아이들은 부모의 재촉이 심할수록 잘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커져서 점점 더 얼어붙습니다. 아예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면 시도했다 실패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시도했다면 기가 막힌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환상도 계속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함정이자 속임수인 것입니다.

호기심의 뇌

호기심의뇌.jpg » 호기심의 뇌. 이미지 김영훈.

아이는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구합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에너지, 성취감을 맛보려는 열망, 과제에 대한 의욕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과제를 하려면 우선 과제가 아이의 호기심이나 강력한 흥미를 자극하여야 하고 내적 동기와 사명감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호기심은 아이가 레고블록으로 멋진 성을 완성하는 것부터 성인이 되어서 어릴적 꿈인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까지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합니다. 호기심의 뇌는 마치 근육과 같아서, 사용할수록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더욱 열심히 하게 되므로 부모는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부한 환경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호기심의 뇌에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합니다. 그중에서 도파민이 전두엽 전체에 흐르면 호기심이 생길 뿐 아니라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생깁니다. 도파민은 탐색시스템을 활성화합니다. 뇌는 대뇌피질인 상위 뇌, 변연계, 중뇌, 소뇌를 포함하는 하위 뇌로 나눌 수 있는데 하위 뇌에는 선천적인 탐색 시스템이 있습니다. 아이는 이 탐색 시스템이 활성화되어야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구합니다. 공부에 대한 의욕,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에너지, 성취감을 맛보려는 열망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탐색 시스템은 전두엽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의 뇌는 패턴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패턴을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패턴을 추구하며 사고력을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의 뇌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이는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을 학습하면서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됩니다. 

'Neuron'에 발표된 그루버(Matthias Gruber)의 연구에 의하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호기심이 높을 때 정보를 잘 학습한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단 호기심이 증가되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연관성 없는 정보에 대한 학습도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호기심 자극되면, 보상과 관련되는 뇌회로의 활동이 증가하고, 새로운 기억에 중요한 해마와의 상호작용이 증가하여 뇌가 정보를 학습하고 배경지식을 쌓게 하였습니다.

[연령별 호기심의 발달]

<0 ~ 24개월: 탐구의 시기>

출생 후 사물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소리의 차이를 구별하게 되면, 아이는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소통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가 생겨 스스로 특정 물체나 소리에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은 뇌가 선택적 주의 집중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이가 눈에 보이는 수많은 자극 중에 특정 자극에 호기심을 가지고 눈의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고, 귀로는 특정 소리에 선택적 주의 집중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문제를 극복하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합니다. 문제의식은 아이로 하여금 통찰하고 해결하게 하는 좋은 자극이며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오감놀이가 중요합니다.

<25 ~ 48개월: 손조작의 시기>

아이가 25개월이 되면 여러 가지 자극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거워하게 됩니다. 주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특히 손과 눈의 협응과 손가락 간의 협응이 모두 가능하므로 색칠하기, 모양 따라 그리기, 블록 놀이와 퍼즐 놀이, 종이를 자르거나 접기, 찰흙놀이 등의 놀이를 통해 손놀림이 발달하며 조작능력으로 인하여 호기심을 충족하고 자기주도성이 키워집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 조각 등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와 수학, 과학, 의학, 건축 등의 분석력과 논리력을 담당하는 좌뇌가 모두 발달한 예술가입니다. 시기적으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성숙하는 시기이므로 좌뇌와 우뇌를 고르게 발달시키는 손조작 놀이가 중요합니다.

<49개월 ~ 취학전: 역할놀이의 시기>

역할놀이는 지적인 탐구와 창의성, 학구적 성공, 호기심과 일반적인 학습능력을 기르는 기초가 됩니다. 그것을 통해 아이는 문제해결력, 토론, 읽고 쓰는 능력, 그리고 협동과 나눔 같은 사회성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온갖 종류의 어른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마트 계산대 앞에서의 상황을 연출하면, 부모는 아이가 물건 값으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려줌으로써 수학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어떤 물건은 구입하고 어떤 물건은 그냥 지나쳐야 하는지 등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또래와 함께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역할놀이가 중요합니다.
 
[호기심을 키우기 위한 양육지침]

첫째, 보상을 하세요.

사람은 모름지기 보상이 주어지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발전에 대해서도 기꺼이 보상하고, 그저 시도만 해도 상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이가 무언가를 이뤄내면 일정한 혜택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스로 그 가치를 발견하고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시작 단계에서는 보상을 통해 그 가치를 발견하도록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보상이란 것이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뜻한 칭찬 한마디,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한마디, 혹은 가벼운 스킨십이나 돈이나 물건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이 됩니다.

둘째,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세요.

부적절한 목표 설정은 아이에게 좌절감을 줍니다.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의미가 모호해도 안됩니다. 좋은 결과, 높은 성적같은 것은 너무 막연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된 목표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영재도 다른 아이들처럼 목표 설정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장기적 목표뿐 아니라 잠정적이고 실현 가능한 단기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써보거나 약속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되도록 아이가 스스로 쓰도록 유도하면 좋습니다. 목표가 구체적인 이유와 제대로 연관됐다면, 목표는 훨씬 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고, 아이 스스로 성공을 예감하게 될 것입니다. 큰 목표를 적절한 크기의 성취 가능한 작은 과제들로 나누어주면, 아이들은 감당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작은 중간 단계의 목표를 달성하면 아이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런 자신감들이 다시 동기 요인을 강화하고 좌절을 막아줍니다,

셋째,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부모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인격은 무시하고 일정한 꼬리표를 달아서 도매금으로 평가하는 일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성적을 잘 받았구나”라고 하는 대신, “내가 받은 성적표를 보니 자랑스럽고 기쁘구나. 너도 성적이 올라서 자랑스럽지?”라고 해야 합니다. 또 이렇게 성적이 향상된 이유에 대하여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향상의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피드백은 없습니다.

넷째, 시도 자체를 격려하세요.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해서 시도하는 것을 부모도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합니다. 아이는 시도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 것입니다. 아이의 능력을 신뢰하고 격려하세요. 아이의 행동에 대해 말할 때, 완벽함이 아니라 조금씩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아이가 현명하고 책임감 있게 시도하고 행할 것을 믿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때 아이는 자기가 시도하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다섯째, 호기심을 확장하세요.

아이가 천문학에 호기심을 보인다면 천문학을 기반으로 해 관심사를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는 천문학을 배우기 위하여 수학, 물리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됩니다. 아이가 천문학의 자료를 찾으려면 영어서적을 읽거나 영어다큐멘타리를 시청해야 합니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익힐 것입니다. 외계탐사 계획이 실현되려면 복잡한 설치과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여섯째, 같이 활동하세요.

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부모와 같이 하는 활동이 있고, 무언가 같이 활동하면 아이는 부모의 의욕을 보게 될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꿈을 방해하는 적군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아군으로 인정할 것입니다. 부모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될 뿐 아니라, 그런 과정에서 부모의 열정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낄 것입니다. 스스로 만들어진 영재란 없습니다. 부모나 멘토의 친절한 행동,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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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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