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올챙이 집단학살 사건

권오진 201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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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7 사본.jpg » 권규리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여기는 시립도서관. 

중앙에는 100평 정도의 연못과 3단 잔디밭 있고, 주위에는 많은 나무와 벤치,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있다. 가을에는 자주 어린이집에서 야외수업을 하러 온다. 그러면 아이들은 오자마자 서로 달리기 시합을 한다. 때론 작은 나무를 흔들어서 나뭇잎을 떨어지게 한다. 그리고 나뭇잎으로 서로 눈싸움도 하며 나뭇잎을 수북히 쌓은 후, 그 위에 누워보기도 한다. 또는 뽑히지도 않는 풀을 뽑으려고 힘을 써 본다. 연못은 이미 말라버렸지만 돌을 들추며 열심히 무엇을 찾기도 한다.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엄마와 아빠가 유모차를 밀면서 산책을 한다.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축구를 하기도 한다. 또한 초등학생들은 잠자리 채를 갖고 와서 수없이 허공을 가른다.


올 4월 초, 연못에 소금쟁이가 보이더니, 개구리알 덩어리가 여기저기 보인다. 그리고 4월 말이 되자 올챙이가 태어났다. 이때부터 주말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주변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저 펫트병 하나를 갖고 와서 올챙이를 잡으려고 작은 손을 연못에 담그며 놀았다. 그러다가 한 마리라도 잡히면 ‘앗싸’를 외치며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다. 잡지 못한 아이들은 패배자인 양 시무룩하다. 아이들은 더 많은 올챙이를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연못주위를 수없이 돌아다닌다. 


5월말이 되자 올챙이의 뒷다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아이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자 연못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곳은 인공연못이라 수도꼭지만 열면 해결되지만 그 가능성을 낙관할 수는 없었다. 이젠, 물이라고는 겨우 한 평도 되지 않은 곳에서 진흙과 뒤범벅이 된 채, 숨만 깔딱깔딱 쉬고 있다. 결국 올챙이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다랐다. 비라도 내리면 모두 살릴 수가 있지만 결국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올챙이 수 백 마리는 모두 몰살했다. 그 후, 3일이 지나 많은 비가 내렸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은 그 곳을 찾지 않았으며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01.jpg공원 담당자에게도 고민은 있다. 물이란 너무 오래 고여 있으면 모기가 산란하기 좋은 장소가 된다. 그러면 결국 주민의 민원을 걱정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행복과 추억의 장소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저 미꾸라지를 넣으면 된다. 한 마리가 하루에 무려 수천마리의 모기유충을 잡아먹기에 해결될 수 있다. 조금 업그레이를 한다면 송사리를 넣으면 좋다. 송사리는 KTX 처럼 빠르다. 1초에 10미터 이상을 달아난다. 바닥도 고급소재가 필요없다. 마사토와 진흙, 그리고 작은 돌만 있으며 살 수 있다. 아이들의 입장에선 광속으로 이동하는 송사리만 봐도 입이 벌어진다.


필자의 집 옆에는 3천평짜리 공원이 있는데 건설비로 100억 이상이 들었다. 그 중앙에는 연못과 개울이 있다. 두꺼운 화강암으로 아치형 교각을 만들고, 여기저기 돌로 치장을 했다. 누가 봐도 비싼 인테리어임을 알 수 있다. 여러 개의 작은 분수대도 있다. 여름이 되면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더위를 가시게 한다. 그러나 연못의 기능은 없고, 그저 보여지는 전시용일 뿐이다. 가을과 겨울, 봄에는 분수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그 곳에는 물의 지속적인 공급이 없다. 그러므로 비가 오면 물이 고이지만 오지 않으면 금방 속살을 드러낸다. 그러니 물고기가 살기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물고기를 위한 수초 등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물이 고이면 모기 산란장으로 둔갑하여 유충들이 득실득실하다. 아이들이 찾지 않는 연못, 그것은 더 이상 연못이 아니라 그저 돌덩어리로 만든 웅덩이에 불과했다.


인공연못을 성공시킨 곳이 있다. 주말만 되면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있다. 바로 한강 선유도 공원이다. 한강속의 섬이지만 도로와 좀 멀어서 소음이 적다. 우선 주위환경을 보면 큰 나무들이 많고 따라서 크고 작은 새들도 많이 보인다. 여기저기 대형, 중형, 소형 연못이 있는데 물풀과 수초가 가득하다. 그 속을 보려고 손으로 풀을 치우니 치어들이 가득하다. 바로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 옆에는 작은 실개천이 있는데 송사리가 수시로 이동한다. 아이들은 이것을 잡으려고 백로가 서서 물고기를 기다리듯이, 두 눈을 크게 뜨고 혈안이 되어있다. 물의 이동은 인공순환식이다. 물이 없으면 맨 위로 물을 보낸다. 그 물은 차례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모든 연못을 채우며 생명을 유지시킨다.


이미 서울의 청계천이 성공적으로 복원되었고 다양한 물고기들이 돌아왔으며 이를 보려고 전국에서 구경을 온다. 물의 의미는 단지 물고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이 있으면 주위의 나무들이 잘 자란다. 그러면 새들도 저절로 몰려온다. 물과 물고기와 새가 있다는 것은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신호다. 그 곳에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놀이가 곧 자연공부다. 만일 주위에 수수, 보리, 조, 콩, 옥수수, 팥 등을 심거나 나무 위에 새집을 만들어주면 더 많은 새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럼 연못과 아이들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연못은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의 보물창고’이다.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물만 있으면 놀이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곳에서 수많은 놀이를 만들면서 스스로 논다. 그러나 그냥 고여 있는 물은 죽은 물이다. 하지만 올챙이만 살아도 훌륭한 놀이터로 변신한다. 즉, 연못이 살아있어야 한다. 어른과 아이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 만일 어른이 올챙이를 본다면, 그냥 쓱 보고 지나간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그저 올챙이 한 마리를 보았을 뿐인데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온 세상이 호기심 천국이다. 더구나 올챙이는 본능적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 백 마리가 물위로 오르거나 혹은 내려가면서 떼로 몰려 다닌다. 그 모습을 보면 정말 장관이라 금방 마음을 빼앗긴다.


 04.jpg아이들에게 연못 주변은 놀이의 천국이다. 우선 물속을 쳐다봐도 호기심이 마구 솟는다. 사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고, 생태계의 변화를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자동생태교육의 현장이다. 그곳에서 막대기 하나만 있어도 수많은 놀이가 가능하다. 아빠와 즉시 칼싸움을 할 수 있으며 막대기 돌리기나 던지기, 물속 휘젓기, 물위에 내리치기, 깡통을 달아 끌고 다니기도 재미있다. 가는 막대기로 낙엽을 꼬치처럼 계속 꼽을 수 있는 꼬치구이놀이도 있다. 솔방울이 있다면 막대기는 야구베트가 되어 야구도 할 수 있으며 솔방울로 아빠와 즉석에서 축구도 할 수 있다. 막대기로 글자쓰기, 그림그리기, 숫자쓰기도 할 수 있다. 상상이 곧 놀이가 된다.

이젠 폼만 잡는 관상용의 연못은 퇴출시키자. 아니, 리모델링을 하여 살아있는 연못을 만들자. 그것은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바로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원인 가족에게 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 또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러한 작은 환경의 변화가 바로 가족을 위한 복지이며 투자복지 개념의 출발점이다. 부모들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모든 부모는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 그래서 공부만 많이 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욕심이다. 자연과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자연속에서의 놀이시간을 늘려야 한다. 연못에서의 놀이란 시간낭비가 아니다. 바로 자연과 아이들의 오감과의 만남이다. 또한 디지털 사고방식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사계절의 변화를 통하여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아날로그식 놀이의 행복을 알게 한다.


 03.jpg공부만 많이 시키려고 하는 것은 부모의 작은 욕심이다.

자연을 자주 접하게 하는 것은 부모의 큰 욕심이다.

이제, 큰 욕심을 내보며 자식을 키워보자.

이제, 살아있는 연못을 만들어보자.

사망한 올챙이에게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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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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