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사춘기 극복 비법, 공감에 있다

권오진 2019.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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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18 사본.jpg » 이미지 권규리. 제공 권오진.
내가 만난 최고의 부모는 6살과 14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였다. 첫째 아이는 평소에도 엄마와 사이가 좋았으며,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고 한다. 그 비결은 바로 공감하는 태도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즉시 ‘공부하느라 힘들었지’라는 말을 해주었다. 또한 평소에도 엄마를 부르면 빨리 다가가서 얼굴을 마주 보며 응대를 해주었다. 특히, 아침에 아이의 잠을 깨우기는 군계일학이다. 아이에게 ‘빨리 일어나’가 아니다. 그저 침대 옆에 다가가서 아이에게 시간이 되었음을 말하며, 양손으로 아이의 몸을 만지면서 두런두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기분 좋게 일어났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 아이와의 공감을 잘하는 엄마였다. 위의 내용이 쉬운 것 같지만 많은 엄마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는 잘했니?’ ‘숙제해야지’라고 묻는다. 또한 아이가 부르면 건성으로 대답하기 쉽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에 뿔이 나기 쉽다. 

또 다른 사례는 10년 전에 만났던 아빠였다. 그 당시 아이가 고등학생과 대학생 딸이었다. 이 아빠는 자녀에게 책을 잘 읽어주는 아빠였다.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고, 심지어 대학생이 되어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잠이 오지 않으면 늘 아빠를 불러서 책을 읽어달라고 했고, 아빠는 흔쾌히 읽어주었다. 대학생이 되어도 자녀와 소통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기에 사이가 좋았다. 책이라는 매개체가 곧 공감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양육과 훈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 중 하나인 일 가정양립을 통하여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바로 대부분의 부모가 인성에 대한 기본지식이 결여되었다. 그런데 사실, 부모를 탓하거나 비난을 할 일은 아니다, 바로 교육의 100년 대계 운운하는 교육정책의 부재에 비롯되었다. 부모들은 대부분 16년 정도의 공교육을 받고 성장했다. 교육의 커리큘럼은 국영수와 물리, 화학, 지리, 지구과학 등이다. 이것은 대학을 입학하기 위하여 요긴하지만 정작 결혼을 한 후에는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 많다.

결혼은 누구나 인생에 한 번뿐이라 화려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 후의 일이다. 그 누구도 결혼 후에 부부가 공감하고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하여 알려주지 않았으며, 공교육의 커리큘럼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아예 배제되었다. 그저 귀동냥이나 책 속에 글을 통하여 습득한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하면 기 싸움이 시작되고, 상대방에게 상처 내기 게임을 자주하게 되면서 이혼율이 높아진다. 부부가 대판 싸움을 하면 양가 부모들이 하는 말이란 ‘참는 것이 행복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위로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고, 위로를 받지 못한다. 

인성교육 교육 과정에서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강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을 말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뭔 말인지 혼란스럽고 알 수가 없다. 교육부의 인성 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다수 발견된다. 

우선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왕따다. 아이들이 존중과 배려를 제대로 배웠다면 왕따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중 2병이 광범위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효와 예를 제대로 배웠다면 중2병은 존재할 수 있을까? 또한 부모들은 교육부의 줄 세우기 정책에 따라서 양육이 아니라 비자발적 사육을 하는 경우도 많다.

기본적인 인성교육의 부재는 가정이나 공교육 현장에서 대화, 소통, 배려의 부재를 낳고, 인간관계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개인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인문도서를 사거나 소통, 공감, 경청 등에 관한 전문가의 특강을 듣기도 한다. 사례를 보자. 남편이 ‘변하려면 소통하라’라는 특강을 듣고 집에 가서 아내와 이야기를 할 때, 아내와 눈높이를 맞추고, 눈을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아내는 ‘당신, 오늘 왜 그래, 약 먹었어?’라고 핀잔을 주기 십상이다. 또는 배려에 관한 특강을 들은 후에 아내에게 친절하게 배려의 행동을 하면 ‘당신 오늘 왜 그래? 나한테 잘못한 것 있어?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왜, 이런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 것일까? 소통이나 배려에 관한 실천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역기능이 발생하면 관계에 대하여 자괴감과 자포자기를 하기 쉽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혼란스럽다.

위의 문제에서 해결 키워드는 공감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하루에 30분 이상 공감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부족하면 다양한 병리 현상이 발생한다. 사례를 보자. 1살과 3살의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첫째 아이가 떼를 쓰거나 악을 쓰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엄마의 입장에선 3살 아이도 소중하지만 1살짜리를 돌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3살 아이에게 눈과 손이 덜 간다. 3살의 입장에선 그런 엄마의 입장을 알지 못하고 밉다. 오히려 자신도 아기이므로 동생처럼 돌봐달라고 간청하고, 애원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 엄마가 첫째와 공감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포인트다. 동생에게 젖을 먹일 때, 3살 아이가 다가와서 ‘엄마’를 부르면 빨리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십중팔구는 놀아달라는 메시지다. 그러면 ‘엄마와 놀고 싶구나’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공감을 표시한 후에 5분 후, 또는 젖을 먹인 후에 놀아준다고 약속하고 지키면 때가 현저하게 사라진다.

필자는 5년 전에 아이와의 놀이와 아내와의 놀이가 동일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내를 하루에 3번 웃기는 ‘아하3’를 실천하고 있다. 초기에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아내를 웃기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훨씬 자유롭게 웃기고 있다. 그런데 나의 스킬을 살펴보면 공감의 세계가 다량 함유되었고, 표현했기에 가능했다. 그중에서 가장 히트를 친 것은 마트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현관에서 맞이하기다.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소파에서 일어나서 0.1초 만에 아내에게 달려가서 물건을 들어준다. 보통 물건을 사면 10킬로 정도다. 주차하고, 물건을 들고 이동을 하면 매우 무겁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아내가 파안대소하며 좋아했다. 그 후, 아내는 남편의 이런 행동을 딸에게 이야기했고, 어느 날, 아내와 딸이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에 현관문을 열었다. 나는 딸이 함께 온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내가 현관으로 달려가자 딸은 박장대소를 한다. 아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딸은 엄마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의 효용성에 대하여 후배 아빠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그 아빠는 아이가 3살, 5살, 7살의 다둥이 아빠다. 아내가 홀벌이를 하고 남편은 사업 초기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아내가 밤 8시쯤 귀가를 해서 현관문을 열 때, 세 아이와 아빠가 동시에 아내에게 달려갔다. 항상 퇴근하면서 피곤한 내색을 하던 아내의 얼굴이 환해졌다고 말한다. 그 후, 아내가 오는 시간이면 세 아이와 아빠가 누가 빨리 현관까지 달려가는가 시합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행동의 결과, 남편은 아내에게 뜻하지 않은 대단히 큰 선물을 받았다. 남편은 야구광인데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SK와의 결승전 티켓을 아내가 구해주었다고 자랑을 했다. 

다른 사례는 16개월 아이를 키우는 홀벌이 남편과 전업주부 이야기다. 아내는 직장을 다니다가 2년째 육아 휴가를 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남편이 말하길, 아내의 말투가 늘 거칠고 쌀쌀맞게 대하며 자신에게 많이 변했다며 투정과 면박을 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퇴근 후의 행동에 관하여 물었다. 그는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서 첫 마디가 ‘나왔어’였고, 옷을 벗고 손을 씻은 후에 아이에게 다가가서 놀아준다고 한다. 퇴근 후 10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내와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결책을 주었는데 현관문을 열면서 첫 마디는 아내에게 다가가서 ‘당신, 오늘 애를 돌보느라 수고 많았어’로 하라고 수정 해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만났더니 아내의 표정이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고 말한다. 바로 공감이 주는 효과이다. 공감은 아이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며 어른도 공감을 주고받아야 관계가 개선됨을 알 수 있다. 부부 사이에도 아이와 같이 하루에 30분의 공감이 필요하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는 문제 아이를 해결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서 다양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아이가 부모로부터 공감받지 못하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 부모는 있지만 문제 아이는 없다 ‘라는 말처럼 부모의 공감능력이 높을수록 양육은 점점 수월해지며, 그러면 양육을 스트레스가 아니라 행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서 놀이의 본질과 아이와 어른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놀이란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교감의 세계이다. 손바닥으로 박수를 칠 때, 소리가 나는 이치다. 그런데 아이들은 주 양육자인 부모와 공감하고 싶은 본능적인 열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이와 놀기는 쉽다. 그저 ’얘들아, 놀자 ‘라고 큰소리로 외치면 아이들은 ’앗싸‘를 외치며 좋아한다. 집에서 매일 숨바꼭질을 해도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부부는 다르다. 서로 살아온 환경, 부모의 영향, 습관, 취향, 기호, 학력, 개인의 퍼스넬러티가 모두 다르며, 변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관념의 세계가 공고하게 구축되어있다. 이 말의 의미는 어른이 되면 아이와 같이 공감의 세계가 매우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애를 3년, 5년을 한 후에 결혼해도 배우자에게 ’속았다‘ ’그럴 줄 몰랐다 ‘라는 말을 한다.

이미 많은 인문학자가 공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존 가트맨이나 카네기 그리고 경청, 소통, 배려를 강의하는 분들 역시 공감이 단골 소재이다. 그런데 공감이란 관계를 맺고 발전시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며, 소통, 배려, 신뢰로 통하는 문이다. 결국 공감이 없는 소통과 배려와 경청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공감을 통과해야 소통과 배려와 경청이 빛나고 관계를 발전시킨다. 또한 자신감, 성취감, 리더쉽, 자존감, 도전정신과 같은 인성 형성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행복한 양육과 훈육을 원한다면 스마트폰 양육이 아니라 공감을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공감이란 소재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늘 내 주변에 널려있으며 모든 인성에서 꼭 필요한 약방의 감초와도 같다. 그래서 공감을 알고 실천하면 할수록 양육은 점점 행복 모드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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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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