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 트라우마, 임신부 정신건강 특별히 살펴야

김영훈 2014.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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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 비통에 빠져있다. 사고의 당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도 TV방송 등의 간접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에 빠지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잠이 오지 않으며, 집중하기 어렵고, 예민해져서 짜증이 늘어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임신부가 세월호 TV방송을 본다면 어떨까?


일부 임신부는 임신을 통해 더 큰 위기를 겪는다.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서적 문제를 겪는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임신부가 같은 연령대의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보다 특별히 더 많은 정서적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가임기 여성은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을 위험이 가장 큰 연령대이다. 더구나 임신은 이들 정서적 장애를 보호해주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임신부의 20%는 정서문제나 불안을 경험하며 10% 정도는 우울증을 앓지만 다만 발견되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수면습관이나 식사습관이 변하고 기력이 없어지는 것은 임신 때문에 오는 것인지 우울증의 증상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감정 기복이 커지는데 이때 입덧이나 유방통 등의 신체 변화는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우울한 감정이나 집중력의 현저한 감퇴, 불면증, 과다한 수면,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 불안감, 죄의식이나 자존감 결여, 폭식이나 거식증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임신 중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임신부는 정상 임신부에 비해 코르티솔의 수치 변화가 천천히 일어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혈중 코르티솔 수치는 하루 종일 변한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뜨면 코르티솔 수치가 하루 중 가장 높고, 낮 동안에는 급격히 낮아지다가 한밤중에는 최저치에 도달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할수록 코르티솔 수치의 변화가 줄어들어 하루 24시간 내내 코르티솔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기도 한다. 그것은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반응이 켜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태어난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임신부중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을 겪은 엄마의 아이는 성장하는 동안 충동성, 과잉행동, 정서, 행동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기질이나 성격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정신질환에 취약한 아이를 만들 수도 있다. 이들은 더 신경질적이고 달래기 어려우며, 수면장애와 혈액 내 코르티솔 분비가 더 많다. 멍크의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임신부의 태아는 유독 자극에 민감하다. 임신부의 심박수, 혈압, 코르티솔 수치는 임신 10개월 동안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여파는 출생 후 아이의 성장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궁 환경이 다음 세대로 정신질환을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출발선에서 이미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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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지 않은 우울증


임신 중 우울증은 적절하게 치료되지 않으면 임신부와 태아에게 모두 위험하다. 우울증을 겪는 산모는 영양결핍, 음주, 흡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유산, 조산, 태아 발육 지연 및 출생 후 성장 지연까지 초래할 수 있다. 우선 우울증을 겪는 임신부는 아기를 조산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연구에 의하면 경미한 우울증을 보인 임신부의 조산 가능성은 60%가량 증가하고,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저체중아의 출산율이 거의 두배가 된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우울증 임신부들이 잘 챙겨 먹지 않고 술과 담배를 하거나 출산 전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일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 자체로도 신체의 생화학적 균형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우울증 임신부에게 많이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태반을 통해 태아 발달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혈관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도달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감소시킨다. 임신 중 우울증은 산후 우울증에 비해 사회적 관심도도 낮고 치료하는데도 소극적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출생 후에도 신생아의 신체나 인지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임신부와 태아의 신체적인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신부의 정신적인 건강을 보살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우울해지는 이 시기에는 임신부의 정신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하여야 한다. 나는 슬픈가? 절망감을 느끼는가? 무기력한가? 자기혐오에 빠져 있나?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망쳐놓는다고 느끼는가? 과거의 실수들을 떨쳐버리지 못하는가? 아무 일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결단을 못내리고, 우유부단한가?

 

그러나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데도 장애물이 있다. 오늘날 우울증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라고 불리는 항우울제가 처방된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임신 중 SSRI의 복용이 신생아 호흡곤란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임신부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임신을 하면서 항우울제를 끊은 여성들은 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병력이 있는 201명 임신부를 추적 관찰하였는데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여성들은 4분의 1만이 임신 중 우울증을 앓았지만 복용을 중단한 여성들은 3분의 2이상 병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의 치료


임신 중 우울증 치료는 주위의 도움을 구하는 것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임신부가 먼저 도움의 청하여야 하며,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해서 필요하면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한다. 가장 흔한 것은 임신 자체에 대한 불안감인데 이것은 임신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태아가 건강할까, 유산이 되면 어쩌지, 아기 낳을 때 얼마나 아플까, 출산 후 합병증이 생기면....’ 특히 초산부는 이런 걱정과 두려움으로 불안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대부분이므로 임신출산책을 보거나 몇 번의 강좌만 들어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임신에 대한 임신부의 시각이 중요하다. 평소에 바깥활동이 많았던 임신부는 임신이 더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활발한 성격이라면 임신 중에 집에만 있는 것보다 되도록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나들이를 하는 것이 좋다. 연구에 의하면 임신을 기뻐한 임신부보다 걱정한 임신부가 훨씬 더 입덧이 심하다고 한다. 임신 중 입덧은 태반에서 분비되는 임신성 호르몬 때문에 나타나는데, ‘융모성 성선호르몬’이 증가하면 입덧이 심해진다. 쌍둥이 임신으로 태반이 크거나, 태반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포상기태가 있는 임신부에게서 입덧이 더욱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니들의 힘든 임신과 분만 때문에 임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더 입덧을 많이 한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임신부의 엄마가 과거에 임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였던 경우 그 말이 기억에 남아 입덧이라는 거부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입덧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입덧도 한결 줄어든다.

 

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들은 가족과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서호석 교수가 임신부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울증의 원인은 남편과의 불화 28%, 직장 내 스트레스 18%, 시댁과의 갈등 13%로 나타났다. 이는 남편을 비롯한 가족, 그리고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 나서면 임신부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심리요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 2003년 스피넬리는 최초로 임신부에 대한 대인관계 치료를 통하여 효과를 보았다. 대인관계 치료를 받은 임신부와 부모교육만 받은 임신부들를 비교한 결과 대인관계 치료를 받은 임신부들의 60%가 우울증이 치료된 반면에 부모교육만을 받은 임신부들은 15%만이 우울증에서 치료됐다. 스피넬리는 이런 대인관계 치료를 통하여 임신이 여성의 자아형성에 있어서 모성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임신 중 우울증은 호르몬 변화에 의한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엄마와 아기의 평생 건강을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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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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