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양방엔 없는 병, 산후풍

황덕상 2016. 03. 11
조회수 6819 추천수 0

산후풍 그 정체는 뭘까? 산후풍은 출산이나 유산 이후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오는 여러 증상들을 통칭하여 표현한 민간에서 사용되는 속어였지만, 이제는 표준화된 진단명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산후풍이라는 병명으로 인정받는 한의학 개념에서 병이다
03818961_P_0.JPG » 통증, 한겨레 자료 사진.


한의학 개념의 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분명히 진료실에서 산후풍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고 있지만, 양방 산부인과학에서는 산후풍이라는 병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산후풍은 우리나라 산모들의 특수한 상황이기에 한의학에서만 중요하게 치료해 왔던 것이다


그럼 외국에는 이런 증상이 없는 걸까? 일단 미국에는 산후풍 증상이 없는 것 같다. 간혹 진료실에 미국에서 출산한 산모들이 산후풍 증상이 심하게 와서 치료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있다. 바로 출산 환경이다. 출산 직후에 나오는 첫 식사에 얼음물, 차가운 요거트 등을 한입 넣는 순간 온몸이 쩌릿하며 뼈 속까지 시린 느낌이 온 이후에 산후풍 증상이 시작했다고 한다. 또 출산 후 산모의 몸은 피도 묻어 있고, 지저분해져 있는 상황에서 바로 가서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오라고 하는데, 난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병원환경에서 샤워한 후에 물이 닿은 부위가 시리고 아픈 증상이 생겼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듣게 된다


아마도 미국 산모들은 그런 음식과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도 전혀 산후풍 증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 산부인과 교과서에는 산후풍에 대한 우리와 같은 수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회복과정에 생기는 증상에도 산후풍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산후풍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자.


산후풍은 증상과 발생 시기가 중요한 진단 포인트가 된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 6주가 지나도록 계속해서 오로가 나오고 근육통이나 관절 부위의 통증이 있을 때, 또는 심하게 오한을 느낀다면 산후풍일 가능성이 높다. 산후풍의 정체는 한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증후군의 개념처럼 여러 가지 증상들의 합이고 그 증상들이 나타나는 원인과 관련된 인자들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산후풍의 통증은 한 곳이 아픈 것이 아니고 여러 관절에 다발성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산모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통증의 양상은 매우 주관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산모마다 통증의 묘사가 다르다. ‘시리다, 우리하다, 화끈거린다, 저리다, 꾹꾹 쑤시다, 통증 때문에 힘이 안 들어간다, 뻣뻣하다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통증을 표현하는데, 한가지로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통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한 부위 관절만 많이 붓거나 통증이 심하면서 운동성이 제한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다른 질환을 확인하고 감별해야 한다.

 

산후풍의 다른 얼굴은 자율신경기능 실조 증상이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에서 스스로 조절되는 특징이 있다. 땀을 흘리거나, 오싹한 느낌이 들거나, 갑자기 열이 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들이 자율신경계통의 조절을 받는다. 이런 기능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오는 산후풍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거나, 체온 조절이 잘 안되고, 시리거나 덥거나 등의 증상들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산후풍의 증상은 단지 자율신경기능 실조로만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양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점은 산후풍에 대한 오해로 인한 긴장과 두려움을 갖게 되면 증상이 더 악화되고 더디게 호전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경우에 시리다고 너무 땀을 빼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산후풍의 이름에 붙어 있는 바람 풍()의 느낌과 같이 산후풍의 증상들은 바람처럼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오는 것을 싫어하고, 금새 느끼는 특징도 있다. 다른 가족들은 전혀 춥지 않다고 하는데, 옷을 꽁꽁 껴입고 있는 산모 혼자서 차가운 바람이 어디에서 들어온다고 집안의 문틈이며 창틀을 단속하는 경우도 있다.

 

산후풍의 증상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산후풍 증상]


.통증 - 전신 및 한쪽 몸의 동통, 어깨, 목, 등 부위 당기는 통증, 요통, 꼬리뼈 통증,상지부위 통증 (어깨, 팔꿈치, 손목 부위), 무릎, 발목 관절 통증, 손발이 저린 증상, 치골부위 통증, 서혜부 통증, 아랫배 통증 등


.전신 증상 - 무기력, 한출, 오한, 발열, 부종, 눈 침침, 이명, 호흡곤란, 오심구토, 식욕부진, 소화불량, 대소변 이상, 변비, 대하, 월경이상, 손발이 찬 증상


.정신 신경 증상 - 두통, 현훈, 가슴 두근거림, 건망, 불안감, 불면, 우울감


할머니의 산후풍, 정체는?


간혹 노년기 여성이 진료실에 와서 산후풍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관절이 시리고, 손발이 차거나, 관절통 등의 현재 증상이 젊은 시절에 출산 후 산후 조리 잘 못하고 생겼던 산후풍이 다시 재발하는 것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단지 아프거나 시린 증상이 예전에 앓았던 산후풍의 증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 병이 몇 십 년간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산후풍이 아니다. 노화 과정 중에 생길 수 있는 퇴행성 질환이거나 수족냉증, 몸에 기혈이 부족해져서 생기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산후의 기혈이 부족한 상태를 개선시키는 약제로 비슷한 처방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 해당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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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상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 두 아들과 놀러가기 좋아하는 아빠. 삼대째 한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달과 해, 바다와 산이 있는 것처럼 몸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은 같은 것이 아니고 그 다름을 알아서, 각 특성을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자의 몸과 다른, 서양인과 다른 우리나라 여자에게 생기는 건강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사이다. 국민체육21에 ‘바른 몸 이야기’ 칼럼 연재. KBS 아침마당 월요일 패널로 출연 중이다. 그의 수다는 베이비 트리에서도 계속 된다~ 쭈욱~
이메일 : soulhus@gmail.com      
홈페이지 : http://www.hanbangm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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