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여름철 산후조리는, 온도보다 바람이 중요

황덕상 2016. 07. 06
조회수 6365 추천수 0

더운 여름에도 무조건 따뜻하게 하는 것이 산후조리법?

출산 후에 무조건 따뜻하게 하는 것은 금물 


05179353_P_0.JPG » 출산. 한겨레 자료 사진.

출산 후에 시간이 지나도 기운 없고, 지치고 힘들어 하는 산모들이 여름에 많이 오는 경향이 있다. 통계적으로 정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진료실에서 매일 출산 후 방문하는 임산부를 진료하는 임상의로서 그런 경향이 느껴진다. 물론 여름철은 누구나 지치고 힘들어 하는 계절이긴 하다. 하지만, 산모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단지 날씨 탓만은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전통의 방법이 오히려 여름철에는 더 산후 조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산후에 땀을 빼야 된다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에, 산모들은 한여름에도 내복을 껴입어야 한다는 오해가 있어 왔다. 심지어는 더운 여름에도 보일러를 켜서 방을 뜨끈뜨끈하게 하고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를 만난 적도 있었다. 그 결과는 빠른 산후회복이 아니다. 온몸에 난 땀띠 때문에 밤마다 가려워서 긁으며 잠을 설치게 되고, 심지어 신생아까지 땀띠가 나서 칭얼대며 엄마의 젖을 잘 먹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집안 어른들의 말에 따라서 땀을 억지로 내기 위해서 했던 일들이 오히려 산모의 몸을 더 상하게 하고 산후풍을 더욱 심하게 한 경우이다. 차라리 조금 시원한 온도로 맞추어 덥지 않을 정도의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산후조리를 했다면 어떨까? 땀도 덜 나고 밤에 잠도 푹 잘 수 있었을 것이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산후 회복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옛날에는 온수도 잘 안 나오는 환경에서 삼칠일이 지나서야 목욕하라고 했지만,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오히려 출산 후에 따뜻한 실내에서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지내는 것이 산모의 건강이나 기분에도 좋은 것이다.

 

여름철 산후조리의 기본은 “너무 덥지 않게 기온과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산후에 찬 에어컨 바람을 쐰 다음에 관절이 시리고 아파지는 산후풍 증상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무조건 방의 온도를 올리고, 옷으로 꽁꽁 싸매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일시적으로 시린 느낌 때문에 한 여름 날씨에 보일러를 가동시킨 방안에서 머문다면, 체온이 상승하고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몸은 항상 젖어 있고 시린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여름철 산후조리에 실내온도를 높이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할 일 중에 하나이다. 대신에 꼭 지켜야 할 점은 직접 피부에 찬바람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실내의 온도를 전체적으로 적정한 온도로 시원하게는 유지하지만, 차가운 바람을 맨살에 직접 쐬지는 말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경우에는 얇은 긴팔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좋다. 


산후풍은 온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바람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내에 적정 온도는 개인차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가족이 너무 더워하거나 산모가 항상 땀으로 젖어 있는 상태라면 온도를 조금 낮춰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25도 정도로 기온을 맞추고, 얇지만 긴 소매의 옷을 입되 약간 서늘하게 지내는 것도 좋은데, 필요한 경우 에어컨을 틀어도 된다. 


하지만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바람을 직접적으로 몸에 맞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거실에 에어컨을 틀었다면 안방이나 작은방 문을 살짝 열어두어, 전체적인 실내 온도는 낮추되 직접 바람을 쐬는 것은 피하자. 산후풍에 “바람 풍(風)”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온도보다는 바람에 조심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산후에 회복이 빠른 경우에도 시원한 긴 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산후풍으로 고생하는 많은 산모들이 컨디션이 좋다가도 잠깐 방심하고 나간 사이 에어컨 바람이나 찬바람을 그대로 피부에 쐰 후에 산후풍 증상을 호소하고는 한다.

 

모유수유를 하거나 식사하는 도중에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그럴 때는 자주 마른 수건으로 닦아 주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어주는 것도 좋다. 젖은 상태로 있으면 오히려 땀이 날아가며 체온을 빼앗겨 시린 감이 심해질 수 있다. 물론 적절한 기온에 맞춰 땀이 안 나면서 동시에 크게 추위를 안 느낄 적정 온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더운 여름철에 산후 조리는 더 지치고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산후조리를 하면 여름의 무더위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만약 피부가 시리고 통증까지 느껴지면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증상들이 지속된다면 산후에 회복을 도와주는 한의약치료를 하는 것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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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상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 두 아들과 놀러가기 좋아하는 아빠. 삼대째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달과 해, 바다와 산이 있는 것처럼 몸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다름을 알아서, 각 특성을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과 다른, 서양인과 다른 우리나라 여자에게 생기는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사이다. 국민체육21에 ‘바른 몸 이야기’ 칼럼 연재. KBS 아침마당 월요일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의 수다는 베이비 트리에서도 계속 된다~ 쭈욱~
이메일 : soulhus@gmail.com      
홈페이지 : http://www.hanbangm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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