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조선미 2014.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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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489155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아이가 제 딴에는 밥값을 하겠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레고 놀이방에서 블록 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블록을 찾아주기도 하고, 맞추기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기도 하는 일이다. 엊그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가 질문을 했다.


“엄마, 애들한테 칭찬을 많이 해주면 좋다면서?”
“그렇지.”
“우리 놀이방에 오는 엄마 중에 진짜 칭찬 많이 하는 엄마가 있거든.”
“그래?”
"그런데 왜 엄마는 그만큼 안 해줬어? 그 집 애들이 부럽더라. 역시 칭찬을 많이 받은 애들은 달라...’ 이런 말을 기다리던 나는 다음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집 애들이 제일 힘들어. 자기 나이는 일곱 살인데 열두 살이 하는 어려운 것 하겠다고 우기고, 어렵다고 다른 것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그래서 꺼내주면 하나도 못 맞추면서 일일이 다 도와달라고 그래.”

“그래서? 끝까지 맞춰?”

“아니. 한두 개 맞추고 부수고, 몇 개 더 맞춰주고 다른 애 봐주고 오면 다 흩트려 놔서 결국 하나도 못 맞추고 가.”

“그런데 엄마가 칭찬을 많이 해준다고?”

“블록 하나 집어들 때마다 정말 잘 하는구나 그러고, 하나 끼울 때마다 어쩜 그렇게 잘하니 그러던데. 그런데 애들이 왜 다른 집 애들보다 더 말을 안 듣고 블록을 못 맞춰?”

 

부모가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칭찬을 해주려고 애쓰고, 어떻게 해서든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칭찬이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하게 되면 때로 엉뚱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칭찬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칭찬을 들을 때 어떤 마음인지를 알아야 한다.  


아이가 레고 블록을 갖고 노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이는 자기 나이에 맞는 놀잇감을 선택할 수도 있고, 지나치게 어렵거나 쉬운 놀잇감을 선택할 수도 있다. 놀잇감 종류에 상관없이 아이를 칭찬해주면 아이는 자기에게 맞는 장난감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놀이를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고 느낄 수 있다. 블록을 하나 집어 드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한다면 아이는 블록으로 집을 만드는데 집중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혹은 집을 만든다 해도 맞는 블록을 골라 제 자리에 쌓으려는 노력이 필요치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아무 거나 무조건 갖고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블록으로 어떤 모양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무조건 쌓고 무너뜨리고를 반복하려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엉뚱한 행동에 대해 칭찬을 했기 때문이다. 


칭찬은 바람직한 행동, 그래도 또 했으면 하는 행동에 대해서 해주어야 한다. 레고 블록을 갖고 노는 것은 아이가 즐겁기 위해 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놀도록 두면 된다. 굳이 칭찬을 해주고 싶다면 아이의 행동 중에 칭찬할만한 행동, 이를테면 도움을 덜 요청한다거나 뛰어다니지 않는 등 좋은 행동에 대해 해주면 된다.  


“동생이 안방에서 자니까 거실에서 놀자. 네가 거실에서 노니까 엄마가 걱정하지 않고 너와 놀 수 있어서 좋구나.”

“어려운 걸 잘 맞췄구나. 지난번에는 이만큼 하고 나서 힘들다고 그만 했는데 잘 참았네.”

“놀고 난 후에 블록을 정리했네. 엄마가 식사만 차리면 되니까 훨씬 편하구나.” 


장난감을 정리하고, 힘든 걸 참는 것, 그리고 장소를 가려서 노는 행동은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고, 가족을 배려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칭찬받을만한 행동이 맞다. 이처럼 사려 깊은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좋은 행동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준다고 시도 때도 없이 해주는 칭찬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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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남성모병원 임상심리실, 성안드레아 병원 임상심리실을 거쳐 아주대 의대 정신과학 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부터 EBS <60분 부모> 전문가 패널로 출연 중이며, <부모마음 아프지 않게, 아이마음 다치지 않게>, <조선미 박사의 자녀교육 특강> 등을 펴냈다.
이메일 : smc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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